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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 정권, 공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다
‘여성 위한 도서관’ 만드는 제주여자들 | |||||||||
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 달리도서관 개관 앞둬 | |||||||||
닮은 꿈을 꾸는 여자들은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서로를 알아본다.
“2층을 공공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어!” 건물을 가진 옥미 언니가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꿈꾸고 있던 여성들. 그 동안 혼자만의 꿈으로만 가지고 있던 생각보따리를 풀어냈다. 외국에서 돌아와 생생한 현장을 만들고 싶은 여자 윤홍, 즐거운 일이면 언제나 동참 의지를 가진 정수, 어리, 지영의 눈이 달빛처럼 반짝거렸다. 손때 묻은 책으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도서관 “선배들은 책상 하나, 전화기 한대 놓고 조직을 만들었다는데, 우리는 공간 있고 마음 맞는 멤버들이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 씩씩한 여자들은 작정하고 거침없이 저질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아보자!’는 야망까지 닮은 여자들은 일단 실밥 터진 주머니에서 쌈짓돈 30만원씩을 꺼내놓았다. 옆에서 응원하는 허오, 화연, 미순, 은경도 30만원씩 보내왔다. 5백만 원 대출을 받아서 같이 갚아나가는 ‘빚쟁이들의 연대’로 서로를 꽁꽁 묶였다.
자기가 읽는 책들을 도서관으로 가져와 나누는 ‘책장 나눔’ 컨셉으로 책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도서관. 손때 묻은 책들에는 책 주인의 세계가 느껴진다.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이 머물러 가는 친구네 방 같은 도서관. 1인 1만원으로 이용 가능한 여성전용 게스트 룸을 만들었다. 저녁밥상을 치우고 산책하며 들를 수 있는,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인터넷 방송으로 ‘책 읽어주는 여자’ 프로그램이 흘러나가는 도서관. 다양한 문화예술, 예술인들이 교감하는 도서관이 되기로 했다. 마음을 나누고 발품을 팔아 만들어낸 변신 여성들은 각자가 가진 것들을 풀어 나눌 줄을 알았다. 윤자 언니와 미형의 능력 올인! 그녀들이 시키는 대로 페인트 칠, 사포질, 색깔 다른 핸디코트를 바르며 깔깔거린다. 저렴하고, 질 높은 자재를 찾아 발품을 팔고, 각자의 집에서 비품들을 실어 나른다. 누군가 내다버린 책장을 주워다 곱게 다듬어내고 헌 미싱 다리 위에 판을 얹어 책상을 만든다. 화장실 문이 사무용 책상으로 탈바꿈하고, 헌 책이 의자 다리가 되는! 여자들의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변신이 즐거웠다. 설문대 할망처럼 통 큰 옥미 언니는 후배들 주린 배를 챙기고, 살림살이들을 퍼주느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분주하다. 용택 형부, 무환이랑 혜지랑 온 가족이 동원되는 이벤트까지.
서울서 양평으로 이삿짐을 싸는 친구는 그 와중에도 도서관 로고와 심볼 작업을 해주고, 미리 공간을 확인하고 벽면을 장식할 그림이며 소품들을 사다 주는 친구도 있었다. 따뜻한 사람들의 기운으로 채워지며 도서관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자기 책에 사인을 하거나 책도장을 찍고, 목록을 작성해 달리도서관으로 보내면 자기 이름의 책장이 만들어진다. 수량은 20권 이상,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면 된다. 전국에서 책들이 속속 도착하고, 비어있던 책장들에는 드디어 책 주인의 이름표가 붙여진다. 책 주인이 낯선 곳에서 자기의 이름과 흔적을 발견하게 될 때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다가오는 10월 30일 금요일, 제주에서 ‘생활과 책, 그리고 문화가 만나는’ 달리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첫 프로그램으로 11월 3일 화요일엔 ‘박미라의 마인드 힐링 강좌’를 연다. 여성전용 게스트 룸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제주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제주를 여행할 때 쉽게 들를 수 있다. 달리의 여자들은 두근두근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듣는다. 기쁘게 떨리고 있다. *문의: 064)702-0236. dallibook@hanmail.net 제주도 제주시 이도2동 1017번지 2층 |
새로운 일이 두려워 지는 것을 통해 나이가 드는 것을 느낀다. 일을 준비하면서 결과나 과정이 가져올 기쁨을 생각하기 전에 뒷 탈이 가져올 무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내가 어느새 젊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을 발견한다.
이명박 정부가 가져다 준 기쁘지 않은 선물의 하나는 모두를 젊잖은, 젊지 않은 사람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등줄기를 훑어 내린다. 그간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이것이 기우나 노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공안의 망령이 일상에서 되살아나는 것도 그렇다.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공안분실에서 호출명령이 전달된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사찰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적인 편지들이 읽혀지고 대화를 엿듣는다. 같이 살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헬기를 동원한 위협이 자행되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용산의 절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함께 아픔을 호소한 이들은 몇 달을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지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들에게 징계가 가해졌으며, 위협이 더해지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에 체험학습을 인정한 교사들은 거리로 쫓겨났으며, 그들의 숫자가 늘어가는 중이며, 돌아갈 교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런 시기에 교육운동의 전략을 재구성하자는 포럼이 가을이 오고 있는 지난 9월 26일에 진행되었다. 단지 모인 숫자만으로 그 의미의 경중을 가릴 수는 없지만 상당한 규모의 강의실을 채울 정도의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 하루 종일 토론을 했다. 이 날 자리에는 익숙한 직책이나 언어 습관을 가진 얼굴들을 대신한 새로움이 돋보였다. 국책기관의 연구원들이나 대학의 교수들이나 젊지 않은 교장들은 자리를 피했다. 그간 교육운동의 중심에 서있던 교사들도 드문드문 섞여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참여자들은 청소년이나 학부모나 학교의 비정규 노동자들이었다.
한국의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하여 시장화를 향하고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간 각 지역이나 단체들에서는 초등, 중등, 그리고 대학의 급별로 쏟아져 나오는 시장화 정책에 나름대로 저항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일제고사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학교는 급속도로 시장화되어가고 있다. 학교에는 시나브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대학은 철저하게 이윤기제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핵심인 대학입시제도는 전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현실을 공유하기 위해 오전에는 초중등부문 시장화의 쟁점과 과제, 대학시장화의 현황과 과제, 청소년교육운동의 흐름과 과제,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함께하는 교원 구조조정, 학교현장의 불안정노동 확산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지역운동차원에서 경기지역의 사례와 충북지역 학부모 운동의 사례가 연이어 발표되었다.
폭발하듯 터져 나온 각 지역과 급별 사례들은 모두 자신의 절박한 현안 과제들을 제기하며 연대를 호소하였다. 교육운동진영의 대응방식은 더 이상 수세적인 방어논리의 반복을 넘어서라고 요구받고 있다. 지금과 같이 교육운동진영이 자신의 의제 혹은 당장의 현안에만 매달려서는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교육시장화 학교시장화 공세에 맞서기조차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 하기에 교육운동진영은 관행적인 현안 정책 대응을 넘어서는 한국사회의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무엇보다 대중스스로가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실천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공동의 인식에 이르렀다. 이런 필요에 의해 오후에는 그간의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의제에서 실천까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자본과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 지배 이데올로기, 그리고 인간 소외를 확대 재생산한다. 또한 교육을 이윤 축적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교육을 통하여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한다. 학교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기여하거나 순응하는 노동력을 교육을 통하여 생산한다.
한국 교육은 이런 보편적인 문제에 더하여 근원적인 질곡이 하나 더해져 있다. 그것은 학벌사회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 초중등 교육과정을 왜곡하는 대학입시, 공정성을 가장한 서열 평가는 학력이라는 잣대에 의해 전국의 학생을 서열 짓고 있다. 한국 대학서열체제의 특징은 대학의 교육력이나 학문과 무관하게 입학생들의 성적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에 있다.
학벌이 사회 권력과 연관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부와 권력을 분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오로지 학벌 획득을 목표로 하기에 교육은 공공성을 상실했으며 지식은 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하기에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비합리적인 사교육 비용이 교육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볼 때 개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투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기 때문이다.
학벌사회로 인한 문제를 외면하면서 사교육비만이 정책적인 과제로 등장한 결과는 교육의 시장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정책에서 시장화(marketization)란 교육 분야에 시장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자는 논리에 기반을 둔 정책변화이다.
공공재로서의 교육의 특수성 때문에 교육의 시장화는 민영화나 자율화, 규제완화 등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 그러나 학벌사회에서 교육의 시장화는 한국교육에서 시장이나 상품화의 경향은 늘려 나갈 수 있으나 주류경제학적인 의미에서의 시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교육이 본래 가지는 공공재나 외부효과 등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하지만 소수의 학벌이 독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정책의 전개 과정에서 교육의 시장화는 교육의 실패에 따른 위기를 전가시키기 위해 정부주도에 의해 전개되었다. 한국 교육에서 교육의 시장화는 단지 정책적인 수단으로 등장할 뿐 수요와 공급이나 가격기제에 따른 조절 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 교육의 시장화는 단지 정책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며, 시장화 정책의 결과는 교육의 계급화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이나 그 활동의 결과 얻게 되는 지식은 상품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출신 배경에 따른 지위를 계승하는 역할을 선발이나 서열기제를 통해 수행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의 시장화 정책을 통한 교육의 계급화는 더욱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핵심에 일제고사가 자리잡고 있다. 일제고사는 공교육 실패에 관한 책무를 지역과 학교에 묻는 수단으로 국가는 평가를 장악하고 경쟁은 개별학교와 지역이 담당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상품의 가치를 계량화하고 소비자들에게 학교라는 상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일제고사 결과는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시키기에 충분한 변별력을 가져야 하고, 그 결과인 정보는 공개되고 있다.
학교가 서열화되고 미래가 등급 지어지는 현실에서 지역과 학교와 교사들과 학생들은 이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서열을 평가하는 일제고사로 인해 학교의 서열을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쫓겨난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에 인간은 고통스러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교육은 그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을 북돋울 수 있기에 모두에게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만약 교육이 그러한 역할 자체를 포기하거나 소수를 위해서만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 교육은 반(反)교육이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머리를 둔 세계화, 인류가 공유해야할 지식과 정보가 상품화, 가치가 실종되고 이윤을 추구하는 욕망이 지배하고 있다.
하기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은 자본주의적으로 상품화되어 개인의 정치․사회․문화․지식적 권력, 재산의 정도 등과 같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적․선택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기초 교양 교육이 이루어지는 초․중등 교육에서는 특정 부문의 전문적 엘리트 양성을 위해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인간 모두의 사회·역사적인 노동 성과인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교육활동에서 교수학습과정 참여자 사이는 민주적이어야 하며, 상호 대등한 관계이어야 한다. 모든 교육기관은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교육(운동)의 주체는 교육은 반자본·반계급적이라는 지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교육은 단순히 지배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 장치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이데올로기와 실천을 생산하는 장으로 기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과 국가가 통제하고 강제하는 교육으로부터 빚어지는 정치-사회-문화-계급적 불평등 확대는 전체 노동자·민중의 피폐된 삶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교육(운동)의 주체는 교사·학생·학부모에서 계급적 주체인 노동자·민중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 날 교육운동의 전략을 재구성하기 위한 포럼은 운동주체의 확대와 공동의 실천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으며, 다음 포럼을 기약하며 공동선언문을 읽으며 마무리했다. 가을이 오고 있는 계절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그 순간에도 용산의 아픔은 서울역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 번호이동과 성전환
입법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방식은 결국 더 많은 규제조건들을 만들거나 명문화한다는 점, 기존의 법안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다. 모든 입법운동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호적상의 성별변경 등과 관련한 특별법은 호적정정은 필요하지만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에게 법적 요건에 부합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들을 원천 배제한다. 그리하여 "진성 트랜스젠더"이기 위한 "조건", "자격심사기준"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까다롭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문제는 법안을 제정해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호적법과 주민등록법 등 관련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근본'적인/'효과'적인 "해결"일 수 있다. 입법운동은 사실상 기존의 법을 문제시하지 않으며 기존의 법/담론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식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별로 없으며 (있다고 해도 결국 기존의 법/담론의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호적정정이 쉬워졌다고 해서 다른 불편들까지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성전환자가 자기 이미지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의 경합
흔히 '섹스-젠더정체성-섹슈얼리티-성적 지향성-성적 행동들-성적 권력관계에서의 지위'는 함께 묶여서 남성적인 것들과 여성적인 것들로 일컬어지며, 이 모두가 '남성적 또는 여성적'이라는 수식어 아래에 적합하게 결합하고 있어야 정상이라고 간주된다. 반대로 이 중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이라고 비난받는다. 사람들은 그 결합 속에서 순수한 젠더의 개념을 찾고 그것을 불변의 사실로 인식하고 살아간다. 스톤이 제시하고 있는 '장르로서의 젠더' 개념은 고정된 일련의 연계들에 기반하고 있는 '남자 아니면 여자' 식의 고정관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사고방식의 전환을 제시하는 대안이다. 따라서 장르로서의 젠더 개념은 각 요소들 간의 관계를 유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적 또는 여성적'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 범주와 명명, 그리고 경계지대
왜 꼭 고통스럽고 힘들어야만 하는가? 즐거우면 나를 주장하고 요구할 수 없는가? 지금도 즐겁지만 더 즐겁기 위해 나를 주장하고 요구하면 또 안 되는가? 고통과 힘든 생존만 전시할 것을 요구하며 이렇게만 말할 것을 요구하는 그 지점에 문제제기하는 것이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고민 중이다. 동시에,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 건 아니란 점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고통을 말하는 것이 반드시 "관음증적 페티시"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며, 이런 발화행위가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을 주장하는 방식이기도 할 때, 고통을 통해서만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구조에 문제제기하는 동시에, 이런 고통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 성별전환의 법담론 비판
즉, 현행 법제상으로는 성전환을 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하기가 어렵다. 혼인해소의 사유가 본인에게 있는 만큼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법개정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
- 대담
한채윤 ......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의 이미지나 느낌, 성별과 관련된 인식과 주변과의 관계, 규범과의 부딪힘들을 반추해보고 낯설게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 지점이 그동안 우리가 보지 않았던, 우리에게 금지되었던 '채널'로 젠더 규범과 제도를 보자는, 이 책의 의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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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p 11군데 전문의를 찾아다니면서 진단서를 받았고, 나를 남자로 봐 왔고 남자로 인정한다는 진술서를 학창시절 선생님까지 찾아다니면서 33명의 지인들에게서 받았어요. 그리고 인우보증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 파트너의 진술이에요. 그래서 여자친구가 나를 남자로 인정한다는 얘기들, 성관계 얘기들,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얘기들 등을 적어 주었죠. 그렇게 라면 한 박스 정도 되는 서류를 준비해서 법원에 제출했어요. 재판이 6개월 정도 걸렸는데, 중간 중간 계속 증거자료를 요구하더라고요. 가장 뜬금없었던 것은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여자친구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를 내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호적정정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졌거든요.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써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성관계에 대해서 진술해 줄 여자친구를 만들어낼 수도 없고. 그래서 영화를 한 편 찍었죠. 제가 그 여자 친구가 되어서 진술서를 작성해서 냈어요. 제가 써 놓고도 한 번도 다시 읽지 않았어요. 너무 민망해서. 참 민망하더라고요. 하여튼 그런 과정을 통해 성별을 변경한 거죠. 제가 성별변경을 준비할 때, 다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결국 그 계란으로 바위가 깨진 셈이죠. (- 누군가의 삶은 그 자체가 투쟁이기도 하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숨기는 것이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이는 내가 상대방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판단에 따른다. 전적으로 신뢰하고 평생 친구로 여기지만 커밍아웃으로 헤어질 것을 염려하여(실제 이런 경험들이 있다) 커밍아웃을 하지 ㅇ낳을 수도 있고,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밝히는 것의 여부가 관계를 지속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를 알아야만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것이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은 아니다. "저 트랜스 젠더에요"라고 얘기할 때, 상대방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도 있고, 이 말에 화가 나거나 당황할 수도 있고, 그러려니 하며 별다른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화를 내거나 더 이상 소통하길 거부하는 경우라고 해서, 이를 혐오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자기 자신에게 커밍아웃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상대방 역시 이런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 그렇기에 커밍아웃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험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 그러니 누군가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일회성 통보가 아니라 '난 당신과 나의 어떤 정체성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당신이 나의 어떤 정체성을 고민하며 나와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자, 나의 어떤 정체성과 관련해서 소통하겠다, 혹은 하고 싶다는 신호이다. ... 그러니 커밍아웃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이전까지 맺어 온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전까지 맺어온 관계부터 앞으로 맺어 갈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다.
신시아 인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통의 문제를 공공연히 말하자.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이다. 사람들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비전문적인 것으로, 직업상 일탈로, 공공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고통의 초월, 이것이야말로 남성성의 본질이다. 고통을 말하면, 현실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의 관점인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다."
서비스업 고용 흡수 여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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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침체에 따른 제조업 경기 급락으로 인한 고용 감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동안 꾸준히 고용 창출에 기여해 온 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이 높지 않아 향후 고용 흡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08년의 취업자수가 연평균 2,358만명을 기록하면서 2007년에 비해 14만5천명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와 같은 취업자수 증가는 신용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 이후 가장 적으며 2007년 28만1천명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분기 및 월별로 2008년의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악화 추세가 더 뚜렷이 나타난다. 1/4분기의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 증가는 21만6천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으나 4/4분기에는 5만1천명에 그친 것이다. 게다가 12월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우리 수출 급락과 내수 하강의 타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취업자수가 전년동월대비 1만1천명 줄어들었으며 올 1월에는 취업자수가 10만명 이상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용 부문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아직까지 3%대 초반의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구직단념자가 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불완전 취업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 사정은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업이 고용 둔화 주도
최근의 고용 사정 악화는 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1> 참조). 2008년 중 제조업 취업자수는 4만명 감소하였는데 이는 수출 중심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면서 생산성, 효율성 제고와 자본집약적 산업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추세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 4만8천명 줄어든 것에 비해서도 감소폭이 작은 것이다.
반면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온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2007년 3/4분기 이후 취업자수 증가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8년 4/4분기의 취업자수 증가가 1/4분기의 절반 수준(15만명)으로 급락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업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 등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부문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서비스업 고용이 최근 부진한 이유는 고용 변동성이 커서 경기 상황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 변동성을 표준편차로 확인해본 결과 2000년대의 서비스업 고용 변동성은 제조업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기업이나 자영업의 비중이 높고 고용의 경직성이 크지 않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을 상대적으로 더 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3/4분기까지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제조업 경기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나타낸 반면, 신용 경색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는 2008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둔화되면서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 업황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최근의 경기 변동 특징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고용 사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따른 2008년의 고용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추세적인 취업자수 증감을 기술적으로 제거한 후 순수하게 경기 순환에 의해 발생하는 부분만을 관찰해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최근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제조업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제조업에서의 고용 이탈 압력 높아
향후 제조업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고용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2008년 4/4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수출 급락과 이에 따른 제조업 경기 하락이 그 원인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물 1단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수를 나타내는 1인당 고용유발계수(=취업자수/실질생산)는 2000년을 100으로 놓으면 2009년에는 53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2008년의 제조업 고용 수준이 2009년에도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조업 실질생산이 올해 10% 가까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급락에 따른 교역 물량 감소로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출 제조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작년 말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업체들이 고용 조정 이전에 가동률을 낮추고 재고조정에 들어가는 등 경기 침체에 대비하여 다른 방도를 먼저 강구하겠지만, 침체의 폭이 깊어지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계 기업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고용 이탈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서비스업에 비해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지만 지금과 같은 급격한 경기 침체의 상황에서는 고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구제금융 신청 이후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제조업의 고용 둔화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경험이 있다(<그림 4> 참조).
부가가치 낮은 서비스업, 인력 흡수 여력 낮아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고용 사정이 그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이유는 제조업에서의 고용 감소가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 증대로 전환되어 왔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고용 확대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고용 대란으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산업의 고용 흡수 여력은 부가가치 창출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서비스업의 각 부문별 부가가치를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의 1인당 명목부가가치(=서비스업 명목GDP/서비스업 취업자수)는 그 동안 금융보험업 분야에서의 IT 기술 도입, 도소매업 등에서의 자영업자 감소 등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 노력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왔다. 하지만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생산성이 이처럼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이보다 더 빨라 양자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그림 5> 참조). 1992년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이 거의 동일하였지만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서비스업의 1인당 부가가치 창출력이 제조업의 60%대로 하락하였고 그 이후에도 격차는 계속 벌어져 2008년에는 제조업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서비스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인력을 새롭게 받아들일 여유가 많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서비스업을 각 부문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서 저부가가치 부문의 고용 유발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6> 참조). 먼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에서는 통신업, 부동산업 부문에서만 연평균 4% 이상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루어졌으며, 금융보험업의 고용 증가는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부가가치 부문 중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많은 인력을 끌어들여 2008년에만 6만명의 고용을 새로 창출했지만 2008년 3/4분기까지의 1인당 부가가치액은 서비스업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2천1백만원 수준을 나타내었다. 또 사업서비스업은 8%가 넘는 높은 고용증가율을 나타내었으나 1인당 부가가치액은 2천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생산성도 낮으면서 고용 증가도 더디거나 마이너스인 서비스업 부문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 등인데, 이 부문들의 명목 부가가치액은 8백만원~2천2백만원 수준이었으며 취업자수 증가율도 -0.6%~1.5%에 불과했다.
자영업, 퇴로 역할 힘들어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고용 증가가 이들 부문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증대로 새로운 고용 기회가 늘어난 것이라면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은 제조업의 유출 인력이 서비스업으로 불가피하게 유입되는 성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운수업, 오락문화업, 기타 개인서비스업 등의 1인당 부가가치가 서비스업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환위기 이후 다른 부문에서 고용 기회를 찾지 못한 인력들이 이들 산업으로 대거 유입되어 부가가치의 추가적인 하락과 과당 경쟁을 야기한 바 있다.
서비스업의 인력 흡수는 상당 부분 자영업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자영업주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하는 개념인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007년 현재 도소매업 46.5%, 음식숙박업 44.7%, 운수통신업 39.8%로 제조업의 14.6%에 비해 크게 높다. 문제는 통상적인 시기에는 자영업 부문으로의 고용 흡수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직후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나 제조업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하면서 이로부터 퇴출된 인력들이 다른 금융 관련 기업이나 새로운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부분 저생산성의 자영업 창업 등에 나섰다(<그림 7> 참조). 1998년 당시 전체 취업자에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취업자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이들 산업 내의 자영업자인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함께 높아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자영업에 유입되는 인력보다 퇴출되는 인력이 더 많은 구조조정의 과정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면서 2008년에는 자영업 취업자수가 6백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영업으로부터의 純인력유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 부문의 부가가치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아직 구조조정이 미흡한 상황이다. 서비스업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생계형, 가족형 사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을 여타 선진국, 경쟁국과 비교해 보아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림 8> 참조). 캐나다와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2007년 기준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31.8%로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외환위기 이후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자영업 창업이 실업의 대안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들 부문의 고용 흡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기에 따른 고용 위축 본격화될 것
향후 세계 경기 급락과 수출 침체에 따른 제조업에서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서비스업에서 이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에는 경기가 V자형으로 급락했다가 회복됐기 때문에 부가가치 하락을 감내하면서도 제조업이나 여타 부문의 인력을 서비스업이 일부 흡수한 경험이 있다. 포화 상태의 자영업 부문에 진입한 사람들이 비교적 단기간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그나마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작년 4/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저하추세는 외환위기 때 만큼 심하지는 않겠지만 경기 하강 지속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글로벌 동시 복합 불황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배가되어 자본력이 약한 자영업자들부터 퇴출되기 시작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자영업의 대량 퇴출 사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 기업 뿐 아니라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비스업 부문의 인력 진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수요 급락 방지책과 확실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통해 고용 창출력을 높여야만 여타의 일자리 대책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
교사들이 말하는 ‘학교폭력, 그 이면’ | ||||||||||||||||||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 3인 좌담 | ||||||||||||||||||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를 둘러싼 교사들의 이야기 교사들이 직접 쓴 학교폭력에 대한 생생한 현장보고서가 이야기책으로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학생생활연구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들이 8여 년간의 연구와 논의를 통해, 직간접으로 겪은 학교폭력 사례들을 재구성한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김경욱 등저, 양철북)를 펴냈다. 저자들은 학교폭력의 대안이나 평화유지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 실제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상세히 드러내고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교사들의 솔직한 심정과 고민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열린 토론이 가능한 논쟁적 텍스트인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생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피해갈 수 없는 배움터와 일터의 현실문제다.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 선생님들이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를 읽고 좌담을 가졌다. 다음은 우완(고등학교), 우돌(고등학교), 미정(중학교) 세 교사가 나눈 학교폭력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학생들의 ‘쎈 척’을 분석해낸 점 흥미로워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의 세계를 실제적으로 세밀하게 관찰해 분석해내고 있어서, 내가 가르치는 애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보고 싶어질 정도다. <김경태의 생존수칙>편에 보면 학급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칙’들이 나오는데, 이런 것 토론해보면 재미있지 않겠나?” 우완: “어, 정말 그렇겠다. 학생들에게 한번 들이밀고 얘기해보는 게 훨씬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김경태의 생존수칙>편과 <그래도 연극은 계속된다> 두 편에 걸쳐 ‘쎈 척’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분석하고 있는데, 학생들 사이의 ‘쎈 척’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주의 깊게 보았다. 이번 학기 초에 1학년 수업에서 자기소개를 모두 발표하도록 했는데, 학생들은 싫어하는 것에 대해 공통적으로 ‘쎈 척’을 꼽곤 했다. 신입생으로 들어와 친구관계를 새로 맺어가는 시점에 언급되는 것인 만큼 뭔가 중요한 것 같았는데, 그때 난 그 ‘쎈 척’이 뭔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고는 단지 ‘잘난척한다’, ‘포장한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그게 ‘반항하는 행동’을 가리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이 그 ‘쎈 척’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새로웠다. 학생들마저 ‘싫다’고 하듯, 학교사회에선 소위 ‘반항하는 학생들’에 대해 단지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애들’이라거나, ‘규칙을 어기는 애들’, 그래서 ‘나쁜 애들’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선 학생들이 생존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쎈 척’을 분석해낸 점이 매우 신선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 우돌: “그런데 이 책은 아무 관점도 없이 애들을 맑은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고 관찰하며 쓴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관점’이 분명히 있다. 그 관점에 대해 토론해 볼 여지가 있다. 말하자면 학교 안의 불의를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쎈 척’에 대해서도 신선하게 분석해 놓기는 했지만, ‘쎈 척’에 대해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거다. ‘지각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표현으로 학급분위기를 정리하는 것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규율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다. 소위 ‘쎈 척’이라고 불리는 행동들 중에서도, 용의복장 규율을 어기는 행동과 남을 괴롭히는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똑같은 ‘쎈 척’=일탈로 보고 있다. <그래도 연극은 계속된다>편의 마지막에 학생이 ‘왜 나는 쎈 척하면 안되느냐’고 묻는 질문은 그래서 시사적이다. 책에서 분석해 놓았듯 학생들의 ‘쎈 척’은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는 투쟁의 일환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근절되어야 할 것인가? 하나의 개성이고 생존전략이고 자신들만의 표현방식일 수 있다. 사실 어른들의 사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돌: “사실 세밀하게 보자면, 이 책 한 권 안에 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에 대한 교사 자신의 혼란이 드러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이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권력을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 두기가 되지 않는 거다. 교실 안의 상황을 그 안에 들어가서 보느냐, 밖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책에서는 교사가 그 안에 들어가서 학생들 중 어느 편에 속해 있다. 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애들을 무서워하는 느낌이 있고, ‘쎈 척’을 공론화함으로써 학생들이 당황하자 어떤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애들이 ‘쎈 척이 왜 안돼요?’ 하자, 교사가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묘사된다. 그걸 보면 그런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우완: “나도 책을 읽으며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내 안에 있는 감정과 만나는 걸 느꼈다. 사실 신규교사들이 학교 현장으로 들어오며 걱정하는 것들은 모두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항상 ‘요즘 애들이 말은 좀 잘 듣냐’고 안부를 묻는다. 이것도 다 그런 두려움을 전제하고 있는 질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교사들이 내가 꼭 쥐고 있어야 할 권력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다. 그런 나 자신이 책 속에 드러난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 나타나 있더라. <평화의 신은 없다>에 나타난, 작년에 말썽부린 학생들을 새 학년에 다시 맡게 되었을 때의 절망도 그런 거다.” 우돌: “교권이란 게 대체 뭔가? 그게 요즘 내 고민이다. 세상에서 보통 ‘교권’이라는 말은 학생인권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말해지곤 한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교권의 박탈이라고 느끼는 심리가 그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교권의 반대개념이 학생인권이 되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이 책이 학생인권을 무시하는 책이 아니란 건 알지만, 구석구석에 보이는 그런 교사의 심리가 드러난 부분들이 당황스러웠다.” ‘개입’해야 할 때와, 해선 안될 때가 있어 우완: “내가 또 이 책의 내용과 내 고민과 만났던 지점은,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고, 학생들의 관계 안으로 파고들려고 했던 담임교사의 태도가 얼마나 유효한가 하는 부분이다. <평화의 신은 있다>, <평화의 신은 없다>에 나오는 선생님들이나, <나이팅게일의 일기>의 주인공 선생님은 학생들의 관계에 굉장히 민감하고 개입하려고 한다. 나도 그런 교사였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나 아이들 간의 문제가 잘 보이고, 또 학생들이 스스로 나한테 이야기하러 많이 오고, 그런데 내가 해결할 방법은 몰라서 괴롭고…. 그래서 다른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불쌍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더라. ‘그런 관계문제에 차라리 무관심하면 학생들이 저희들끼리 해결하는데, 이건 우 선생이 너무 그런 문제에 예민해서 생기는 문제다.’ 정말 그런 건지? 이 책에 등장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 간의 관계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서 관찰하고, 개입하고, 뛰어다니지만, 결국 그래서 더 괴로워 보이기도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학급을 전통적인 강압적 방식으로 지도하는 교사가 관계의 면을 보지 못해 문제를 키운다면, 나이팅게일 선생님은 지나치게 개입해 화를 부르기도 하는 것 같았다.” 우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담임교사의 역할이 여러 가지 서류업무와 민원을 처리하는 동사무소 직원 같아지는 게 사실이다. 애들끼리의 관계는 못 본척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교사들이 점차 많아진다. 아주 큰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는 이상, 못 본척하려는 현상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나이팅게일의 일기>에서의 나이팅게일 선생님처럼 하는 것이 대안인가? 그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과연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학생들 간의 관계에 담임교사가 개입해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나는 ‘개입’의 문제에 있어서, 이런 것은 구분하려고 한다. 왕따라고 다 같은 왕따가 아니다. 그 해의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따돌림으로, 그 아이가 감당하고 지고가야 할 문제일 수도 있고, 그 아이가 어떤 학급에 가든 매년 맞이하게 되는 반복된 패턴일 수도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왕따 당하는 아이는 좋은 아이였는데 실은 그 아이를 왕따시키는 애들이 이상한 것이야. 그러니 나는 그 아이를 왕따시키는 아이들의 무리 속으로 돌려보낼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른 반 친구와 학교생활 즐겁게 잘 하라고 했고, 실제로 그 아이도 그렇게 잘 지냈다. 그 아이만의 약점을 꼬투리 삼아 희생양과 같은 왕따를 만드는 경우에는 담임의 단호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는 담임의 개입이 필요 없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점도 개입해서 가르쳐야 할 점이다. 사실 왕따의 핵심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다. 나는 학생에게 물은 적 있다. ‘너 내 성격 마음에 안 든다고 때릴 수 있어?’ 학생이 나를 못 때리는 이유는 내가 선생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왕따는 왕따가 될 만해서 그런 거라고들 하지만, 친구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때릴 수는 없는 거다. 이런 건 담임으로서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따’에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있을까?
그때 학급에서 왕따 문제를 해결하겠답시고 학생들을 데리고 했던 이야기가 ‘모두를 좋아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다르다. 미워하지는 말자’는 거였는데, 참 공허하더라. 미운 걸 어쩌겠는가? 마음이 그런 걸. 이 책을 보며 그 때 그 미움의 감정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교실 안에서의 삶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보니, 좁은 교실 안에 하루 종일 머무르며 서로 상처 주고 아웅다웅하는 것이 참으로 가련했다. 실은 30~40명씩 모여 하루 종일 자유롭지 못하게 지내는 상황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가? 스트레스 쌓이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니 그 나쁜 에너지가 서로를 미워하는 데로 가는 것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 교실 안에서 끊임없이 서열을 만들고, 그룹을 만들고, 기 싸움을 하고….” 우돌: “그러니까 그런 상황이 바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공간을 돌아봐야 할 상황인 거다. 우리가 규율과 도덕이라고 가르친 것이 학생들끼리 서로를 찌르는 무기가 되는 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가?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만들어 놓은 질서, 이 질서가 과연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규격이 오히려 왕따를 만드는 것 아닌가? 과연 윤리교육, 정의교육이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리타분한 프레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 본다. 학생들의 서열 짓기 문화, 생존수칙, ‘쎈 척’ 이런 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미정: “그 서열 짓기 문화라는 게, 과거에는 남학생들만의 문화였지 않나? 남자아이들은 서열 짓고 대장 뽑고 꼬붕 정하고, 여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끼리 조용히 구석에서 놀고. 그런데 과거와 달리 여자아이들 목소리가 커지고 또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패거리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게 왕따, 따돌림이 아닌가 한다. 싫으면서도 싫지 않은 척, 놀아주던 착한 여학생들도 이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돌: “그럼 따돌림에서 긍정적인 면도 좀 찾아볼 수 있다고 봐야 할까?“ 우완: “내가 보기엔 여자애들한테까지 좋지 않은 남성적 패거리문화가 전파된 거다. 여자애들이 더 폭력적이 된 것 같다. 옛날에는 차마 싫어하는 애들에게 그러지 못했는데. 그냥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싫지만 놀아주고. 그런데 요즘은 모욕을 주고, 야리고, 욕하고 하는 폭력이 일상화되었다. 만만한 대상을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도구로 여긴다.” 미정: “이런 측면도 있다. 힘을 써 본 사람이어야 힘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다고 하지 않나. 가족 내에서 폭력적인 아버지권력에 대한 싫은 감정을 인정하고 필요하면 싸워야 되듯이, 학생들이 부정적인 패거리라도 형성하면서 사회 내 권력관계에 대한 감을 익힐 수도 있는 거다. 과거의 여학생들이 전혀 모르던 사회적 망을 형성하는 것.” 우돌: “난 학급공동체의 붕괴가 큰 원인일 것 같다. 학급의 공동체가-사실은 상상의 공동체였지만- 공고했던 시절에는, ‘내’가 배제될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학급공동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패거리를 형성한다. 행려병자들이 예전에는 마을공동체 안에서 묻어 살아갔지만 지금은 시설로 가야 하듯, 학급에서 권력관계의 약자들은 얼렁뚱땅 학급공동체에 기대 1년을 보내는 것이 예전에는 가능했다면 지금은 불가능해진 거다.” 우완: “그렇다면 이전과 같은 학급공동체의 붕괴를 부정적으로 봐야 하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우돌: “나도 ‘정의로운 학급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교사들이 적극 개입하라’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묻게 된다. ‘억지 공동체’를 애써 만들어 애들의 감정을 변화시키거나 교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인 룰로써 폭력은 쓸 수 없도록 하는, 공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에게도 ‘나 상처받았다’가 아니라, ‘나의 권한을 침해 당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 아닐까. 피해자를 위한 교사의 시도들도 다 상처를 준다. 교사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학생들이 안다. 난 차라리 제대로 된 ‘쎈 척’을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이 담임 앞에서 ‘쎈 척’한다는 건, 담임이 권력이라는 걸 파악했다는 거다. 그건 대단한 통찰이다. 난 그런 것을 건강한 표현이라고 본다.” 폭력에 대처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 우완: “학생의 ‘쎈 척’도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또 개입할 곳에는 개입하고, 그러나 너무 개입하지는 말고…. 너무 어려운 게 담임교사의 역할인 것 같다. 담임의 권력이라는 게 학생들과 대척 지점에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담임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정: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사이의 길’. 폭력적인 방식에 대해선 배제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원칙 정도가 최소한의 역할이지 않을까?” 우돌: “아무리 좋은 담임이라도 담임은 권력이 있고, 학생들이 그 권력을 자각하는 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부담은 줄더라. 학급 행사하면서 뭐 공동체강화니 뭐니 거창하게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게 됐다. 교사가 한 몸 바쳐 모든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교육계에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화해하라는 식의 소용없는 개입 말고, 폭력적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면 대체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는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 모두 공동체 안에서 합의하고, 공식적인 룰로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규칙을 만드는 거다.” 우완: “그러기 위해서는 폭력이 왜 안 되는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한데, 학생들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참 어렵다. 또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명분만 남은 규칙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간의 관계에는 담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데, 감수성이 내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규칙을 만들면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을까?” 미정: “나도 규칙 만들기는 우려되는 면이 있다. 성폭력의 문제도 피해자 중심주의, 혹은 세세한 성폭력 관련규범을 만들고 들이댔던 것이, 오히려 성폭력담론을 성숙시키기보다는 우스개거리로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했던 것을 지켜본 바 있다. 학교폭력에 있어서도 세세한 룰을 만드는 것보다 그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돌: “그런데 난 약자가 강자의 권한을 넘겨받아 동등해진다는 건 허상이라고 본다. 권력관계 그 자체는 인정해야지, 강자가 약자를 인정하는 것으로 화해를 도모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강자가 약자에 대해 ‘난 널 이해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폭력이 시작된다. 이 책에서 <평화의 신은 있다> 부분에서의 전략이 통한 이유는 초등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아직 권력관계와 폭력의 방식이 내면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권력관계의 문제면 권력관계를 직면하도록 하고, 폭력이 무엇인지 공언한 후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나이팅게일의 일기>에 등장하는 선생님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교사들의 현재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계몽의 교사론이지 않나. 교사 개인이 열심히 하면 학급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우리한테 유리한 담론은 아니다.” 우완: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이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여학생들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미시적인 권력관계를 더 면밀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그런 걸 우리가 관찰하고 책으로 써도 재미있겠다. 혹은 ‘교무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칙’ 따위?” 미정: “난 여교사들이 남자아이들 처음 만날 때,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할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서열 짓기, 패거리문화 등에 대해 꼭 한 번 집중적으로 탐구해보고 싶다.” 우돌: “이 책에서처럼 교사가 아이들에 밀착해서 미시적인 관찰을 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상 속에서 상상의 아이들, 상상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인 접근으로 학생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무실 생존수칙은 정말 재미있겠다. 우리가 꼭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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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 / 2009년07월11일 21시56분
사건 2009 성폭력징계재심 제 1호( 2009. 06. 10 )
2. 그러나 손○○ 청구인의 경우 사건 발생 당시 초기 인지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하지 못했고, 박○○ 청구인의 경우 사건을 인지하고서도 자의적인 판단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였다.
2009.6.30
댓글 목록
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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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ㅋㅋ부가 정보
헉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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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헌데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는...ㅠ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