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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감자모임> 하드캔디


 

하드 캔디 (Hard Candy, 2005)

감독: 데이빗 슬레이드

출연: 패트릭 윌슨, 엘렌 페이지, 산드라 오, 제니퍼 홈즈

 

 

 

*

 

이런 종류의

'복수극'은,

집에서 다운 받아 혼자 보는 것보다는

언니들이랑 같이 봐야 한다는 언니네의 의견에 공감.

 

얼마전 언니네 특집이었던 '치유'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더욱 생생.

 

 

 

 



블록버스터가 막대한 예산으로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며 박스오피스를 점령할 때, 그 틈바구니에서 몇몇 독립영화들이 ‘영화는 거대 예산의 전유물’이 아님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증명한다. 데이비드 슬레이드의 <하드 캔디>가 그 가운데 한편이다. 이 영화는 최소한의 배우와 공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한, 주목할 만한 스릴러다. 3주간의 인터넷 채팅을 통해 32살의 사진작가 제프(패트릭 윌슨)를 알게 된 14살 소녀 헤일리(엘렌 페이지). 결국 두 사람의 대화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페에서 능수능란한 화술로 헤일리를 사로잡는 제프. 헤일리는 자신을 성인처럼 대해주는 제프에게 끌리며 무모하게 그의 집까지 따라간다. 술을 마시며 사진도 찍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제프는 어린 소녀들을 유혹해 관계를 가지는 변태성욕자였고, 헤일리는 일찌감치 그의 정체를 파악한 영악한 소녀다. 일반적으론 헤일리가 위기에 처하다가 가까스로 벗어나야 하지만, <하드 캔디>는 이를 완전히 거부한다. 철저하게 제프를 가지고 노는 헤일리의 활약에 집중한다. 헤일리가 만들어준 술을 먹은 제프가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때부터 그의 인생 최악의 악몽이 시작된다.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는 헤일리의 고문. 고문방법도 독특하다. 이 영악한 소녀는 세치 혓바닥을 끊임없이 놀리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제프의 눈물과 콧물, 처절할 정도의 비굴함까지 이끌어낸다.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압권은 다시는 아랫도리를 사용 못하게 한다는 거세 고문! 영화의 대부분은 제프와 헤일리의 대치 상황을 묘사한다. 혼자 사는 제프의 집에 다른 사람이 방문할 일도 없다. 단 한번 이웃집 여자(캐나다 출신의 한인 배우 샌드라 오)가 과자를 가져다준 것 외에는 철저하게 두명의 배우만이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간다. 공간 역시 헤일리의 집과 카페, 이동하는 차, 그리고 제프의 집이 전부다. 저예산 스릴러영화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강력한 무기는 아이디어이며, 이를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정교한 심리전이다. 그리고 이를 소화할 배우의 좋은 연기가 필요하다. <하드 캔디>는 운이 좋게도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뒤끝이 대단히 찝찝하고 불쾌하다. 죽어 마땅한 제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헤일리의 행동과 그로 인한 통쾌한 쾌감이란 게 없다. 중반까지는 영악한 소녀 헤일리를 응원하다가 어느새 묶여 있는 제프에게로 마음이 움직인다. 분명 악당은 제프이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이 되면 헤일리에게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이 어린 소녀는 최근 몇년간 나온 공포영화들의 살인마들보다 몇배는 더 무서운 존재다. 제목 ‘하드 캔디’는 어린 소녀를 일컫는 인터넷 속어다.

(글)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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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사를 쓰신 분과는 좀 다르게,

이 영화의 끝이 '대단히 찝찝하고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 쉬었지.

 

통쾌한 쾌감이 전혀 없다는 것도, 나는 찔린다.

쾌감을 느끼는 순간순간,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을 황당하게 마주해야 하는

느낌을 글쓴이는 알까?

 

 

악당이라고 하는 게 제프에서 헤일리로 바톤 터치하는 것,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세수술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찝찝, 불쾌까진 아니어도

달콤씁쓰름한 느낌은 있었지.

 

어쨌거나, 저예산 독립영화에 너무너무너무나 큰 기대를 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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