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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2
    7월 21일, 홈에버 투쟁 다시시작 2일차.
    네오키즈

7월 21일, 홈에버 투쟁 다시시작 2일차.

7월 21일, 홈에버 투쟁 다시시작 2일차.


오늘은 일산뉴코아가 그 타겟이었다.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다. 피씨방에서 인터넷의 사람들과 이야기가 길어져 집에 들어가 보니 새벽 4시였다. 쏟아내는 작업은 확실히 한 셈이었다. 하늘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질 듯한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를 걱정했던 몇몇 지인들이 남겨놓은 부재중 기록을 보고는 전화를 하며 안심시켰다.


조금 늦게 시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 소속 분회의 자리가 잡혀 있었다. 뉴코아는 정문 쪽에서 업주와 협력업체 사람들로 보이는 - 하지만 실제로는 이랜드측에서 온 사람들이 대다수인 - 그런 사람들로 정문이 막혀 있었고, 그 앞을 뉴코아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옆의 다른 문을 막고 있었고, 그 뒤의 주차장 입구까지도 담당하고 있었다. 내가 온 순간부터 그 정문은 서너 번을 계속 충돌했다.


유통업에서 협력업체라는 말은 물건을 대주는 외에 거의 회사 측의 직원들에 의해 더 낮은 사람 대접을 받기도 하는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그런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도 이 상황에서 피해자임은 분명했다. 우리 노조와 사측간의 갈등에서 그들이 현재도 보는 피해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움직임들은 그닥 편히 봐줄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이 준비한 현수막과 들고 온 피켓은 거기 모인 그들이 정말 협력업체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거의 모든 피켓들은 민주노총을 공격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현실인식이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러한 발언은 실질적으로는 그들의 생존권과 하등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만약 정말 생존권을 걱정했다면, 그들은 이랜드일반노조와 이랜드 사측 모두 싸잡아서 비난했어야 할 일이다. 노조와 사측 양비론을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지닌 건 협력업체와 업주 분들이라는 건 재고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업주 분들의 경우는 상암점 앞에서 시위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간담회를 가지자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의 생존권이 정말 경각에 달려있다면 경찰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헤치고서라도 들어와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떠한 해결책도 내지 못했다. 심지어는 회사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조차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조차.

그 시위 자체는 거기에 참여하고 있었던 업주분들의 상황이 어쨌든 간에, 그들의 의견이 단지 조금 있는 사람이 더 없는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의견제기라는 모양새로 끝나버린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 모양새에서 더 나아진 것은 없었다. 


이해할 수 있다. 협력업체와 업주의 사측에 대한 입장은. 인터넷에서 만났던 한 업주분은 영업과 판촉에서 사측이 훨씬 많은 책임을 지고 있음을 자기도 모르는 새 이야기했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부분에서 사측에 이야기해보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분의 뒷이야기는 그 피켓에 써진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성과 같은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나는 또 그분에게 물었었다. 왜 거대언론들은 민주노총이 이야기하면 그렇게들 실어주면서 노조가 하는 이야기들은 자주 실어주지 않는지에 대해서. 이미 언론의 의도야 뻔하잖은가. 전형적인 린치 가하기.

그럼 간단히 이야기해보자.

시민단체 56개가 내건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업주분들과 협력업체는 어떻게 설득을?


하지만 이런저런 반론보다도, 더 나를 불쾌하게 만든 것은.

진짜 없는 사람들 데려다가 우리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짓거리를 하는 괘씸한 작태였다.


결국, 이 집회에 참가한 이래 세 번째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토로했다. 업주분들, 협력업체 분들은 다 같이 따져보자고. 당신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이랜드에, 같은 입장으로써 따져보자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비웃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비웃음 정도는 살 거라 예상했다.


이러한 순진성은, 여러분들을 정말 설득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시민들을 위한 정보전달의 의미와 함께 우리의 진정성에 대한 제스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조소를 띄울만한 내용이니까. 


사측에서는 직장폐쇄를 할 생각이 없던 모양인지 고객들에게 1시경에 문을 열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완전 고객들을 계속 오게 해서 우리에게 싸움이 나게 하고 민폐를 끼치게 하겠다는 속셈이 보였다. 멋진 이랜드. 이게 느그들이 주구리줄창 떠들던 고객서비스였구나.


계속 진행되면서 몇 번의 몸싸움으로 계속 상황이 크게 번져나가자 경찰이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어 전의경들로 삼팔선을 만들어놓았다. 꽤나 센스 있는 개입이었다. 봉쇄하면서 지들끼리 정보교환도 안되고 인수인계도 안되고 봉쇄만 급급하다가 끝내는 마무리 참 더럽게 지은 상암점의 대응, 그걸 주도했던 마포경찰서와 서울시경에 비하면 너무나도 센스있는.


경찰의 개입으로 진정을 회복한 뉴코아동지들은 경찰의 라인을 따라 앉았다. 홈에버와 뉴코아의 입장은 나이대나 계층 혹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른 부분들이 있다. 처음만 해도 일산뉴코아 조합원들의 입장은 그렇게 능동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완전히 몸싸움까지 개입하면서 독이 오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기는 홈에버나 뉴코아나 똑같이 공권력 개입으로 당한 상태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거기에 뉴코아 동지들은 이제까지 당해온 것들이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차고 넘쳤지 모자라지는 않다.  


다만, 지금 상황이 여론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건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측이 그런 모습들을 유도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우리 조합원 한 분조차도 화가 나서 과격한 모습을 보여줄 정도였으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유치한 행동을 한 방어자들도 있었다. 들어올거면 들어와 보라는 약 올리는 짓 따위는 그 쪽에서도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다.


이후, 계속 주차장입구를 막는 인원들을 교대해나가면서, 계속적으로 어떤 불미스런 상황이 터지지는 않는가 살펴보았다. 자신이 물건을 사지 못한다고 투덜대며 가는 아줌마 손님들은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 AS를 맡겨놓은 손님들, 물건을 찾으러 온 손님들, 스포츠센터에 가셔야 했던 손님들, 또 게다가 하필 그날 거기서 열리는 애기 돐잔치가 두 개나 있는 탓에 수없이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쳐야 했다.


그래도 그 중에는 좋은 분들도 있었다. 물건을 사러 왔다가 이런 상황을 눈앞에서 보게 되자 고생하십니다 한 마디 해주는 분도 있었고, 뉴코아도 이랜드 거였냐고 묻더니 건물을 가리키곤 이런 싸가지 없는 색휘들 하며 사측을 비난하고 가주시는 분도 있었다.


한 아줌마 손님은 압권이었다. 막무가내로 우리가 앉아서 막고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는 자길 죽여보라면서 악담을 하고 들어간 손님.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만가지 욕지기를 던져주고 싶었음에도, 그걸 먼저 실천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잊어버리시라는 말을 하느라고 바빴다. 뭐, 이미 이런 이기적인 꼬라지들은 숱하게 당했으니까. 유통서비스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겪게 된다.


담배를 피우려고 옆의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던 중 생각외의 얼굴을 보곤 놀라서 다가갔다.

“너, 오랜만이다?”

“어, 여기서 뭐하냐?”

“보시다시피.”

대학 동기 녀석을 그 앞에서 본 것이었다. 그 녀석은 그 당시에도 꽤나 강한 인생을 겪었고 대학 초년 당시에도 선봉대에 설만큼 학생운동에도 매진했던 녀석이었다. 반면 나같은 경우는 그런 모습에 생경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때였고.

“아주머니들이 많다보니, 내가 많이 뛰고 있는 편이야.”

“장기화되면 힘들어 질 텐데.”

“그것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괜찮아.”

그렇게 그 녀석을 보내고, 그녀석의 인생과 내 인생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묘한 인생의 아이러니.


이후 큰 탈 없이 매장 막기는 마무리되었다. 마무리 집회를 하고 한 전경이 고생했다고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나 또한 그들에게 고생했다고 인사를 한다.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한 형님이 나무라셨다. 공권력 투입이 이뤄진 직후니 그런 말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상암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여기 나온 전의경 애들은 스스로 그런 의지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간에 명령을 따라야 하는 존재들일 뿐, 잘못이 없지 않은가. 그저 상황이 잘 안 돌아갈 때는 서로가 부딪히게 되어서 부딪힌다고 해도. 그 전까지는 그냥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애들일 뿐이다.

진짜 잘못은 권세에 붙어 추접하게 살고자 하는 이 애들의 윗대가리에 있지.


집에 오니 연행된 사람들이 풀려났다는 문자가 와있었다.

다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에 대한 소식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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