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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한국정부 협상문 초안 비판(황당해서, 쪽팔려서)

한미 FTA 한국정부 협상문 초안 비판(황당해서, 쪽팔려서)


에뿌키라

 


  미국 시간으로 6월 5일 한미 FTA 본협상이 위싱턴에서 시작된다.

  한국정부는 지난 5월 19일 협상문 초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체 28쪽 가운데 공개된 내용은 4쪽이다.

  왜?

  보면 안다. “이 정도일 줄이야 ...”



1. 링에 오르기도 전에 숨소리를 죽인다.


  FTA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NAFTA로 대표되는 미국의 FTA는 상대국의 약한 부분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책임이 전혀 담기지 않는 가장 파격적이며 파괴적인(그래도 ‘포괄적인’ FTA라고 불린다) FTA이다.


  뭐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밥 샙이랑 그라운드에서 붙는다. 난 한 60kg이 조금 넘는다. 체급같은 거 필요없다.

  FTA는 헤드기어와 마우스피스를 모두 제거하는 거다.

 

 더구나 문제는 한 쪽이(틀림없이 내가) 일방적으로 얻어터져도 판을 끊어줄 심판이 없다.

 

  한미 FTA 체결 이후에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의 국내법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대신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라는 곳에서 판단을 내리는데, 이제껏 미국기업은 패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만약 FTA이라는 판에 심판이 있다면, 그건 미국 프로레슬링에서 보는 것처럼 상대의 반칙을 나몰라라 하거나 아니면 기껏 제스처일 뿐이다.


 

  이건 FTA가 체결되었을 때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FTA 본협상이 시작되기 이전이다.

  링에 오르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면, 뭔가 쪼금은 자신감 있는 말을 해야하지 않나.


  그런데 정부의 협상문 초안은 이런 식이다.

  “주먹 뻗는 시늉만 해주세요. 알아서 1회에 누울게요. 경기 빨리 끝내자고요. 서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려 …”



2. 미국 특수제작 그라운드


  협상문초안은 이런 것을 담아야 한다.

  협상에 앞서 우리가 관철시키려는 최대치는 무엇인지,

  더 이상 내줄 수 없는 마지노선은 무엇인지.

  그런 내용을 담는 게 협상문 초안이고 그걸 가지고 주고받는 게 협상이다.


  그럼 한국정부의 협상문초안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나?

  

  먼저, 협상의 틀을 한 번 보자.

  

  얼마전 한국과 미국정부는 이미 세부협상 분과(Negotiating Group) 구성 방안에 합의했다.

  즉 협상을 위한 틀거리를 짠 것인데 협상분과는 이렇다.


  ▷상품무역(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등)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SPS(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투자 ▷정부조달 ▷경쟁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


  금방 눈에 잡힌다. 한미 FTA는 한국의 산업 전반에 관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FTA이다.

  한칠레 FTA가 농축업 가운데 돼지고기, 포도 이런식으로 찍어서 개방한 FTA였다면, 한미 FTA는 예외가 없다.

  미국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 농업,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한가지 황당한 것은, 이러한 세부분과가 미국의 통상법에 근거해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미국의 통상체계에 맞춰져, 미국의 이해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이 꾸려졌다.

 

 


3. 한국정부가 요구한다는 것들..


  그럼 협상초안문에 한국정부는 뭘 담았는가.

  주요요구 사항이라는 게 이런 것들이다.


  [미측에 대한 수정/개선 요구사항]

  1) 상품 분야: 통관절차 간소화, 화물수수료 및 유지비 폐지. 미국 수입농산물 심사절차 단축, 육류 성분 식품 수입금지 완화. 섬유, 의류, 신발류 관세철폐, 원산지 규정에서 우리입장 관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반덤핑 조치 남용 방지.

   2) 서비스 분야: 정부조달품 미국전선 운송 의무 폐지. 미국내 공사발주시 국내은행 발행 계약 이행보증서 인정. 간호사, 건설기술사 자격증 상호인정.

   3) 기타 분야: 비자면제제도 조속 추진 및 관광객 무사증 입국 추진.


  바로 눈에 잡히는 것은 그 내용이 수세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번 미국 업계들이 요구한 일부 사항과 비교해보자.


   무역장벽보고서와 USTR 등을 통해 방송 쿼터 축소,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각종 소유제한 규제 완화,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민영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적다고 좋아하지 마라. 이건 아주 일부의 일부다.

  끔찍하게도 미국측의 요구는 굉장히 구체적이다.

  즉 협상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없도록 촘촘히 짜여진 것이다.

  

  이런 요구도 있단다.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가 주행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을 폐지하라”

 

  왜냐고?

  할리데이비슨이 동네길에서 달리긴 쫌 그렇잖아..


  반면 한국정부의 요구안은 한국 기업이 가장 불만 많다는 ‘밤덤핑조치’에 대해서도

  ‘무역규제에 대한 철폐’의 요구가 아닌 ‘남용 방지’라는 모호한 요구만을 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미무역수석대표가 분명히 말했다.

  한미 FTA 하면서 슈퍼 301조와 같은 미국의 보호주의 조항이 바뀌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그럴 것이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큰 캐나다나 호주하고 FTA 체결하면서도 바뀐 것 없었으니까.


  쪽팔린 거 하나 더 있다.

  만약 이만큼 소박한 요구사항마저 관철되지 않으면 어찌하려나.

  그럼 “후추 협의가 가능한 테이블”을 따로 구성하겠다고 한다.

  즉 안받아주면 물러서겠다는 뜻이다.

  Jona I 꼴통...



4. 결론: 이거 작성한 넘들부터 잡아야 한다.


  이런 뭣같은 협상 진행하면서도 변명은 많다.

  특히 개방만이 살길이란다.

  

  언제 개방하지 말라고 했나. 문제는 개방의 전략이다.

  FTA도 체결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르듯이, 무모한 개방이 아니라 전략적인 개방이 제휴가 필요할 것이다.

  

  정작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놓지 않으면서도 철저히 자신들의 절차에 따라 FTA 협상국을 고르고 있다.

  

  미국을 쫓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최소한은’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미국에 대한 연구든, 협상준비든, 국민의견의 수렴이든.

  ‘최소한’은 해야하지 않나.


  ‘최소한의 최소한은’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하지 않나.

  미국이 우릴 찍어줬으니 이번에 꼭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왜 미국은 한국과의 FTA를 원하는지 한 번 정도는 생각을 해야하며,

  변화하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적어도 몇년이라도 앞을 내다보는 전망.

 

  ‘최소한’은 해야하지 않나.


 

  협상문초안 쓴 넘들이 매국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좀팽이들이거나 머저리일 것이다.


  이거 쓴 넘들부터 잡자.

 

  이 딴 걸 ‘협상초안문’이라고 내놓고 쪽팔려서 비밀에 부치는 관료들부터 갈아엎자.

 

 

  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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