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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우주를 보다 [제 762 호/2008-05-23]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도 있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인간의 시야는 하늘에 떠서 먹잇감을 찾는 새보다 좁고, 도시인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야생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시력이 나쁘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먼 곳의 물체를 더 잘 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 그것이 망원경이다.

우선, 망원경은 크게 보고자 하는 물체를 향하는 대물렌즈와 눈에 가까운 쪽에 있는 접안렌즈로 구성된다. 대물렌즈는 물체의 상(像)을 맺기 위해 사용되는 렌즈로, 접안렌즈에 대응하는 말이다. 접안렌즈는 대물렌즈에 의해서 생긴 상(像)을 확대하여 보기 위한 장치로, 앞뒤로 움직여 상이 가장 뚜렷하게 보일 때까지 조정한다. 접안렌즈와 대물렌즈에 각각 볼록렌즈와 오목렌즈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망원경의 종류를 나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망원경은 광학 망원경으로서, 빛의 굴절 현상을 일으키는 렌즈를 조합하여 물체의 상을 확대한다. 실용적인 망원경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네덜란드에서 안경점을 하던 한스 리퍼세이이다. 이때가 1608년으로, 한스가 만든 망원경은 볼록렌즈를 대물렌즈로 쓰고 오목렌즈를 접안렌즈로 사용했다. 이 망원경은 더치 망원경, 즉 네덜란드식 망원경이라고 불렸다.

더 먼 곳을 눈으로 보고자 하는 욕망은 땅 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유명한 과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우주 관측에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손수 렌즈를 연마해 천체 망원경을 제작한다. 갈릴레이의 천체 망원경 역시 작동 원리는 더치 망원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에 각각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사용한 것이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 목성의 위성 등을 발견하였다.

갈릴레이식 망원경은 시야가 좁은 점 등 여러 가지 단점이 있어 후에 개량형이 등장한다. 대물과 접안렌즈를 모두 볼록렌즈로 사용하는 형태로, 이것을 케플러식 망원경이라고 한다. 케플러식 망원경은 갈릴레이식과 달리 눈에 들어오는 상의 상하좌우가 실제 물체와 정반대이다. 갈릴레이식과 케플러식은 모두 렌즈만을 사용하며, 이를 합쳐서 굴절 망원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물렌즈가 일종의 프리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 주변에 무지개처럼 빛이 번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색수차(色收差)라고 한다. 이 색수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사 망원경이 등장한다.

반사 망원경은 렌즈가 아닌 곡면 반사경을 이용해 빛의 굴절을 얻는다. 대표적인 반사 망원경의 형식은 뉴턴식이며, 그 때문에 뉴튼반사 망원경이라고도 불린다. 빛이 오목반사경에서 반사되어 빛을 모으고 상을 맺게 한 후 접안렌즈로 그 상을 확대해서 보게 된다. 여기에 반사경이 모아 주는 빛의 진행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평면 거울 등을 함께 조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반사 망원경 역시 곡면 반사경의 특색 때문에 고유한 상의 왜곡을 피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렌즈와 조합한 반사굴절 망원경이 등장한다.

가시광선에 의존하는 망원경은 아주 먼 곳에 있는 천체를 관측할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렌즈와 반사경으로 빛을 굴절시키고 상을 확대한다한들 먼 거리를 날아오면서 약해지는 빛의 세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천문학에서는 천체가 반사하는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 망원경 뿐 아니라 전파 망원경, 엑스레이 망원경, 감마선 망원경등을 이용한다. 물론 광학 망원경 이외의 망원경들은 우리 눈에 물체의 상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지한 파의 세기 등을 그래프나 분포도의 형태로 출력한다.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가시광선이 아니라 전파이므로 대형 안테나를 이용한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망원경은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은 굴절 망원경이다. 쌍안경도 일종의 굴절 망원경이라 볼 수 있으며 조류 관찰이나, 높은 전망대에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들도 굴절 망원경이다. 이에 반해 반사 망원경은 특정 장소를 찾아 가야만 볼 수 있다.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민간 천문대나 과학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데 이는 반사 망원경은 굴절 망원경에 비해 부피도 클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관측을 위해서는 지구의 자전에 따라 망원경도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해야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사 망원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 가평에 있는 코스모피아 천문대나 경기도 부천에 있는 상구 천문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양평국제 천문대 등이다.

지상에만 반사 망원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 공간에도 반사 망원경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허블 망원경이다. 우주공간에는 빛을 난반사 하거나 흩어지게 하는 공기의 두터운 층이나 먼지가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고화질의 선명한 천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가끔 TV 나 잡지에서 멋진 천체의 모습들이 촬영된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진들은 모두 허블 망원경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이다.

우리의 눈을 뛰어넘어 어둠속에 묻혀 있던 별을 보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열망이 드디어 망원경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망원경의 개발로 인해 우리는 꿈이라 생각했던 별들의 실체에 좀더 다가 설 수 있게 되었다. 꿈은 현실이 되고 상상은 실체를 이루듯 우리가 꾸는 꿈들이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구현이 될 지 사뭇 궁금하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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