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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6
    7월 16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17일차(2)
    네오키즈

7월 16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17일차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왔다. 월요일의 세상은 잠잠해야 하건만, 우리는 새벽부터 그러지 못했다. 하기사, 주말인 어제도 그리 순탄한 편은 아니었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위원장님이 헛웃음을 짓는다. 사측과 정부가 지들끼리 멋대로 시간을 어제 저녁 7시로 정하고는 소식도 전해주지 않은 채 교섭을 하겠다는 걸 기자가 확인해서 전화를 준 것이다. 그 때 시각이 저녁 6시. 관악지청까지 오라는 말에 그렇게는 사정이 안된다고 해서 시간 조정을 하고 교섭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사측이 아무런 조건 없이 교섭하자는 말을 했다. 전의 이랜드 사태 때에 비하면 괜찮은 반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힘빼기 전술일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투쟁의 스케줄은 계속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권영길 의원이 도착해서 진입을 시도했을때, 경찰들이 막아섰다. 이 사태에 분개한 권영길 의원은 그 자리에서 노숙농성을 결의했다. 전에 이런 식으로 창원경찰서장이 쫒겨난 전례가 있는지라, 마포경찰서장도 몸이 달았던 모양이었다. 형사들 다 부르고 의전을 갖춘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실랑이 끝에 결국, 권영길 의원의 진입을 허가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지 어쨌는지 입구 쪽에서 몸싸움의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권영길 의원과 함께 진입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합원을 끌어내려 했던 모양이었다. 흥분한 남자 몇분들이 싸우려 하기 시작했고,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상황을 보면서 심하게 붙는 사람들을 일단 말렸다. 상황은 몇 명을 남긴 채 다들 들어오는 상황에서 마무리되었다.

 

권영길 의원이 참여한 간담회가 진행되었고, 취침시간이 이어졌다.

권영길 의원도 같이 1박을 하기로 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확히 새벽 4시 30분 경이었을 거다.

새벽에 용역깡패가 방화셔터 문을 쳐서 소음을 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욕을 하면서 그 자리로 달려갔다. 쥐새끼처럼 매장의 큰 통로를 뛰어가는 덩치큰 그림자.  두어 놈쯤 되어 보이던 놈들은 끝내 도망쳤다. 권영길 의원도 윗몸을 일으켜 상황을 보려 했다.

 

주무시던 아주머님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나를 비롯해 흥분한 몇몇 대원들은 그 그림자가 도망간 곳을 쫒아가 보았다. 그 놈이 도망간 길은 지하로 통해 있었고, 지하 1층 창고에서 검수과로 통하는 길은 1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경찰이 들여보내주지 않으면 못들어가게 되어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경찰과 사측의 용역깡패 간 유착관계라. 한화회장의 사례가 생각이 났다.

 

하나의 문만 막으면 되는 상황이기에 그 문을 막자고 제안했으나 상암점의 보안팀과 협의한 사항이 있어서 이 문은 막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분을 뒤로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대범하게 행동하자는 부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다른 분들과 다시 취침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아주머님들은 역시 씩씩하셨다. 마구 잤다. 다큐를 찍는 분인 것 같은 무비카메라를 든 여성분이 계속 소리가 난다며 불안해서 자리를 옮기는 데도 불구하고.

 

나는 새벽 5시까지 상황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의 냉기와 맞부닥칠 생각을 하면서.

 

오늘 아침에는 권영길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했지만 자고 있느라고 보지는 못했다.

 

박경현 목사님을 비롯한 각종 인권단체 소속의 목사님들이 오셔서 간단한 기도회와 경찰의 봉쇄에 대한 질타를 하시고 안으로 들어와 우리와 함께 간담회를 하셨다.

밖에서는 입점업주들의 시위가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용역깡패가 있는게 보이는 순간, 이젠 더 귀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저 시위대 중에는 진짜 답답해서 나오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항의하려 했다면 들어오셔서 간담회라도 열자는 위원장의 그 말은

왜 무시하는 걸까.

 

지금은 교섭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보다 나아진 상황이고,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상황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이란게 결국은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는 존재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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