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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54호> 산별이냐 기업별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산별이냐 기업별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금속노조 선거와 각 지부 선거가 끝나고 제7기 집행부가 활동을 시작했다. 제7기 지부선거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후보 ‘미등록’이었다. 14개 지역지부 중 후보가 등록해서 선거를 치루는 곳이 7개 지부에 불과했다. 그나마 일반 부지부장까지 출마한 곳은 5개 지부뿐이었다.

 

타임오프제의 창끝은 어딜 향하고 있나

 

이렇듯 대규모 미등록을 불러온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타임오프제 실시에 있다. 2009년 타임오프제 투쟁은 금속노조 차원의 전국전선을 치지 못하고 각 사업장 별로 알아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개별 사업장에서는 노동부 신고와는 다르게 이면합의를 하든 수당 신설을 통해 무급 전임자의 임금을 조합비로 지급하든 전임자가 조금 줄어들거나 현행유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확보했던 지부나 노조 임원에 대한 추가전임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지부들이 지부임원 출마자를 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타임오프제의 창끝이 겨누고 있는 목표는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산별노조였음이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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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창구 단일화의 목표는 산별 무력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역시 마찬가지다. 교섭창구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섭대표노조가 되는 것이다. 당장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의 기본적 기능인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고, 이는 곧 노동조합의 존폐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교섭대표노조가 된다고 해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산별교섭을 약화시키고 기업별교섭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자체가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 노동정책의 반영이라고 할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다시금 ‘산별’인가 ‘기업별’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형태가 산별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기업별노조(지회)를 기본으로 해서 구성된 ‘한국적(?) 산별노조’는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할 수 없도록 강제되고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산별노조여야

 

만약 우리가 기업별이 아닌 산별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계속해서 금속노조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금속노조로는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로 강화되는 기업별 흐름을 뚫고나갈 수 없다. 우리가 다시 산별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산별노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회를 기본으로 한 현재의 금속노조 조직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우선, 지회 전임자의 최소 50%를 지부로 집중시킬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지부 전임자를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장 현장에서 동의가 불가능하다거나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다시금 묻는다. 산별인가 기업별인가?●

 

(2011년 10월 1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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