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2010/06/30 15:17

 2년 전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읽으려고 공포소설(?)을 사뒀는데,

그 해 비가 쏟아질 때는 읽을 기회를 놓쳤고, 지난해도.
올 여름,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던 그제 밤, 그 소설을 펼쳤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읽기로 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심약해져가는 걸 느낀다.
새벽까지 읽다가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내 어깨에 웬 묵직한 넘 하나가 올라타있는 것처럼 온몸이 무겁다.
 
그런데 어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그녀는 “똑! 죽고싶다”며 울었다.
그녀가 ‘똑’ 소리를 낼 때는 정말 그녀가 자신의 몸뚱아리 일부를 ‘똑’ 부러뜨릴 것만 같이 섬뜩했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제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한기보다 더 차가운 무엇이 내 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남편은 10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가 죽고 싶다며 운다.
아, 정말 내가 미치겠다...
 
오늘 새벽, 박용하라는 배우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내 손가락은 한참을 우물거렸고, 낮이 돼서야 겨우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그녀는 다시 씩씩-해져 있었/한척 했-다.
 
2권짜리 공포소설은 오늘 아침 다 읽고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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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15:17 2010/06/30 15:1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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