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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모든 걸 꿰뚫어보는 THAM [제 889 호/2009-03-16]

재난이나 사고는 예고치 않고 우리에게 찾아온다. 뼈가 부러졌을 때 직접 그 부분을 개봉해 보지 않고 다행히도 엑스레이 촬영으로 부러진 부위를 알 수 있다. 이처럼 터널도 구조물을 공사하지 않고 사전에 붕괴 위험을 파악하여 더 이상 갑작스런 터널 붕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2004년 영동선 터널 붕괴, 2008년도 성수동 지하철 분당선 지하철 터널 지표 함몰, 2008년 고속철도 금정산 터널 붕괴 사고 등 매년 중대형 터널 붕괴사고는 약 20여 건 정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복구비가 연간 평균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전에 미리 터널의 붕괴를 인지하고 예방했다면 비용 손실은 물론 인명 피해도 줄일 수 있겠지만 사실 터널 붕괴를 예측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터널 공사 시작 전에 지반조건 변화나, 시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취약 조건을 미리 설계 단계에서 검토하여 시공에 들어가지만 터널 공사가 시작되면 현재 터널이 어느 정도의 위험도가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터널 굴착 시 안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가 시공을 진행하면서 작업장의 표면 조사와 관찰을 통해 공학적인 판단과 계측 결과를 검토하여 안전성을 판단하긴 하지만 전문가에 따라 평가나 안전 여부의 판단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와 같은 터널 붕괴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신의 인공 신경망 기법을 도입하여 세계 최초로 기존 붕괴사례에 기반을 둔 터널 붕괴 위험도 지수(KTH-index)를 제안하고, 이에 기반으로 둔 터널 시공 위험도 관리 시스템 (THAM system, Tunnel Hazard Management system)을 개발하였다. 인공 신경망(인공지능) 기법은 인간 뇌의 학습 효과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인간은 특정한 문제에 있어 원인과 이에 따른 효과를 이용하여 훈련을 하면 실제 경험하지 않더라도 훈련받은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고 예측한다. 인공신경망 기법은 이런 뇌의 학습 작용을 특정 상황에 적용하여 컴퓨터가 특정 문제에 대해 패턴을 추적, 분석하여 기존 유사한 사례를 통해 해석하는 기법을 말한다.

THAM 시스템은 100여 개의 기존 터널 붕괴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연구원이 개발한 인공지능 자료 분석 시스템을 통해 이 데이터베이스를 학습시켜 만든 시스템이다.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통해 터널 붕괴의 원인이 되었던 각각의 조건들을 위험도 별로 분류하고 각 진행 상태를 계량적으로 수치화하여 개별적인 조건별로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학습 된다.

이렇게 학습이 된 인공지능시스템은 새로운 터널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조건, 인자들에서 측정되는 수치를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학습한 수치와 비교 분석하여 현재 진행하는 터널의 위험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제시하게 된다.

THAM 시스템이 판단하는 주요 분류 항목은 터널의 기하형상, 지질조건, 불연속면 조건, 지하수 조건, 굴착방법, 지보패턴 등 총 6개 항목이다. 각 세부항목은 터널의 단면적과 터널의 심도, 암성강도, 막장풍화도, 불연속면상태, 단층대의 상태, 불연속면의 기하학적 상태, 지하수유입량, 환산지하수위, 강우강도, 굴착방법, 굴착성능, 굴착속도, 표준지보패턴강도 등 총 17개 항목이지만 현재는 강우강도와 굴진속도를 제외한 15개 항목으로 위험도를 측정한다.

각각의 항목을 다시 최소 0등급(양호)에서 최대 10등급(불량)으로 나누고 항목별로 가중치를 곱한 뒤 합산하는 형태로 평가 점수를 주게 되며 평가는 0점에서 100점 사이에 분포하게 된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붕괴 위험이 높고 점수가 낮을수록 붕괴 확률이 낮음을 의미한다.

THAM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한국 수자원공사에서 진행한 울산 대암댐의 보조 터널 공사에 적용되었다. 현장에서는 시공 초기부터 THAM 시스템을 도입하여 아무런 사고 없이 터널을 공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각 터널 공사 현장에서 THAM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사고가 예방될 뿐만 아니라 효율적 관리를 통해 향후 10년간 약 1,00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이 예상된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 현장 실무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활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다. 하드웨어가 훌륭해도 소프트웨어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쓸모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글 : 신휴성 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하구조물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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