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주쓰레기의 위협 [제 871 호/2009-02-02]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우주쓰레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여성은 델타 로켓의 연료탱크의 파편에 어깨를 다치기도 했고, 2006년 러시아의 정찰위성이 추락할 때 대기 중에서 타면서 태평양 상공으로 떨어지면서, 때마침 270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 중이던 라틴 아메리칸 에어버스(Latin American Airbus)와 가까이 지나가는 사건이 있었다.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것은 달 뿐만이 아니다. 우선 약 800여 기의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면서 통신이나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따지고 보면 1957년 세계 최초의 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래 약 6,000여 기의 인공위성이 우주에 올려졌고, 국제우주정거장(ISS)도 현재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한국도 무궁화, 아리랑, 우리별 등의 다양한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한편 2002년 9월에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아마추어 천문가는 크기가 10~50m로 추정되고 지구 주위를 50일 주기로 공전하는 흥미로운 물체를 발견했는데 이 물체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J002E2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영국 BBC방송은 이것이 새로 발견된 지구를 도는 위성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밀조사 결과 J002E2는 1969년 발사된 우주선 아폴로 12호의 잔해로 판명됐다. 아폴로 12호를 실은 새턴V 로켓에서 분리된 3단 연료통이 오랫동안 태양 주위를 돌다가 지구를 도는 궤도로 돌아온 우주쓰레기인 셈이다.

대형 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은 수명이 다하면 우주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지구에 떨어뜨린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2월 수장된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 미르이다. 러시아는 1986년 미르를 발사해 15년 동안 지구를 돌게 한 뒤 천천히 태평양으로 떨어뜨렸다. 대형 인공위성 역시 수명을 다하면 지구로 떨어뜨려 바다에 수장시키거나 대기권 속에서 공기 마찰을 통해 불태워 버린다.

문제는 모든 위성이 이렇게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성에 역추진 로켓을 달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마찰열로 태워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주환경은 공기가 없기 때문에 태양을 받는 면과 그 반대편의 온도 차가 극심하다.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의 온도는 영상 120도이고 그늘 쪽은 영하 180도에 달한다. 인공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앞뒷면이 번갈아가면서 태양을 보도록 하거나, 냉각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장이 나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 차이 때문에 위성이 깨져버리고 배터리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우주 쓰레기가 되는데, 우주쓰레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파편들이 여기서 발생한다. 지난 2월 임무를 종료했던 우리나라 아리랑위성 1호도 이런 우주 쓰레기가 될 신세다.

우주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잔해뿐만이 아니다. 위성발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로켓의 상단 동체 부분, 로켓과 인공위성을 분리할 때 발생한 파편이나 페인트 조각, 우주인들이 유영 중에 버린 도구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물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965년 미국의 우주인인 에드 화이트(Ed White)가 우주 유영 중 잃어버린 장갑이나 1966년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가 우주공간에 떨어뜨린 카메라 그리고 최근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이 떨어뜨린 공구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쓸모가 없어진 635kg짜리 암모니아 충전 장치(EAS) 등도 우주쓰레기들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계획도 우주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68년에서 86년 사이에 미국과 러시아는 20회 이상의 위성요격 무기시험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주에서 미사일이 부서져 만들어진 잔해는 이미 그곳에 있는 우주 쓰레기나 인공위성과 부딪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쓰레기만 해도 크기가 10cm 이상인 것이 7,000개, 1∼10cm 크기가 1만 7,500개, 0.1∼1cm 크기가 350만 개 이상이 지구궤도에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큰 쓰레기는 관리가 되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다. 커다란 파편들은 레이더 등으로 탐지가 가능해 위치를 파악하면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우주정찰네트워크(SSN)는 10㎝ 이상 크기의 우주 물체 약 1만 3000개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1㎝ 정도의 작은 물체들이다. 주로 로켓이나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부품, 페인트 부스러기 등 작은 우주 쓰레기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은 크기의 우주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원래 인공위성은 초속 7∼8km의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그래야 지구의 중력에 이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성이 폭발하게 되면 파편들은 기존 속도에 힘을 받아 파편들의 운동속도가 초속 10km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이런 파편들은 지름 1㎝만 되어도 시속 100㎞의 속도로 200㎏의 물체가 부딪치는 충격을 가하게 된다. 지름이 10㎝ 정도가 된다면 다이너마이트 25개를 터트리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발휘한다. 만약 이런 파편들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대형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린다.

다행히 아직 인공위성의 기능이 손상될 정도의 충돌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이언스지 발표에 따르면 우주쓰레기의 대부분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고도 800∼1,000km에 몰려 있다. 고도 35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400∼600km에서 비행하는 유인우주왕복선에는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ISS의 경우 지상 레이더로 ‘쓰레기 더미’가 가까이 다가올 조짐이 관찰되면 ISS의 고도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의 원인이 우주쓰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작은 우주쓰레기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위성이나 우주왕복선을 띄울 때 우주쓰레기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실제로 1991년 스페이스 셔틀은 러시아의 코스모스 인공위성의 부품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7초 동안 긴급 엔진가동을 수행한 바 있다. 또 각국의 우주기구들이 우주 탐사선을 발사할 때마다 반드시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방호 뚜껑을 씌우고 우주 쓰레기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코스로 비행경로를 잡는다.

우주쓰레기의 또 다른 문제는 지구 자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주 개발이 활발해질수록 이런 우주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우주개발에 나선 국가는 우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지만, 우주쓰레기를 없애는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NASA 자료를 보면 고도 800km에 떠 있는 1∼10cm 길이의 쓰레기를 지상 레이저포로 없애려면 2년간 무려 8,000만 달러(약 800억 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10cm 이상의 쓰레기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향후 발사할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할 즈음 지구 대기권으로 유도해 태워버리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행어처럼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보다 향후 처리에 신경 써서 우주 개발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