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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목소리가 무기” 풀뿌리 정보 실시간 타전

“거리의 목소리가 무기” 풀뿌리 정보 실시간 타전 1999년 11월 세계무역기구 3차 각료회의(미국 시애틀) 직전 일단의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였다. 회의장 내부의 (초국적)기업중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추진에 반대하는 ‘거리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퍼블릭억세스 위성 채널인 ‘프리스피치 티브이’, ‘페이퍼 타이거 티브이’ ‘빅노이즈 필름’ 등을 주축으로 한 이들은 3만달러를 추렴하고, 각지에서 흩어져 활동하던 100여명의 독립미디어 운동가, 각자 쓰던 방송 기자재 등을 집결시켜 비영리·자원활동에 기반을 둔 ‘독립미디어센터’( www.indymedia.org)를 만들었다. 웹을 기반으로 글·사진·동영상·라디오 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시애틀 거리의 목소리’를 전했다. 회의장 내부의 정부간 협의에 집중하는 거대언론사들과 달리 이들은 거리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며칠 사이 접속한 이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시애틀투쟁’을 담은 <시애틀에서의 한판> <이것이 민주주의다> 등의 다큐 작업으로도 이름이 잘 알려진 빅 노이즈 필름의 릭 라울리 대표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실에 굶주려 있었는지 절감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뒤 세계무역기구·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관련 회의나 선진 8개국 정상회의 등이 열릴 때면 어김없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던 수백명의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풀뿌리 독립미디어센터’를 이뤄 거리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지난 9월 칸쿤 세계무역기구 5차 각료회의 때도 이들은 ‘칸쿤 독립미디어센터’를 만들어, 칸쿤의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했다. 사샤 코스탄자 초크 등은 <라 보카 델 후라칸>(허리케인의 입)이라는 4쪽짜리 일일 신문을 현지에서 발행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역 독립 라디오방송 일을 하던 와지드 젠킨스는 ‘칸쿤 독립미디어센터’에서 라디오 프로듀서와 사회자로 일했다. 그는 이경해씨의 자결 등 한국민중의 투쟁을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등 현지 한국민중 대표단의 입을 빌려 전세계에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진보넷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몇몇이 시작한 ‘독립미디어센터’는 몇년 만에 6대주에 걸쳐 120여개의 독립미디어가 결합한 전세계적 미디어 네크워크로 발전했다. 이 네크워크엔 번듯한 사옥도, 중앙조직이나 회원 자격 제한 따위도 없다. 오직 자발성에 기반을 둔 이 수평적 연락·활동체계는 그러나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지구 구석구석 퍼져가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독립언론 활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그러나 거대언론엔 나오지 않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접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형 언론 활동이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적 사이트와 다른 대목은 논평·분석보다는 현장의 풀뿌리 1차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릭 라울리는 “나는 인디미디어가 시엔엔보다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더구나 시엔엔 사람들은 돈을 받고 일하지만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한다. 그리고 세계 어느 곳이든 우리 동료가 없는 곳이 없다”라고 ‘자랑’했다. 캐나다 뱅쿠버 출신의 비디오·사진 작가인 사라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장악한 거대언론이 외면하는 민중의 진실을 우리가 전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라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거대언론에 맞서 진실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작업결과에 대해 배타적 재산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카피레프트(정보공유) 정신에 따라 나눔과 공유, 연대를 주저하지 않는다. 각자의 작업·취재 성과를 나누고 공유하며, 그것들을 한데 모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칸쿤 투쟁’을 다룬 다큐도 이런 공동작업을 거쳐 곧 세상에 선뵐 계획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인터넷시대에 새롭게 출현한, 사상 초유의 웹기반 저널리즘’의 문제의식에 대해, 릭 라울리는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말을 빌려 “우리의 말이 무기”라고 설명했다.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바람과 자발성을 동력으로 인터넷을 타고 흐르는 ‘말들’, 그게 ‘돈’에 맞서 싸우는 자기네 무기라는 것이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이들은 조직돼 있고, 지구적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칸쿤(멕시코)/글·사진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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