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여의사,여선생,여검사 등등 굳이 성별을 밝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글을 보곤 한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일 뿐 해결책은 신통치 않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중심적이면 여자**라고 꼭 여성임을 밝혀야 하겠느냐, 왜 남검사, 남선생이란 말은 하지 않느냐, 혹은 꼭 이렇게 성별을 따져야만 하는 우리네 사고의 후진성을 탓하면서 끝낸다. 아쉽지만 과녁에서 많이 벗어난 지적이다.
우리 글에서 이렇게 여검사, 여선생 등등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버릇(?)이 생긴 연유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말에 대명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있다 해도 '그 사람' 할때의 '그' 정도인데 이 '그'에는 성별이 없다. 보통 우리가 성별을 밝히고자 할 때는 '그 남자', '그 여자' 등으로 표현한다. 성별을 밝혀야 직성이 풀리는 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인간의 언어에서 사람을 가리킬 때 성별을 구분하는 언어는 꽤 되지 않는가? 즉, 유럽 언어의 경우 맨 처음에 사람 이름이 등장하고 그 다음부터는 he/she 등으로 부르니 자연스럽게 성별이 드러난다. 따라서 직업 자체에 성별의 구별이 있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굳이 teacher에 male teacher, female teacher 등의 구별은 필요 없겠다. 즉, "아무개가 있다. he 어쩌고 저쩌고..." 식으로 글이 전개되니 자연스럽게 아무개가 남성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말에는 이런 대명사가 거의 없다보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답답함이 인간 본연의 속성인지 아니면 서양식 사고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따라서 왜 굳이 직업에 '여'자를 붙이느냐고 따지지 말고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맞겠다. 내 의견은 이렇다.
일단 신문이나 잡지에서의 대처 방안이다. 어떤 사람이 처음 등장할 때 괄호에 나이 등을 표기하는데 이때 성별을 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내가 꾸준히 주장하듯이 '사람이름 + 씨'로 부르면 된다. 즉, "홍길동은 여가수다....."가 아니라 "홍길동(여, 26)은 가수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 말과 글과 사고가 본격적으로 결합된 게 대략 60년 밖에 안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언문일치의 걸음마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나 그에 준하는 매우 권위있는 단체, 기구가 나서서 아주 시시콜콜한 것부터 규정을 해 나가야 한다. 철자나 발음 같은 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결제면 어떻고 결재면 어떠냐? 우리말 어법이 어떻고 저떻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회는 급속하게 산업화되고 사고방식도 급속하게 바뀌었고 바뀌고 있는 중인데 그에 걸맞는 언어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고 훨씬 다급하지 않은가? 존칭, 호칭, 인칭대명사 등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Better later than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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