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와 공직

2012/05/23 11:49

직접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100분 토론 중 진중권씨가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면 공직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말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말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즉, 우리 사회는 양심의 자유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이념/사상의 자유가 허락되고 있지 않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직에 나왔으니 자신의 모든 사상을 까발려라? 그리고 뒤에 오는 모든 폭력과 탄압은 내 알바 아니다?

 

진중권씨는 우리 사회에서 허락하는 정도의 사상을 가지고 있느니 마음껏 발언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사회에서 허락되고 있지 않은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지? 만약 시민인 "당신은 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당신은 동성애자인가?" 류의 질문을 해도 답변을 해야하는가? 진중권씨의 논리대로라면 답변해야 할 것이다. 공직에 나온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밝혀야 한다? 우습지않나?

 

북한인권/북핵/3대세습... 이런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을 우리(남한)땅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세들어 혹은 강점하고 있는 집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다. 왜? 다른 나라일이니까. 북한을 다른 나라로 규정한다면? 역시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왕정을 하든, 세습을 하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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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화살 그리고 진중권의 닥질

2012/01/25 22:11

진중권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한걸음 진보가 아니다.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아이덴터티. 그것이 그의 목표다.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면 사회가 진보하리라는 학비리의 모습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김명호씨 재판의 실재적 진실을 어찌 법원 판결문이나 속기록만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형식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는 내가 평소에 보았던 진중권의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데?

 

김명호, 그리고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핵심은 이렇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김명호의 교수재임용탈락과정, 혈흔 감정 및 증인 채택 청구 기각, 사건의 실재적 진실을 파악하려고 하기 전에 미리 어떤 판단을 예단한 법관들의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을 하기도 전에 전국 법원장들이 모여서 이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엄중하게 다뤄야한다고 결의한 것이다. 몇년전 촛불 재판에서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이러저러한 지시를 한 신영철의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재판과정에서 김명호씨는 몇몇 장면에서 비이성적이고 매우 꼬장꼬장한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그런 태도를 앞뒤 정황과 무관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명호씨는 매우 불공정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런 경우 진중권씨처럼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진중권씨에게는 교수라는게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김명호씨는 아닐 수 있다. 개인적 성향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진중권씨는 누가 봐도 정치적 탈락이었으니 나름대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고 또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명호씨의 경우는 사람들이 과연 진중권씨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김명호를 지지했을까? 김명호씨는 사람들이 반신반의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그리고 그가 정말 부당하게 탈락했다면 얼마나 억울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즉, "재임용탈락 =>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분 => 심리적 안정"이라는 과정이 있을 수 있고, "재임용탈락 => 사람들이 긴가민가 => 심리적 억울함"이라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몇몇 돌출적인 행동을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버리는 것. 이게 옳지 않다는 건 진중권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내가 아는 진중권은 또라이기는 하지만 꼴통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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