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7월 4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5일째

전에도 말했듯, 시민들의 연대와 이해는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가슴아프기도 했다. 특히 조금 먼 동네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오셨다가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쇠사슬이 묶인 문을 보시고 몇마디 물어보시다가 뙤약볕에 돌아가셔야 하는 할머니분들 같은 경우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친할머니를 황망하게 보내드린 기억이 있어 눈이 찡해왔다. 이를 악물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오시면 정말 잘해드릴께요.

그동안 수많은 동지들의 연대가 있었다. 금속노조는 물론이고 코스콤노조, 타워크레인노조, 공무원노조, 시민단체, 학생연대단체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묻고 대답하면서 연대했다. 민노당 마포지구 동지들, '다함께' 동지들, 사회주의학생연대, 노학동 등등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함께 심지어는 곱잠까지 자면서 힘을 보태주었다.

현재 용역들과의 신경전은 소강상태다. 원래가 용역어깨 인원들이 적기도 했거니와, 전에 여기서 몸싸움을 한 것이 KBS를 통해 방송된 것이 신경이 쓰였는지 어쨌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몇몇 보안들로부터 우리와 마찰을 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치고, 여기는 점점 살림살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처음엔 바닥에 까는 돗자리 정도였던 것이 바깥에는 부엌도 설치하고 개까지 데려오는 등 다채로운 모습들이 있었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조합원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에 잠도 자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이제 다들 조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다. 술은 금지되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나는 첫날 이것을 어기고 말았다. 학생동지들과 이야기가 좀 길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마지막 병으로 하겠노라는 결심은 확실히 지키고 첫날을 보낸 후, 지금까지 현장에서 술은 절대로 마시고 있지 않다. (원래가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 두 가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하나는 국가대표A매치가 5일, 기독교100주년 기념식이 6일에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내일부터다.

고객들이 불편을 항의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대로들 개인적인 의견은 분분했지만 전체적인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라 한다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0만 명의 인원이 기독교 100주년 기념식에 온다. 이들이 모두 뉴스를 접하고 있다면 모를까, 이랜드를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에는 유혈사태까지 벌어질지도 모른다. 군중심리란 컨트롤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아무래도 이랜드가 제일 바라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최대한, 그들의 이성이 절대로 우리를 나쁜 눈으로 보지 않기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