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from 장애 2009/02/20 18:40

"워낭소리"라는 영화에 대한 극찬과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버스 안에서 나오는 라디오방송에서였다. 너무나 대단한 독립영화, 관객이 울고 나오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수많은 관객이 드나들었고 여느 상업영화에도 뒤지질 않는 영화. 영화관계자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이 방송을 듣고 절망했다.

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것이 내 게으름이든 가난이든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든 그럴 형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영화라는 것이 게다가 내가 마지막으로 부여잡고 있는 독립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멀게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영화에 대한 좋은 평을 듣고, 재미있다거나 시네마베리떼 어쩌구 하면서 그거 참 자연스럽게 잘 만들었다는 평도 듣고 할 때는 이미 그런 절망도 접어놓은 상태였다. 이젠 아예 내가 무슨 영화를 만들 수 있겠나 싶기 때문이다.

 

난 죽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내 우울증의 원인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후에 알게 된 사실, 워낭소리는 진짜 독립영화로 제작된 것이 아니었다네 하는 것이다.

 

"영화의 힘"이란 무엇일까?

그 중 독립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영화의 파급력은 실로 놀랍다.

무자비하게 총질을 해대며 피가 낭자한 미국영화들이 전세계에 미친 영향도 크고, 단순히 권선징악을 강조하며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매료시킨 인도 영화도 파급력이 컸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 동기를 부여해주었고 한국의 독립영화들은 내게 소외된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힘들게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1인 제작시스템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어디에 서야 할까? 초창기 기회의 땅임을 알리고 누구나 잘하면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지며 그이들도 누구나 워낭소리처럼 잘 만들면 그래서 흥행이 잘 되면 감독으로써 널리 이름을 떨치리라 생각하게 될까?

 

난 그 어떤 주제도 못되지만, 어쩐지 많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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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8:40 2009/02/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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