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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확장을 넘어, 자치의 확장으로.
지난 몇 년 간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공사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신축 공사, 리모델링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캠퍼스가 확장되면서, 서울대의 건물 수는 어느덧 200개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정체하거나 줄고 있지만 건물은 늘어나고 있으니 이건 학생들에게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 줄어드는 자치의 영역
하지만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학생들의 자율적인 공동체를 위한 공간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건물 공간의 용도를 계획하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로 진행되었고, 뒤늦게 과방, 동아리방, 학회방, 여휴에 대한 요구가 빗발쳐야 슬그머니 한 켠을 내주곤 했습니다. 실례로, 농생대의 많은 과방들은 복도 끝 휴게실 같은 곳을 간이벽으로 막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포스터, 자보 등의 홍보물을 붙이던 공간도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중앙도서관 터널 리모델링은 하나의 예입니다. 리모델링 이후 깔끔해 보이는 게시판이 몇 개 설치되었지만, 이것은 이전에 도서관 터널이 수용하던 홍보물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나무 게시판 몇 개가 늘 도서관에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대부분의 신축, 리모델링 건물들은 게시물 부착을 허용하지 않았고, 기존 게시판에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붙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단위들이 홍보를 하려고 노력하는지 궁금하다면, 얼마나 많은 홍보의 수요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자연대 리모델링 공사 가벽을 보세요.
:: 대학과 자본의 랑데부
이렇게 자치단위가 공간을 얻기는 어렵지만, 기업에게는 많은 공간이 허락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농대에서는 한 동아리를 다른 곳으로 몰아내고선, 빵집을 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연대에 새롭게 들어선 두 ‘명소’는 이미 신문 기사에도 실렸구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기숙사는 BTL(Build, Transfer, Lease)방식 - 즉 민간회사가 건물을 짓고, 소유권은 학교가 가지고, 민간회사가 다시 그것을 임대하는 형식이에요. - 으로 재건축됩니다. 이제 기숙사의 많은 공간은 민간회사의 임대 하에 있게 됩니다. 수익을 위해서 많은 상업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겠지요.
이런 현상들은 기존의 자본들이 건물을 지어주며 이름만 달던 것보다 더욱 적극적인 모양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 공간도 이윤 추구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대학 공간의 상업화는 대학이 법인화되는 것과 교육이 더욱 더 기업의 요구에 맞게 재편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법인화가 될 대학은 더 이상 국가의 막대한 지원을 바라기 힘들고 자구책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과 공간을 기업에게 ‘팔아야만’ 하는 것이지요. 기업은 그리고 사회의 지배적인 담론은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2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하고, 영어 점수를 높이고, 인턴을 해야만 합니다.
:: 상품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소외
이렇게 자본의 공간이 된 곳은 더더욱 우리의 목소리가 담긴 공간이 되기 힘들어집니다. 서울대가 계약 위반을 하고 위약금을 물고서까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할까요. 이미공간과 교육을 팔아먹기로 작정한 대학에서는 더 많은 공간의 상업화와 더 많은 이수 기준, 더 엄격한 학점, 더 잘 팔리는 학문을 우리에게 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공간, 순수한 지적인 욕구, 비판적 인식에 의한 학문은 차차 사라질 것입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 채용에 관련된 일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여기에 자연의 자리도 없습니다. 도림천 시민연대가 도림천 파괴의 주범으로 서울대를 지목했듯이 날로 확장되는 서울대는 인근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비추는 조명은 새를 쫓아내고, 날로 증가하는 자동차는 야생동물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그리고 “지하 캠퍼스 계획”
이런 경향의 정점은 바로 지하 캠퍼스 계획입니다. 서울대에서는 작년 공대의 한 교수팀에게 지하 캠퍼스 계획 용역을 맡겼습니다. 이런 지하 캠퍼스 계획은 고대와 이대에서 실행되었고, 수많은 학생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완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상업시설이 들어서려 하고 있고, 이대에는 영화관도 생긴다고 합니다. 서울대도 이런 것을 본받아 쇼핑몰과 주차장이 있는 지하캠퍼스를 만든다고 합니다. 2010년에 착공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런 계획들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착공이 될 때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는 “걷고 싶은 거리” 공사 당시의 답변을 다시 듣게 될 것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대학의 상업화와 개발에 재갈을 물립시다. 교육 재정 확충과 등록금의 동결과 축소를, 대학 공간 상업화 반대를, 기업 맞춤형 교육에 대한 반대를, 자치공간의 확대와 게시물 공간 축소에 대한 반대를 그리고 대학 캠퍼스의 개발과 확장에 대한 반대를 함께 외칩시다.
자본에 짓밟히는 생명을 사수하라!
환경동아리 씨알
greencr.싸이월드.com(클럽) greencr.net(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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