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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권하는 사회

인권위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만들 것을 권고했습니다.
오늘 SBS토론을 보니 이 법안을 놓고 벌이는 논쟁과 관점이 얼만큼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신 분은 첨부한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유지하는데 필요한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권위 권고안이 나오자마자 경제단체들은 즉각 반대성명을 내고   "경제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과도한 규제" "사회갈등을 확산시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성명에서야 정제된 표현을 썼겠지만 오늘 토론에서 경총에서 나온 인사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 '경제문제에 비전문가인 아마츄어리즘의 결정체!' 또는 '인권이 밥먹여주냐?'식의 사고체계가 뿌리깊게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문제가 인권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철저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상은 자본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소모품이자 기계여야 한다'는 가치체계의 발로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무엇보다도 노동가치를 확보하고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시혜적관점에서의 사회유지 조건이 아니라 평등한 가치와 노동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성숙도의 차이가 궁극적으로 그 사회를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란 것을 구성원 각자가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고 지금도 노동현장에서의 온갖 경험들을 직간접적으로 보고듣는 터라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허약한 구조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노동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차별받아야 하는 구조는 단순히 법과 제도의 문제이거나 수탈자본의 생리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이 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하는 보수엘리트들과 언론, 학벌중심의 기형적 사회구조를 확대하고 있는 교육구조를 비롯 그 체제에 길들여지기를 강요하는 부모들과 그러한 사회인식에 길들여져 가는 대다수의 인식에 의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까요.

어느 공기업에서 납품과 관련하여 비리가 일상화되어 있고 그만큼의 몫으로 회사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용감한(?)'직원이 내부고발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상사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도 하였지만 이미 업자들과 결탁하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상태에서 그의 요청은 계속 묵살되었습니다.

그가 내부고발을 통해 문제가 확산되었고 근원적인 비리척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건은 최대한 축소되었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 직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직원은 내부정보를 외부로 공개했다는 등 업무태도가 불성실하다는등 온갖 구실을 들어 징계를 받았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해당기업은 징계를 철회했지만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업무를 아예 주지 않고 책상을 따로 빼서 철저하게 고립시켰습니다.
이른 바 '왕따작전' 통해 제 스스로 그만두게 만들려는 속셈을 노골화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가관인것은 대부분의 직장동료들이 그러한 기업의 횡포와 야만적인 탄압에 대해 분노하기는 커녕 똘똘 뭉쳐 그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구성원으로서의 자기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그 직원을 '조직부적응자'로 몰아세우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조롱했습니다.

이러한 케이스가 특이한 것일까요?

사안과 형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도 대동소이한 경험을 했을겁니다.
적어도 그 왕따직원의 입장에서가 아닌 방조자이거나 '조직적응자'로서의 경험이겠죠.

노동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부터 노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삶을 유지해야 하는 과정에 이 사회가 얼마나 많은 차별을 묵인하고 있으며 그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길들여짐으로써 얄팍한 이익을 유지하려들고 있는가 그 현실적 조건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들의 차별을 없애고 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관성화되어가고 당연시되어지는 온갖 차별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제 스스로 정상적이며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소수의 기득권력에 의해 다수의 '비정상'적이고 열등한 구성원들이 지배받고 이용당하는 관계의 고착화는 가속화되어지는 겁니다.

결국 차별금지법안의 법제화보다 시급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성원들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는 조건!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은 위에서 언급했던 가치인식의 변화와 그에 기반한 철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확립시켜가는 과정이 보다 중요한 조건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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