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7월 쌀롱 주제 제안 글.._관계 맺음에 대하여

지난 번에 이어 이번 쌀롱의 주제도 '관계맺음'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많이 이야기 못된 지점도 있고, 다들 주제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나눈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서요...

 

 
올해 초에 한 대안학교 면접을 보았는데 이 자리에서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는 '따로 또 같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서로의 차이를 이해, 공감하는 가운데 맺어지는 관계들의 모습이라고요. 하지만 그 자리를 나오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데 갈등이 없을 수 없는데 오히려 그런 갈등이 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게 평화가 아닐까?'..
 

살아가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가족, 친구, 연인..... 그러한 관계의 시작은 긍정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은 부정과 슬픔으로 남는 경우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는 잘 만나고 있는 건가?', '내가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은 만족되고 있나?', '우리 관계는 뭐지?' 등...

 

저같은 경우도 늘 관계 맺음의 고민을 하고 지냅니다. 제겐 심장에 새긴 두 명이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관계가 저에게 준 영향도 참 크죠. 첫 번째 사람은 제가 여성주의를 이론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고민하게 만들어준 사람이고, 또한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많이 아프게 한 사람입니다. 다른 한 명과의 관계 속에서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관계맺음의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였죠. 그 이를 사랑하기에 그이가 힘들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그 즈음 제가 아이유에 빠지게 되었죠^^;; '나만 몰랐던 이야기'라는 노래가 당시 제 마음과 너무 닿아서 ㅠㅠ) 그 교훈을 계기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 지나친 배려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 속에서 서로의 힘듬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죠.

 

 
제가 관계맺음이라는 주제를 잡았던 이유는 우리 쌀롱 성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한 몫을 차지합니다. 
 

쌀롱도 제겐 중요한 관계, 만남의 공간입니다. 수년간 쌀롱을 이어오며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구요. '쌀롱'이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이 다른 이들에게도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쌀롱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공감과 이해의 에너지가 충만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쌀롱에서의 수다가 즐겁습니다.

 

하지만 쌀롱이 몇 년을 이어오면서 최근 몇 달동안 고민이 드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의 충만한 공감의 에너지가 과연 항상 좋은 것일까 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쌀롱을 통해 맺은 관계들 속에서 몇몇 경우들을 되돌아보며 '그 때 나의 관계맺음의 방식이 과연 옳았을까?' 계속 되뇌여 봅니다. 다른 관계맺음의 방식이 있는데 우리가 그걸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하는....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로하고 그의 답답함과 아픔을 함께 하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죠. 그런데 가끔 그게 그 친구의 경험을 갈무리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관계맺음은 그래서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 고민은 위의 것들에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오늘 쌀롱에서 이야기는 늘 그렇듯 여러가지 의미의 '관계맺음'에 대해 수다떨고, 주제와 상관없는 수다도 떠는 왁자지껄이 될 거라 기대해요... 다들 좀 있다 만나요.. ㅎㅎ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