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값 못하고 지난 며칠 푼수맞게 소원하던 비,
그 비를 새벽에 실컷 맞았다.
포기, 포기... 포기하는 게 서럽고 슬프다.
그래도 포기다!
그냥 간밤에 맞은 비에 쓸려간 거면 좋겠다.
미련스럽게 몸뚱아리 어딘가에 달라붙어서 날 괴롭히진 않았으면.
맹추.
속옷까지 흠뻑 젖어서 오빠집에 들어갔다.
젖은 옷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옷들을 다 빨아서 선풍기로 말리고 다림질까지 해두셨다.
맹추. 나 말이다.
그냥 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지.
내가 소중한 것 보다는, 날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