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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라 그러면 만들어질 것이다 [제 777 호/2008-06-27]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일요일 오후 현민이네 집
TV를 보던 양과장은 왠지 배가 조금씩 출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간식을 먹을 시간이 된 건가. 여보~ 우리 출출한데 빵이라도 좀 먹자!”
점점 배가 나오는 양과장이 그리 보기 좋을 리 없겠지만 정여사는 애들처럼 칭얼거리는 양과장을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빵만 있을 뿐 빵을 찍어 먹을 잼이나 마요네즈, 버터 한 조각도 없는 것이 아닌가.

“여보~ 아무래도 오늘 간식은 좀 참아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빵이라도 먹을래요?”
“에이 그래도 식빵에 버터 발라 먹으면 맛있는데….”
약간은 미안해하며 대답하는 정여사의 대답에 방에서 게임을 하던 현민이도 양과장 옆에 앉으면서 투덜대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정여사는 집안일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배만 고프다고 시위를 하는 두 부자를 골려줄 생각이 번뜩 났다.
“좋아요! 그럼 버터를 먹을 수 있게 해 줄 테니 후회하지 않기에요!”
왠지 모를 꿍꿍이를 숨긴 정여사의 말에 양과장과 현민이는 두말하지 않고 승낙을 했다.
“좋아요! 지금 집에 버터는 없고 휘핑크림만 있으니 버터를 만들어서 먹도록 해요”
“엥 버터를 만들어 먹자고?”
“엄마 버터를 어떻게 만들어요?”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과장과 현민이가 되물었다.

정여사는 냉장고에서 휘핑크림을 꺼내 입구가 크고 뚜껑이 있는 용기에 넣고 휘핑크림의 2배 정도 되는 찬물을 넣었다. 그리고 간을 맞추기 위해 1스푼 정도의 소금을 넣고 나서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양과장에게 휘핑크림이 들어간 통을 떡하니 내밀었다.
“자 이제 두 부자가 신나게 흔들어 보세요!”
“이걸 흔들어? 언제까지 흔들어야 하는데?” 황당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양과장에게 정여사는 고소한 웃음을 보내며 말했다.
“덩어리가 져서 소리가 안 날 때까지요~”

그리고 양과장과 현민이는 휘핑크림과 물이 섞여 출렁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흔들고 또 흔들었다. 그리고 근 1시간이 흐르고 난 뒤
“헉헉 여보! 이제 소리가 않나!”
“아이 팔 아파~ 엄마 이제 더는 못 흔들겠어요. 팔이 빠질 것 같이 아파요!”
양과장과 현민이가 울상을 짓자 정여사는 다가와 통의 뚜껑을 열었다.
“음~ 잘 흔들었네요! 어디 보자.”

통속에 들어간 걸쭉한 휘핑크림은 연노랑 색의 물과 분리되어 옹알옹알 두부 살같이 뭉쳐져 있었다. 정여사는 채에 건더기를 건져낸 후 배 수건으로 물기를 꽉 짰다. 그리곤 다시 랩으로 감싸고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냉장고에서 꺼낸 휘핑크림은 어느새 버터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자 이제 버터를 만들었으니 맛있게들 드세요~”
“와~ 이게 정말 버터야?”
눈이 왕방울만 해진 양과장이 놀라면서 말했다.
“그럼요~ 어디 맛을 한번 볼까요? 음~ 조금 싱겁긴 하지만 맛있는 버터가 됐네요.
“와~ 신기하다. 엄마 어떻게 버터가 만들어진 거예요?”

“응 그것은 바로 우유가 가진 독특한 성분 때문이야. 우유는 3대 영양소가 다 들어가 있는 완전식품으로 수분이 약 89%, 지방은 3.4%, 그리고 단백질이 약 3% 정도 들어 있단다. 이 우유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제하면 생크림이나,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을 만들 수 있어. 이 가운데 버터는 생크림을 통해 만들 수가 있는 거지.”

“냠~ 냠~ 그러니까 원유를 통해 휘발유와 각종 다양한 기름을 정제하듯 우유도 그렇다는 거지?” 벌써 식빵에 버터를 잔뜩 발라 열심히 먹고 있던 양과장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네~ 생크림은 우유에서 수분을 빼고 유지방을 농축시켜 만든 것인데 이 생크림에 들어간 유지방의 구조는 물리적으로 자극이 매우 약해 가공 중에 자극을 받으면 유지방끼리 응집하면서 버터가 만들어지게 돼요.”
“냠~ 냠~ 그럼 버터를 만들 때 꼭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우유를 가지고 만들 수도 있잖아요!” 양과장에 질세라 열심히 빵을 먹고 있는 현민이가 물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시판되는 우유는 지방을 분리해서 저지방으로 만든 우유가 많아서 만들기가 쉽지 않아. 결국 생크림으로 할 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흔들어야 버터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 하지만 바로 짠 우유로는 그렇게도 가능해. 실제로 버터가 처음 발견되었던 것도 가죽주머니에 우유를 넣은 뒤 자신도 모르게 흔들다가 물과 유지방이 분리된 것을 발견한 것이 시초야. 아직도 히말라야나 아프리카 일부 지방에서는 가죽주머니로 버터를 만들기도 한단다.”

“아~ 그렇구나. 엄마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주 맛있어요. 우리 다음에도 만들어 먹어요. 다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많이 만들어요.
“그래 여보. 우리 식구가 다 먹기에는 좀 부족하니 다음에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보자~”
입 주위로 잔뜩 버터를 묻힌 양과장과 현민이를 보고 정여사는 왠지 고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요. 아 그런데…. 다음에는 손으로 흔들지 말고 믹서기로 하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렇게 손으로 만들어 먹으니 더 맛있죠? 호호”
“헉! 엄마!!”
“여보!!”
양과장과 현민이의 볼멘 목소리를 듣자 왠지 통쾌해지는 정여사였다.

[실험방법]
준비물 : 생크림(시중에서 판매하는 휘핑크림을 구매하면 된다), 냉장 보관된 물, 입구가 크고 뚜껑이 있는 용기, 꽃소금, 스푼

[진행순서]
1. 냉장보관한 생크림을 용기에 붓는다.
너무 많은 양을 하면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적당한 양을 붓는다.
2. 생크림이 들어 있는 용기에 생크림 양의 2배 정도 되는 물을 붓는다.
- 생크림만 넣어도 되지만 물을 넣으면 더 빨리 분리가 이루어진다.
3. 생크림이 담긴 용기 뚜껑을 닫고 힘껏 흔든다.
- 생크림 10ml에 물 20ml를 넣고 흔들 경우 약 2시간 정도 흔들어야 했다.
4. 용기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유지방이 연한 황색으로 굳어지면 용기의 물을 제거하고 냉수로 2~3회 씻는다.
5. 덩어리를 배 수건으로 물기를 꽉 짜고 나서 냉장 보관하면 버터가 된다.
6. 식성에 따라 꽃소금으로 간을 하면 되는데 소금은 처음에 넣어도 되고 배 수건으로 짤 때 넣어도 무방하다.

[실험 Tip]
- 손으로 흔들기 어렵다면 집에 있는 도깨비 방망이나 믹서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손으로 직접 흔들어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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