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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평가_매경1.29일자

다보스포럼, 무엇이 논의되고 무엇이 남았나

 

2008년도 다보스 포럼이 닷새 동안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됐다.

제네바 소재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이번 다보스 포럼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증한 가운데 열려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포럼은 인류가 당면한 현재와 미래의 핵심주제를 놓고 세계 각계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장으로 나름대로 자리 매김을 했으나, 이번 역시 '부자들만의 모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글로벌 금융 위기 = 무엇보다 포럼 개막 전야인 22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일반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 포인트나 대폭 인하하자, 그 원인 분석 및 평가를 놓고 내로라 하는 포럼 참석자들이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미 FRB가 그 같은 규모의 금리 인하를 한 것은 20여년만의 일일 정도로 그야말로 '긴급 조치'였다.

인플레를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킬 것인지, 아니면 미국 경제에 이어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진입하기 전에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 하는 것이 이번 포럼의 다양한 세션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입장 차이는 자연스럽게 미 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 뿐만 아니라 미 FRB의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시의적절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차이를 낳았고, 구체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동조 금리인하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드러나 전반적인 기류는 미 FRB의 조치는 일종의 '극약 처방'으로,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해 가뜩이나 높은 유가 및 원자재의 가격을 더욱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플레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미 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에 대해 세계 증권가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미 FRB를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을 드러낸 사건일 뿐만아니라, 또 다른 버블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존 스노 전 미 재무장관은 "FRB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경제의 부정적 추세를 인식하고 과감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 ECB의 금리인하 거부 논란 = ECB가 미 FRB의 긴급 금리인하에 동조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미 FRB-ECB 간, 궁극적으로 달러화-유로화 간의 팽팽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이번 다보스 포럼 기간 내내 세계의 이목은 장-클로드 트르셰 ECB총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모아졌다.

다보스 포럼 참석에 앞서 유럽의 금리인하는 없다고 했던 트리셰 총재는 포럼의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금리인하 수용 여부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채 "우리의 나침반에는 하나의 바늘만 있다. 물가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 간의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경기 부양 보다는 인플레 억제에 역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같은 판단의 저변에는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유로존의 경제는 다소 성장이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미국과는 달리 여전히 '건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소로스는 현 글로벌 위기의 본질은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은 브레튼우즈 체제 60년의 '종식'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빈프리트 비쇼프 씨티그룹 회장은 25일 대통령 당선인 특사인 사공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은 경기를 물가안정보다 우선하고 있고 유럽은 물가안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그래서 미국의 경제가 유럽에 비해서 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한가 = 이 문제는 또한 미국의 경제침체를 '브릭스'(BRICs)로 일컬어지는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등 비(非) 서구의 신흥 경제권이 세계의 성장엔진을 교체해 담당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능한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스티븐 로우치 모건 스탠리 아시아 담당 회장과 길레르모 오리티즈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등은 기본적으로 미국경제와의 디커플링이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을 보인 반면, 중국과 인도측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제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자신들도 일정한 영향을 받겠지만, 양국의 급성장 및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량 규모 등을 들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사공일 위원장도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물 측면에서의 연관을 본다면 우리의 대미 의존도는 15%선이고, 대EU 의존도는 13∼14%이며, 대중 의존도는 18∼20%에 이르고 인도와 중동과 같은 신흥시장들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중국을 통한 타격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을 통해 받는 타격은 예전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흥경제권의 부상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경제권 인사들의 인사들이 지난 해에 비해 더욱 늘어난 데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 국부펀드 투명성 논란 = 아시아.중동 지역 등의 국부펀드의 긴급 수혈에 힘입어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충격을 극복한 것을 계기로 국부펀드의 투명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투자공사 등 국부펀드 대표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전 세계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최근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모기지 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것"일 뿐 아니라 "투명성에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과 국부펀드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있는 만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는 월가에서 JP 모건 체이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및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현재 2조5천억달러 규모인 국부펀드는 2015년까지 12조달러 가량으로 성장할 것으로 WEF는 전망했으며, 모건 스탠리는 국부펀드가 2022년까지 28조달러 규모로 성장해 미국 경제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부펀드만 투명성의 타깃으로 삼지 말고 모든 자본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포괄적 투자윤리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들도 나왔다.

◇ '결여된' 글로벌 리더십의 공동 구축 = '협력적 혁신의 힘'이라는 주제에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당면한 경제위기 외에도 기후변화.에너지.물부족, 테러 등을 비롯해 각종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지도력의 공동구축 필요성 논의됐다.

작년에 기후변화를 글로벌 톱어젠더로 삼아 전 세계인에게서 경각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던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은 '물 부족'을 올해의 글로벌 톱어젠더로 정한 뒤 포럼에 참석한 세계 각분야 지도급 인사들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반 총장은 수단의 다르푸르를 비롯한 아프리카.아시아 등지의 각종 유혈분쟁들이 가뭄 등 물 부족 사태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하고 아프리카 등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는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한 유엔의 개발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주요 고위급 회담'을 주최할 계획을 밝히고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세계화와 금융위기, 기후변화, 유혈분쟁, 테러, 글로벌 전염병을 비롯한 오늘날의 각종 심각한 글로벌 도전들을 맞아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정치권-기업-시민단체 등의 글로벌 공동 파트너십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유엔과 IMF, 세계은행 등과 같은 대표적인 국제기구들의 즉각적 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

브라운 총리는 25일 다보스 포럼에서 이들 국제기구 및 기관들은 1950년대의 문제점들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것인 만큼, 오늘날의 글로벌 도전들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들 기구의 주요 임무와 역할을 조정하고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유엔의 평화유지와 안정화, 재건, 개발 기능을 서로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IMF는 "글로벌 경제의 조기 경보시스템"으로, 그동안 개발에 중점을 둬왔던 세계은행은 "개발 및 환경 세계은행"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lye@yna.co.kr

(다보스=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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