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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쌀롱 주제_ 콤플렉스

3월 쌀롱 주제는 '콤플렉스'로 잡았습니다.^^

 

콤플렉스... 무언가 감추고 싶은 단점이랄까 같은 것들이 누구나 있잖아요.

 

누구나 나름의 이유로 콤플레스를 가지고 있는데,

극복해야 하거나 숨겨야 할 무엇, 때로는 차별의 한 이유가 되는 콤플렉스가 우리의 살아온 삶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함께 수다를 떨어보고 싶어서 정해봤습니다.^^

 

그럼 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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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가난을 벗어나야 한다.'

 이건 나보다는 어머니에게 평생의 숙제이자 콤플렉스였던 것 같아.

 그 숙제는 내게 많이 투영되었어. 그래도 자식 중에 가장 공부로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나이니까..

 

어머니는 공부에 관련된 것은 최대한 해주고 ‘싶어’ 하셨어.(정말 마음은 크셨다.^^)

친척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부모님 더이상 고생하지 않게 해드려야지'라는 말을 늘 하셨고.

 

하지만 이게 내게 큰 콤플렉스이지는 않았어.

먹을 것, 입을 것에 대해 별 불만(혹은 기대)이 없었던 내게 가난은 그저 약간의 불편함이었거든.

누구나 조던 운동화는 하나씩 신어야 할 거 같고, 브랜드 백팩이나 망치 가방은 하나씩 들고 다녀야할 것 같았던 중·고등학교 때도 어머니에게 그런 걸 사달라고 말하지 않았어. 매일 똑같은 단촐한 도시락 반찬도 그리 문제되지 않았어.

때마다 이사다니고 주인집 눈치를 보는 것도 있었지만 그건 어린 나보다는 어머니가 많이 고생하신 부분이었고....

 

그런데 내가 스스로 가난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게 된 계기는 우습게도 책 때문이야.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볼 수 있었던 책은 계몽사 어린이 세계 명작 50선과 한국사 전집 10권이었어. 어른들도 보기 힘든 작은 글씨로 빼곡이 채워진 그 책을 10번씩은 봤던 것 같아.그게 나중에 역사 교사를 꿈꾸게 되고 출판사에 일하게 된 시발점이었는지도 ㅎㅎ

 

그런데 국민학교 다니던 어느날 친구네 집에 갔는데 그 친구는 책으로 가득찬 책방이 따로 있는 거야. 정말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들을 위한 방이 따로 있다는 게 부러웠어. 그래서 그 친구랑 정말 열심히 붙어 다니며 책을 빌려 읽고 했어.

그러면서 책, 그리고 책을 놓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거 같아. 나중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말 책은 원없이 샀어. 1년에 200여 권은 샀던 거 같아. 책을 맘대로 사 볼 수 있다는 거는 정말 행복했어. 그런데 소유에 대한 욕심은 없어서 연말이 되면 꼭 필요한 책 30~40여 권만 빼고는 다 리스트를 회사 게시판에 올려 다른 사람들을 주었어. 아파트도 마련하고 그렇게 가난이라는 느낌이 사라진 거 같아. 이제 다시 덜 소비하는 삶으로 가겠지만 ㅎㅎ

 

 

외눈박이

무수정체증으로 물체의 형태를 제외하고 거의 보이지 않는 내 왼쪽 눈은 어릴 때엔 정말 큰 콤플렉스였어.(사실 눈이 그렇게 된 건 어머니가 어릴 때 민간요법으로 내 눈에 낀 무언가를 빼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거라 우리 집에서는 말하는 게 거의 금기시 된 사항이라는 ㅎㅎ)

 

신체적인 차이는 학창 시절에 특히나 사람들을 구분짓고 차별하게 되는 요소가 되잖아. 어릴 때 고쳐보겠다고 잘 보이는 오른쪽 눈을 가리고 정말 두툼한 돋보기를 썼는데(수원의 ‘유명한’ 명의가 그렇게 처방했지 ㅠㅠ) 정말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어. 눈을 가리니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이들은 신기하다가 돋보기를 뺏어서 돌려쓰고 그런. ^^;;;; 그 뒤로는 신체검사 등이 있을 때마다 어딘가에 숨고 싶었어. 늘 정말 조용히 담당 선생님께 ‘왼쪽 눈은 안 보이니 아이들 앞에서 측정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했지만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지. ㅠㅠ 왼쪽 눈이 잘 안 보이니 원근감이 없어서 농구 같은 스포츠는 잘 하지도 못하고, 친구들이 물건을 던져 줄 때 잘 받지 못했던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되었던 때야. ‘남과 다르다’는 것을 늘 인식하면서 살아야 했어.

 

대학을 들어가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런 콤플렉스에 대해서는 좀 덤덤해 지게 된 것 같아. 그래도 가끔 움찔하게 될 때가 있었어. 한 번은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는데 ‘어? 다르게 찍으시네요?’라고 누가 그러더군. 카메라의 뷰파인더(눈을 대고 물체를 보는 곳)는 정상인의 왼쪽 눈의 위치에 맞춰 설계되었거든. 하지만 난 오른쪽 눈을 써야 하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좀 이상한 거지. 잠시 움찔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들이고 내 블로그도 ‘외눈박이의 카메라’로 이름 붙이게 되었지.

오른쪽 눈을 기준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방이 보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나봐. 특히 피곤할 때는 왼쪽 눈의 동공이 사시처럼 살짝 바깥쪽으로 빠져서 더 그럴 때도 있어. 하지만 이제는 편하게 말해. ‘제가 왼쪽 눈이 잘 안 보여서요. 오른쪽 눈을 보시면 제가 당신을 보고 있는지 아닌 지를 알 수 있어요.’라고......

 

손...

어릴 때 신체적 콤플렉스로 생각했던 건 더 있었어. 참외 배꼽, 평발인지 아닌지 의심되는 발 등... 그 건 그래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데 손은 좀 아니었어. 이것도 ‘내가 남과 다르구나. 함부로 들키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거야.

 

내 오른손은 중지가 검지보다 짧아. 정확히 말하면 오른쪽 손 중 검지를 제외하고는 손바닥 부분 뼈와 손가락 사이의 연골 부분이 다른 것보다 작아. 주먹을 쥐었을 때도 검지 부분이 중지보다 더 위로 튀어나와. 학창시절에 남자 애들 사이에서는 주먹을 쥐고 손 크기나 연골 부분이 튀어나온 걸 자랑하는 이상한 경쟁 심리가 있었어. 그럴 때마다 내 가장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은 부끄러움과 놀림이나 왕따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피해 다녔지.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그냥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내가 반차별 운동에 더 매력을 느끼고 빠지게 된 건

여성주의를 접한 것도, 주변에 사회적 차별의 시선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남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던 경험들이 큰 이유이기도 할 거야.

  

너희들의 콤플렉스, 그리고 삶의 이야기는 무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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