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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7호> 대우조선 고공농성과 '1만명 비정규직 선언'

 

대우조선 고공농성과 ‘1만명 비정규직 선언’

 

 

지난 3월 7일 새벽 2시,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이 “플랭카드와 밧줄, 신나와 확성기를 둘러매고” 대우조선 남문 옆 고압송전탑에 올랐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 의장 강병재 동지. 비정규직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활동하다 해고되어 2년 넘게 투쟁해 온 그는 고공농성을 시작하며 남긴 글에서 “노동자의 삶이 자본의 이윤보다 소중하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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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 하나로 버티는 고공농성

 

그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곳은 154,000볼트 고전압이 흐르는 45m 송전탑의 20m 지점이다. 자칫하면 감전될 지도 모를 위험한 철골 사이 비좁은 안전발판 위에서, 바람을 막을 비닐막 하나 없이, 그는 몸뚱이 하나로 저항하고 있다. 침낭과 안전띠 하나에 의지한 채 지새운 밤이 벌써 2주째, 지난 주말엔 비까지 내렸지만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굳건히 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폐업한 협력업체와의 문제일 뿐이라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송전탑 아래 천막을 치고 농성 유지와 관련된 모든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농성을 지원하고 회사와의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넘어서 현장을 조직하거나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실천투쟁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자칫 위태로운 고공농성이 장기화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다행히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3월 22일 저녁 6시 고공농성 이후 첫 결의대회를 농성현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결의대회가 고공농성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연대투쟁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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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비정규직노동자 선언

 

고공농성이 시작되자 대우조선 정규직 현장조직들도 제각기 선전물을 통해 투쟁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이 중 ‘현장중심의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현민투)가 제안하고 추진 중인 “2만 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1만명 비정규직노동자 선언”이 주목된다.

 

‘현민투’는 3월 9일 ▲성과배분 직영-하청 동일지급 ▲중식 전 중회 퇴근 전 석회 등 현장통제 중단 ▲하청 폐업시 고용승계 ▲고공농성 해결 위해 대우조선 사장이 교섭에 나설 것 등 4가지 요구가 담긴 선언문을 배포하고 인터넷 카페와 휴대폰 문자를 통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참여를 제안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제안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휴대폰 문자가 폭주하여 문자를 받는 담당자를 1명에서 3명으로 늘려야 할 정도였다. 그동안 억눌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규직 현장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소통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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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에서 행동으로

 

자본의 일상적인 탄압과 극심한 현장통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선언에 참여한다는 휴대폰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매우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휴대폰 문자 하나가 곧바로 노동현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 역시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현민투’는 선언에 동참 한다는 문자를 보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요구와 생각을 확인하는 것부터,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믿음과 힘을 얻을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100명 이상의 초동주체가 형성되면 그들이 중심이 되어 비정규직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휴대폰 문자로 참여한 선언이기에 당분간은 대부분의 활동이 휴대폰 문자를 통해 소통되고 이루어질 것이다. 휴대폰 문자가 작은 행동으로, 그리고 다시 집단적인 행동으로, 마침내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현민투’가 추진하고 있는 ‘1만명 비정규직 선언’의 결과를 주목해 본다.

 

그리고 홀로 외로이 고압송전탑에 오른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몸짓이 현장활동가들의 실천과 만나고, 마침내는 억눌려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분과 하나 되어 터져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2011년 3월 21일 발행)

 

* 대우조선 비정규직노동자모임 인터넷 카페 : http://cafe.daum.net/gkcjdshehdwk

 

 

고공철탑에 오르며

 

해고투쟁 2년

“위장폐업, 해고살인 차라리 죽여라.”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의 삶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더 소중하다.” 라고 적힌 플랭카드와 밧줄, 신나, 확성기를 둘러매고 대우조선 남문 옆 송전선철탑에 대우조선해양의 탄압에 의해 해고된 비정규노동자가 살기위해 또 죽기위해 기어오른다.

 

-대우조선 비정규노동자의 현실-

 

이 땅에 노동자로 그것도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희망 없는 절망의 시작이다. 현대판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가난과 억압의 낙인, 자본가정권 발아래 신음하는 이중, 삼중의 착취질서의 아주 유용한 소모품인 “그 이름 비정규노동자” 우리들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하고 노동3권을 확보하기위한 저항을 초기에 싹을 잘라버리고 끝없는 굴종을 강요하며 근근이 연명할 정도의 저임금 속에 자신을 혹사하며 1달에 400시간이상의 잔업, 특근을 거뜬히 해치워야한다.

 

한해 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죽고 떨어져죽고 햇빛 한 점 없는 밀폐구역 유독가스에 방치되어 몽롱한 상태로 질식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우리 하청노동자에겐 지켜지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87년 이전의 공돌이 공순이가 지금의 대우조선 비정규노동자로 보면 정확한 현실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저항을 조직하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임금인상도 요구하고, 노동자로서의 당당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대우조선 1만7천 사내하청노동자와 1만2천 자회사 비정규직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고자, 대우조선 비정규노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를 결성하여 소식지를 발행하고 조직하고 투쟁하면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러나 대우조선 원청자본은 이를 방치하지 않았고 예외 없이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며 우리의 목줄을 잘라버렸다. 비정규노동자 탄압의 전형인 원청의 직접개입에 의한 핵심사업장 위장폐업으로 하노위의장 외 3명을 길거리로 내몰고 나머지 전원을 2개 업체에 분산 고용승계 시키고는 이후 하노위 회원 색출작업등 온갖 탄압을 자행해 왔다. 저들의 탄압에 맞서 하노위를 지켜내고 부당한 해고에 맞서 투쟁한지 2년을 넘긴다.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희망-

 

2009년 3월 하노위 의장이 대우조선의 탄압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아침에는 통근버스 정류장에서 퇴근시간에는 대우조선 각 문에서 ‘하청노동자 소식지’를 배포하며 단결투쟁을 고무하는 선전 선동과 부당해고에 대한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은 “자본의 이익에 충실하게 집행되는 개법이기 때문에 법정투쟁을 해봐야 안 된다”는 체념섞인 우려 속에 만인 앞에 평등한게 법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직접개입에 의한 위장폐업과 해고 그리고 사내하청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밝히기 위해 법정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결성을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어 탄압받아야만 하는 현실에 온몸으로 저항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철탑에 오르는 해고노동자의 절박한 투쟁이 여기 대우조선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2010년 매출12조 745억원, 영업이익 1조 111억원 사상최대 경영성과 달성은 비정규노동자의 피와 땀, 저임금과 가난의 산물이다. 자본의 끊임없는 이윤추구 앞에 쓰러지고 짓밟히는 비정규노동자의 아우성이 자본주의 거짓언론에 철저히 외면, 왜곡당하는 야만의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떠벌리는 희망이 사라진 세상, 불평등한 세상에 내가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유이다.

 

-고공철탑에 오르며 대우조선해양에 요구한다.-

 

제조업의 모든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다. 위장폐업, 해고살인 대우조선이 직접 고용하라!!

 

자본가정권의 사법부에서조차 인정한 불법파견의 문제는 비단 자동차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전반의 문제이며 여기 대우조선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형식적인 도급계약과 상관없이 실재사용여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 실재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권보유등을 볼때 대우조선해양이 비정규노동자의 실재사용자이다.

 

하노위 활동에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위장폐업과 해고살인은 명백한 대우조선해양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소송결과에 상관없이 해고에 대한 사용자성의 책임과 복직의 대상이 대우조선해양이다. 따라서 본인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죽기를 각오하고 철탑에 오른다. 이후 본인의 정당하고 처절한 복직요구 고공철탑투쟁을 물리력으로 탄압할 시에는 죽음으로 자신의 권리를 방어 할 것임을 천명한다.

 

-2011년 3월 7일 새벽2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의장 강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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