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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과 사고의 결합

  "마르크스주의는 스스로를 무의식적인 역사 과정의 의식적 표현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역사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무의식적인' 과정이 그 의식적 표현과 일치하는 것은, 그것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즉 대중이 순전히 자연 발생적인 압력에 의해 사회적 인습의 문을 때려 부수고 역사 발전의 가장 깊은 요구에 승리의 표현을 부여할 때 뿐이다. 이런 순간에는 시대의 최고의 이론적 의식이 이론과 가장 거리가 먼 최저변의 피억압 대중의 직접적인 행동과 융합한다. 의식과 무의식적인 것의 이런 창조적인 결합이 바로 보통 영감이라 불리는 것이다. 혁명은 영감을 받은 역사의 광란 상태이다.

   진짜 저술가라면 누구나 자신보다 강한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인도하는 듯한 창조의 순간을 알고 있다. 또한 진짜 웅변가라면 누구나 평소의 자기 자신보다 강한 뭔가가 자신의 입을 이용해 말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것이 '영감'이다. 그것은 온 힘이 다 기울여진 최고의 창조적인 노력에서 태어난다. 무의식적인 것이 깊은 우물 속에서 솟아올라 의식적인 정신을 자신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그것을 어떤 보다 큰 종합 속에서 자신과 융합시킨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정신력이 이따금 대중 운동과 결합된 모든 개인적인 활동에 주입된다. 10월 혁명 기간 동안에 '지도자들'에게 바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유기체의 잠재적인 힘, 더없이 깊은 뿌리내린 그 본능, 동물이었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직감 - 이 모든 것이 솟아올라 심리적인 인습의 문을 때려 부수고, 혁명에 봉사하며 보다 높은 역사 철학적인 추상 개념들과 힘을 합친다. 개인과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이 두 가지 과정은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 즉 의지의 원동력을 이루는 본능과 보다 높은 사고의 이론의 결합에 바탕을 두고 있다."

- <나의 생애(하)>(트로츠키, 박광순 옮김, 범우사, 2001), p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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