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민이 병역혜택의 기회를 놓쳐서 울었다고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지금처럼 메달로 선수를 우롱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병역혜택은 성과가 아니라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가대표로서 참여한 기간에 대해 주어져야 한다. 대회기간은 100% 인정하고, 대회를 위한 사전 소집은 그 기간의 몇%를 최대 얼마까지 인정하는 식이다. 굳이 성과를 반영한다면 메달을 따면 며칠을 추가하면 된다. 금메달 딴 사람만 자랑스런 우리 대표선수가 아니다. 출전해서 전패했을 지라도 정정당당하게 땀을 흘리고 경기에 임한 선수들 모두 우리 대표선수다.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선수 앞에다 금메달을 흔들며 “물어랏! 쉿! 쉿!”하는 역겨운 짓은 그만둬야 한다. 병역근무도 몇 달씩 끊어서 여러 해에 걸쳐 복무하는 방식도 허용하자. 일회성 포상이야 그렇다쳐도 메달에 따른 연금도 폐지해야 한다. 금메달리스트로 평생을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우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로컬룰을 과감히 적용해야 한다. 우리가 봐서 재밌으면 되는 것 아닌가? 공격축구가 유리하게 룰을 만들자. 승패와 득점차를 함께 승점에 반영하면 어떤가? 승점이 같을 경우만 골득실을 따진다면 골득실이 순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대신 골득실차이의 10%만큼 승패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를 부여한다면(3:1로 승부가 난 경우 승자는 3.2, 패자는 -0.2), 이기고 있는 팀은 더 골을 넣으려고 할 것이고 지고 있는 팀은 어떻게든 한골이라도 만회하려고 할 것이다.
태권도의 현실은 참담하다. 어쩌다가 태권도가 닭싸움으로 비하되고 있다. 하루속히 스포츠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너무 예민한 헤드기어센서가 문제긴 하지만 나는 전자호구 자체는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전자호구는 결과만 알려줄 뿐 과정은 알려주지 않는다. 권투에서 오픈가격은 점수로 인정하지 않듯이 태권도도 동작에 대한 규격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돌려차기는 배점이 더 높듯이, 발을 땅에 붙인 상태에서의 공격, 연속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크게 주고, 발을 든 상태에서의 공격은 무효, 나아가 벌점을 줘야한다. 3점인 얼굴가격도, 충격에 따라 100%의 가산점, 두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진 상태인 경우 역시 100%(이른바 이단 옆차기), 선제공격인 경우 가산점을, 역습인 경우 일부만 인정하는 식 등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경기장은 정방형이 아니라 겨루기의 긴장감을 확보할 수 있게 폭을 1미터 정도로 줄여야한다. 좌우로 경기장을 나가는 경우는 곧바로 패배가 선언되어야 한다. 뒤로 경기장을 벗어나는 경우도 상당한 감점을 줘서 선수로 하여금 벼랑끝 승부를 하게 유도해야 한다. 심하게 말해 이단옆차기 얼굴공격 한방으로 경기가 끝날 수 있어야 한다. 유도가 재밌는 이유는 언제라도 한판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재미있어진’ 결정적 계기는 품새에서 겨루기로의 전환이었다. 그 겨루기 정신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때 태권도는 ‘코리안 카라테’로 통했지만 태권도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태권도는 우리 고유의 브랜드가 되었다. 금메달따야 종주국의 명예인가? 아무도 축구최강국 브라질을 축구종주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태권도는 우리 것이니 금메달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만들 궁리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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