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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는 방법 [제 854 호/2008-12-24]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더 나은 새해를 맞이하고픈 연말연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경제 한파로 인해 조금 주춤한 듯하지만 어려울수록 함께 나누는 분위기는 이웃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쳐 준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선물로 주는 것이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과학의 각 분야에 연구할만한 거리를 제공한다. 그중에는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루돌프는 수사슴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수사슴은 크리스마스 무렵에 뿔이 떨어지기 때문에 루돌프가 암사슴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 크리스마스만 되면 우울해지는 크리스마스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점 또한 낭설이다.

심리학자 브라이스 보이어는 1955년 <미국 심리 분석협회 저널>에 크리스마스 우울증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온 세상이 축복하는 날인데, 자신은 아기 예수에 비해 온 세상의 축복을 받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가설일 뿐이고, 실제로는 ‘계절 영향 장애(SAD)’에 의해 우울증이 생긴다는 학설이 조금 더 설득적이다. SAD란 1984년 정신과 의사 로먼 로젠탈이 정의한 증후군으로, 겨울에 일광 시간이 감소하면 뇌의 화학 작용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빛이 부족하게 되면 뇌 속 신호 전달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의 대사가 영향을 받아서 우울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지루하게 보낸 사람들과 달리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낸 사람들의 경우 그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심장 마비와 고혈압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사과나 팝콘 등의 특별한 음식으로 꾸민 풍요로운 우리에서 지낸 쥐들이 표준 우리에서 지낸 쥐들보다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고 하니 여러모로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풍요롭게 보내는 편이 좋겠다.

풍요로운 크리스마스에도 과학은 숨어 있다. 크리스마스 때 세일을 함으로써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을 10퍼센트 낮추면 판매량이 20~30퍼센트 올라가고, 디스플레이를 잘해 놓으면 판매량이 80퍼센트나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상품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선물 고르기에 노력을 더 많이 쏟고 포장이나 진열에 신경을 쓰는 반면 남성은 점원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여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은 상점은 포장이나 진열에 신경 쓰기보다 점원을 많이 배치해서 남성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은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 산타를 떠올려보면 웃음 짓고 있는 얼굴과 입을 덮는 덥수룩한 휜 수염, 그리고 산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룩한 배가 생각난다. 산타의 배가 언제나 뚱뚱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타는 아마도 결함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만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몸이 지방을 태울 수 있는 능력이 한계를 넘어선 이후에도 끊임없이 지방을 갈구한다. 단백질 생성을 관장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체내에 얼마 만큼의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지를 뇌에 알려주고 그만 먹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의 결함을 가진 비만 유전자는 이 호르몬이 부족한 것이다. 심각한 비만이 아니더라도 조금 뚱뚱한 사람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전자 결함이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뚱보 문제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다. 지방이 너무 많으면 당의 대사가 무질서해지는 당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타는 세계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음식물섭취를 관리할 것을 권유한다. 더불어 산타는 몸을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 발생이 1퍼센트가 줄어들 경우 1년 동안 체중이 2.3kg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성인이 기준이다.

산타가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라면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예수의 탄생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들은 금, 유향, 몰약 등을 바쳤다고 한다. 고귀한 금은 축하 선물로 이해가 되지만 유향과 몰약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향과 몰약은 모두 나무에서 나오는 진을 채집한 것으로 향기가 나는 원료이면서 악을 물리쳐 준다고 전해져 왔다. 나무는 흰개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나무껍질의 손상 부분을 덮기 위해 진을 생산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상처 치료에 쓰여 왔던 유향과 몰약은 최근에도 항균, 항염증 효과가 입증되었다.

요컨대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희망과 자선을 노래하는 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우울한 마음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저절로 풍요로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하늘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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