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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노련

[6.29 성노동자의 날 4주년 민성노련 간담회 발제문]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 통합
성특법 주도 주류여성계 위상 변화, 투쟁방향 고민돼



안녕하세요.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위원장 이희영입니다.

먼저, 이번 성노동자의 날 4주년을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하게 된 데 대해 연대단위에 매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건이 아무리 열악하다 해도, 결과적으로 볼 때 오늘 성노동자 운동을 기대만큼 진척시키지 못한 점은 어떤 역량의 한계로도 변명할 수 없는 우리들의 책임임을 통감합니다. 아울러 연대단위의 지속적이며 애정어린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첫 번째로 민성노련의 실태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성노동자의 날을 기준으로 약 절반 정도의 회원이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신규 회원관리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가 많이 미흡합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초기에는 소식지를 배포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지금은 신규회원을 상대로, 필히 알아야 할 사항을 구두로 주지시키는 정도입니다. 주로 강령에 나타나 있는 생존권, 노동권, 건강권, 인권유린에 관한 것들과 규약에서 정한 노동시간과 휴가 등 회원들의 권리와 직접 관련된 사항들입니다.

회원교육이 미흡한데에는 민성노련 임원진의 역량이 약화된 사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성노동자 운동의 중심에서 주체적 역할을 맡아 일하던 임원진 또한 잦은 교체로 인해 운동의 성과가 축적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것입니다. 민성노련이 반드시 풀어야 할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민성노련 지역 내 재개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민성노련이 소재한 이곳은 건설자본과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의해 재개발이 준비 중인 곳입니다. 물론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화 도시 정책과도 관련이 있지만, 무엇보다 성매매 특별법이 사실상 집창촌 폐쇄를 목적으로 한 법률인 점이 이들의 재개발에 명분을 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민성노련은 그간 오갈 곳 없는 예비 철거민으로서, 성명과 직접행동으로 정책당국에 아무런 대책 없는 재개발에 반대하며 현 자리를 사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곳은 민영개발 대상 지역인데다, 극심한 불경기로 인해 건설자본과 지주들의 이해가 잘 안 맞는지 재개발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추진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우리는 항상 강고한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성노동자 운동과 최근 정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성노련이 성노동자 운동에 박차를 가할 당시와 지금은 정세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초기,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특히 이를 주도하던 여성권력계인 주류여성계에 초점을 맞춰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들은 실현가능한 자활대책은 세우지도 못한 채, 우리를 '구원'하는 양 선전하면서 이른바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이란 명목 아래 예산을 따내 정작 '실익'은 자신들이 챙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지금 이유야 어쨌든 주류여성계는 권력계에서 조금은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징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한다고 집창촌 폐쇄에 앞장서 2005년 11월 25일 출범한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얼마 전부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 통합돼 사실상 본래의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성매매 특별법을 근거로 예산만 낭비하던 사람들이 결국 유야무야되고 있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난처한 점도 있습니다. 이렇듯 주류여성계가 비주류 권력쯤 위치가 바뀌다 보니, 억압과 피억압의 관계에서 하루아침에 그들이 피억압자의 위치에 놓인 것처럼 모양새가 이상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성노련이 애초 여성권력계를 향해 설정했던 투쟁방향이 함께 모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고민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노동자운동의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성노동자운동이 서구나 제3세계에 비해 너무 늦었지만, 그럼에도 태어난 것은 그간 성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성거래를 묵시적으로 용인해오던 정책에서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법제화를 통해 전면 금지주의로 돌아선 데 기인합니다. 물론 이 정책의 타켓은 집창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관계로 1차적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들이 탄압에 맞서 일어난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연대단위가 민성노련을 중심으로 결합해 성노동자운동의 이론과 실천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노동자운동은 민성노련에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성노련처럼 집창촌 지역뿐만 아니라 음성적 성거래에 종사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노동자들 또한 꾸준히 주체화 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들도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실태를 숨기지 말고 솔직한 목소리를 드러냄으로써 음성부문의 성노동자들에게도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향후 성거래 정책이 선진화되려면 반드시 성매매 특별법은 전면적인 개정이나 폐지되어야만 합니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의 성노동자들은 항상 불법이란 낙인이 찍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비범죄화건 합법화건 사회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조속히 합리적인 정책이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만, 성거래 형태에 있어 생계형과 기업형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 부분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성노동자운동은 사실 이제부터입니다. 집창촌 성노동자들이 성매매 특별법에 저항해 일어난 자연발생적인 움직임이 1기 운동이었다면, 2기 운동은 내용에서 보다 정교해지고 풍성해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성노동자들은 주체로서 역량이 취약한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민성노련의 작은 경험처럼 사회적으로 문이 열리고 시민사회단체와 신뢰 있는 소통을 하다보면 성노동자들도 꾸준히 한 걸음씩 발걸음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9. 6. 29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http://cafe.daum.net/gksdudus


[참조] 간담회에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사회진보연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노점노동조합연대, 독립프로덕션 빨간눈사람, 한국인권뉴스, 대만 COSWAS 인사들이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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