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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향기

내가 사는 곳의 반대편, 남미는 당연히 낯설다. 언제부턴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거리에서 팔리고 라틴 아메리카 노래에 대해 음반사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작년 겨울, 울산으로 내려가는 차안에서 잠결에 한 동지 입에서 흘러나오는 <칠레전투>의 스토리와 남미의 정치적 상황을 들어 넘겼다. 선배 집에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다가 중간에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시를 읽을 때 별로 염두하지 않았지만 네루다는 칠레시인이다. 오늘 아침에는 우연히 빅토르 하라의 구슬픈 노랫가락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종로의 한 서점에서 이책저책 뒤적이다 발견한 <소외>...

 

 남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독특한 성향에 대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고독'solitude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사랑과 열정에 관한 추상적이고도 강렬한 언어로 이루어진, 또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그렇다. 시인은 일차적으로 '시'의 관점에서 평가받는 것이 맞다. "때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라니...)

그리고 루이스 세풀베다. 그의 정치적 성향때문에 요즘 방한한 세풀베다에 대해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관심도 많고 또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도 많다. 윤리 미학의 시인, 열린 좌파, 그린피스의 활동가...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단편모음이 좋다. 빠르고 강한 인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심어주는, 여운이 짙게 남지 않고 생각들이 헝클어지게 내버려두지 않고 바로 다른 주제와 이야기로 건너뛰어 관심을 이동시키는 그런 ....

 

 

            루이스 세풀베다/ 열린책들/ 2000

    

     <<목차>>

소외된 이야기들
검은 머리 여인과 금발 여인
로셀라, 가장 아름다운 여인
사랑과 죽음
스탈린그라드의 백장미
타노
카바토리
비달이란 사나이
라우펜부르크의 세관원
아타카마 장미
페르난도
두아르테 집안의 쌍둥이
미스터 심파
연인
가스피터
메리 크리스마스!
아구아루나 밀림의 밤
잃어버린 섬
피츠카랄도의 흔적을 찾아서
시인이여, 살롬!
엘베 강의 해적
콤파
침묵의 목소리
갈베스 선생님, 건배!
추추와 발보아에 대한 기억
순록의 나라
지중해의 고래
살가리
루카스라는 사람

천사의 방문을 받은 파파 헤밍웨이
후안파
아스투리아스
페데리코 아무개
콜로아네

 

 

 잊히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서른다섯 편의 이야기. 아마존의 환경 파괴, 유대인 수용소, 세르비아 민족주의, 소시민의 일상 등 다양한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여러 가지 사회 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그 존재의 존엄성을 말하는 이 단편 모음집은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아릿한 감동을 던져 준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1989)으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아마존 밀림이라는 거대한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인간을 그렸고, 같은 해에 발표한 『지구 끝의 사람들』에서는 고래를 보호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했다.이외에도 동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1996), 자전적 여행 소설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1995), 『귀향』(1994), 『감상적 킬러의 고백』(1996), 『악어』(1997), 중?단편 소설집 『외면』(1997)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작가는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자들을 위한 대변인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대체적으로 사회·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깔려 있고, 소외된 자들과 고통받고 억압받는 자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번에 나온 두 작품 역시 역사에 길이 남을 요란한 영웅보다는 제도권 밖에서 진한 인간미를 풍기는 일상생활 속의 영웅들을 그려 내고 있다.
 세풀베다가 2000년에 발표한 단편집 『소외』는, 잊힌 것들에 대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또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서른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 화려함 뒤에 숨겨진 묵묵한 진실이 담긴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 파괴, 비이성적인 세르비아 민족주의 등 다양한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여러 가지 사회 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그 존재의 존엄성을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며 그의 문학관을 전반적으로 충실하게 반영하는 이 단편집은,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정치, 사회,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
『핫 라인』은 세풀베다가 2002년에 발표한 소설로, 누아르 영화 기법과 추리 소설 기법으로 칠레에서 일상화된 사회악을 고발한 작품이다. 언뜻 들으면 제목이 선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비뚤어지고 왜곡된 성 문화를 질책하면서도 가볍게만 흐르지 않고 그를 통해 칠레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잘못은 잊어서도 안 되고, 용서해서도 안 된다>며 칠레 역사가 안고 있는 비리와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2년에 상영된, 정치적 탄압으로 사라진 실종자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 「어디에도 없다」에 이어 작가가 두 번째로 감독을 맡아 곧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온 세풀베다의 작품들은, 칠레가 안고 있는 과거 청산 작업 문제와 환경·생태 문제, 인류애라는 무거운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무엇보다 <공식적인 역사 이면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들의 진정한 역사는 작가가 써야 한다>는, 작가의 사회적 기능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두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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