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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쌀롱 주제 선정 이유글

일단 초코에게 무척 미안합니다.
블로그에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한 글을 올리기로 해놓고서는, 일주일이나 질질 끌었거든요.
간단하게 몇 줄 정리해서 금방 올리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난 조금은 꺼려졌나봅니다. 
 
내가 '밝히는 여자'라는 걸, 밝히는 것이.
<포르노와 여성주의>라는,  페미니즘 내에서도 논쟁적이며 매우 무난하지 않은 주제를 제안한 이유는 
사실, 지극히 내밀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아주 예전부터 전 남성들의 성욕은 '포르노를 보는 것'으로 머리 속에 입력해 놓고 있었어요.
공공연하게, 또는 농담처럼 속칭 '야동'으로 일컬어지는 포르노가 
여성들과는 달리 남성들의 생활 속에 일상적으로 녹아들어가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부터였어요.
 
사춘기 무렵 여자인 나도 '성'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데..
같은 사춘기의 남자애들이 포르노를 보며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던 반면(영화 <아메리칸 파이>에서처럼 포르노는
남자들의 성장기적 추억이나 부모님에게 들켜서 곤란했던 해프닝으로 표현되고, '용인'되죠)
대부분 여자들은 몰래 하는 야한 이야기 정도로 만족해야하거나 짐짓 무관심한 척 해야했으니까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난 후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워진 환경 덕택인지
호기심을 주체 못하고 친구들과 야한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때 찾아본 영상들은 내가 가진 성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해주기는커녕
불쾌감과 혐오감, 충격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고민은, '나의 성적인 욕망은 고작 이 따위 영상안에서만 표현해야하는 것인가?' 
혹은 '성적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단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에 다름 아닌가?' 등등...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죠.
 
여전히 그 고민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살롱에 모이는 사람들은 적어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포르노, '포르노 시장'의 문제점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성중심의 공고한 판타지에다가 여성을 극단적으로 대상화하는 폭력성으로 가득차 있고
여남-남여-남남-여여의 섹슈얼리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요.
 
때문에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생각들은 전제로 한 채,
저는 포르노 안에 있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초코는 이에 덧붙여, '포르노'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성'에 대한 자기표현의 문제까지 제기해보고 싶다는군요. 
  
기존의 포르노에 심한 거부감과 지루함을 느끼지만,
정말 나를 자극하고 흥분하게 하는 야한 영상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과감하게 이런 주제를 제안해봅니다.
"기존의"포르노를 반대하는 건 맞지만, 포르노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는 걸까요?
혹은 악용될 수 있을까요.
 
표현의 문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포르노, 포르노 시장의 반인권적 상황과 배우들의 인권문제,
대안이든 기존 것이든 포르노 자체를 뿌리뽑아버리자! 등등..
살롱 분위기에 맞게 다양하고 자유롭게 거침없는 수다들이 오고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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