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노동시간

2011/08/02 17:43

2010년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이 2200여시간으로 나왔단다. 미국(1776), 일본(1733), 캐나다(1699), 프랑스(1468), 독일(1309)등등이다. 뭐 다른나라는 다 선진국이니 이정도 차이는 감수해야 하는걸까..? 그렇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보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노동시간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연간노동시간을 검색해보면 조금씩 수치가 다르다. 기준이 같지 않기 때문인지 단순한 실수인지 모르겠다). 나는 통계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사무직노동자를 대상으로 계산해보겠다. 회사크기는 대충 중소기업?

 

우리나라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점심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즉, '9 to 6'를 뻔뻔스럽게 8시간 노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즉, 우리는 점심시간 빼고 노동시간을 구하고 다른 나라는 점심시간 포함해서 계산한다. 통계는 기준이 같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도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연간 230시간은 족히 더해져야 한다. 것도 꽤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계산한번 해보자.

 

- 휴일 : 1/1, 설날(3일), 3/1, 5/5, 6/6, 석탄일, 8/15, 추석(3일), 10/3, 크리스마스 = 13일

- 연차 : 대략 10일

=> 둘을 더하면 23일. 대충 25일로 계산하자. 휴일은 해피하게도 전부 평일이라고 간주했다. 그러면 우리는 47주간 노동을 하는 것이다. 토요일 격주근무로 간주하면 주당평균노동시간은 (49+45)/2 = 47시간이다.  결국 우리나라 사무직노동자들의 연간노동시간은 47(주)*47(시간) = 2209시간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끝이라면 난 솔직히 해피하다. 이 지긋지긋한 땅에 태어나 죄로 이정도는 감수할 의향이 있다.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도 쉽게 알 것이다.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야근(혹은 잔업)이 있다.

 

- 정식 퇴근 시각 이후의 노동시간 : '6시 땡'이라는 표현을 아실 것이다. 대부분 매우 나쁜 뜻으로 쓰인다. 일도 잘 못하면서 퇴근은 칼이다라는 비웃는 의미로 쓰인다. 이런 표현들은 자본가들이 우리의 뇌리에 심어놓은 것인데 이제는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내면화되어 우리 스스로 다른 노동자들을 비하할 때 쓰곤 한다.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이다. 기억하라. 자신의 동료가 아무리 미워도 당신이 연대할 대상은 당신의 너그러운 사장이 아니라 바로 그 얄미운 동료라는 것을. 자본가는 당신 앞에서 매우 인자한 모습을 보이고 당신을 갈구는 사람은 당신 상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연대할 사람은 바로 그 상사다. 6시 정시 퇴근은 당신의 권리이다. 당신이 농땡이를 쳤든 부지런히 일을 했든 당신은 6시에 퇴근할 권리가 있다. 자본가들은 말한다. 제대로 일도 안하고 칼퇴근이라고. 나는 말한다. 제대로 일을 시키는 것은 당신의 의무라고! 자본가들은 '자기경영'이니 나중에 임원이 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다. 대리는 대리대로, 과장은 과장대로. 앞에서 말했듯이 정규노동시간에 노동자의 노동을 조직하는 것은 자본가들이 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자본가들은 사무직노동자의 노동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은 6시 이후에 저녁 및 술자리에서 정해지니(요즘은 골프장에서) 9시부터 6시까지의 노동을 조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정시퇴근은 상당한 정도로 강제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느슨하게 관리하는 건 무조건 자본가에게 유리할 뿐이다. 자본가들은 지금같은 느슨한 퇴근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따라서 설령 일이 있다 할지라도 일부러라도 정시퇴근을 할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10분 늦게 퇴근하는 것은 퇴근하려는 당신 동료의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말이 나와서 같이 이야기하면 휴가도 그렇다. 1년치 휴가중 상당량은 한꺼번에 몰아서 쓰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 에휴... 며칠되지도 않는 알량한 휴가, 것도 엄청 미안해하면서 다녀오고, 것도 전국민이 한꺼번에 왕창 몰리는 기간이 쓰라고 강요하고.. 정말 지겹지않나???

 

정규 노동시간이 끝나고 대략 하루에 30분 정도는 더 일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1년에 47(주) * 5(일) * 0.5시간 = 117시간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러면 연간 노동시간은 2326시간으로 나온다. 이것이 끝일까..?

 

하나 더 있다. 바로 회식이다. 이게 말이 좋아 회식이지 상당히 강제적이다. 대략 1주일에 한번, 한번에 3시간이라고 치면 연간 140시간 정도 된다. 나는 이것도 노동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우리나라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략 일년에 2500시간이 가까이 노동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글을 읽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내 계산이 오히려 약하다고 느낄 것이다.

 

유성기업이나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는 이게 얼마나 배부른 푸념으로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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