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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오류와 무능

 

 

김기덕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 비판의 관점은 대부분 "괴물과 관객의 수준"이라는 코멘트에 머물고 있다.

김기덕이 설사 봉준호를 두고 "저질영화나 만드는 감독"이라고 폄하하든 "영화<괴물>은 철저한 상업영화이므로 내 영화와 비교대상이 안된다!"라고 하든 그것은 감독으로서 그의 관점이므로 별 문제가 되지 못한다.

더구나 그 코멘트 역시 기자회견의 주내용이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어느 포스트를 보니 김기덕에 대한 비판은 정작 영화 <괴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관객의 수준'을 언급한 지점에서 이른바 '괘씸죄'적 성격이 짙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 비판은 김기덕 기자회견의 주내용에 맞추어져 있다.

"앞으로 국내개봉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라는 것! 그리고 단서조항으로  "영화<시간>이 다른 영화들의 국외개봉 성적처럼 20만명 이상 들게 되면 그때부터 차기작의 한국 정식 개봉을 준비할 것"이라는 것이 김기덕의 기자회견 주내용이다.

영화 <시간>이 20만 이상 들리는 없을테고 김기덕의 영화는 국내극장에서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어쩌겠는가!

자신이 만든 영화를 인정해주지 않는 국내가 아닌, 높이 평가해주는 외국에서만 개봉하겠다는데....,
 
그것은 제작자본이나 판로의 문제뿐 아니라 영화를 공유해줄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우리는 김기덕이 검은 썬글래스까지 끼고 나타나 사뭇 심각하게 외친 단말마에 대해 이렇게 한마디만 해주었으면 되었을 일이다.

"그래라!"


개인적으로 영화는 '소통의 가장 위대한 수단'이라고 판단한다.

영화만큼 글과 음악! 미술과 영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또 있을까!

그것이 가슴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되었든, 사회성 짙은 '다큐성 영화'이거나 인간승리를 스포츠란 소재를 통해 전하려는 '스포츠영화'가 되었든 영화를 통해 짙은 여운과 감독이 의도했던 메시지를 '한번 더' 고민해보려는 과정이 파생되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영화이다.

그런데 사실 어떤 장르이거나 어떤 주제를 담는다한들 그것이 감독의 연출력만을 가지고 '좋은 영화'로 만들어질리는 없는 법이다.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제대로' 연기를 해내었는가!의 여부.
해당 씬에 너무나 부합하는 공간과 소품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객들의 포만감을 충족해주고 있는가!의 여부.
전체적인 시나리오와 더불어 최종편집까지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며 단절감 없이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는가!의 여부.


물론 김기덕은 영화의 많은 영역에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장 많이 전달해 왔다.

여기서 가장 원초적인 판단이 남는다.

그래서 김기덕의 영화는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인가?

흥행여부의 세속적 판단이 아니라 그가 다룬 소재와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얼만큼의 무게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는가!

김기덕의 관점대로라면 장준환이나 김동원감독조차 자신들 영화의 국내개봉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김기덕의 오류는 자신의 영화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국내에 '많지' 않다!라고 판단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국내관객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감독임을 고백한 셈이다.

 
정작 구조적인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짚을 요량이었다면 하다 못해 봉준호처럼 외국영화제에 나가 스크린쿼터사수 피켓시위라도 하든가! 독립영화쿼터제라도 주장했어야 할 일이다.

하다못해 열악한 제작현장에서의 노동자들의 권리향상에라도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일이다.

산적해 있는 영화판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로 자신의 생각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무능한 일도 없는 것이다.
  
언제인가 "상업영화감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던 장윤현을 보며 그 손쉬운 사고체계에 대해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5만이 보든 10만이 보든 영화적 완성도와 함께 감독이 전하려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했으며 공유했다면 그것은 '좋은 감독'이 만든 '좋은 영화'이다.

자본에 종속된 한국영화의 현실에서 흥행은 철저히 머니게임이고 흥행의 고리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감독 스스로의 존재상실이다.

자신의 영화가 개봉관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거나 봉쇄된다면 영사기와 필름 몇 벌이라도 차에 싣고 '주민영화제'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기덕 영화와의 만남'이라도 개최하고 상영 후 토론도 즐기며 공유하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는 법이다.

좋은 장소와 소재를 찾아 수시로 떠난다는 여행의 시간에 차라리 자신의 영화를 통해 담아내려 했던 의미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감독으로서 보다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투덜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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