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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그늘

우리 곁의 야생, '공존의 그늘'에 대한 보고서
EBS 자연다큐멘터리 '공존의 그늘' 29, 30일 연속방영
 
 

동물을 다룬 TV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우리는 아프리카의 들판에서 펼쳐지는 대형육식동물의 사냥이나 초식동물들의 대규모 군집생활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EBS가 29일과 30일 이틀간 방영할 '공존의 그늘'(오후 11:00방영)은 작은 농장과 고랭이 채소밭 주변에 숨겨진 우리곁에 야생동물을 소개한다.  

▲공존의 그늘 중 한장면  

이 다큐멘터리는 야생동물은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에 서식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요즘 동물들은 새로운 천적인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1부 '사라져 가는 이야기' 에서는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한 농장의 닭과 오리를 사냥(?)하는 삵, 너구리, 담비 등 마지막 육식동물들의 삶이 아기자기 하게 펼쳐진다.       

▲1부 사라져 가는 이야기 중 한장면    

이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을 노리는 육식동물들은 처음 다큐멘터리가 시작 될 때만 해도 표독스럽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숲속의  '꼬마깡패' 같은 모습들이다.

삵은 사납고 당당하게 닭을 잡아먹고 너구리는 엉큼한 절도범 같은 느낌으로 농장을 휘저었다.

지금은 멸종되어 사라져 간 호랑이나 늑대 같은 대형육식 동물이 우리 삶에서 액션영화나 공포영화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면 이들은 '잡범' 같은 이미지로 개집과 닭장 주변을 맴돌며 농장 주인아저씨를 지금도 괴롭히고 있다.

생계형 절도범 같은 소형 육식동물의 범죄는 깨진 계란에서 칠면조의 사체(?)까지 다양한 증거들을 농가 주변에 남긴다.        

▲1부 사라져 가는 이야기 중 한장면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새봄이  올 무렵 밀렵꾼의 덫에 삵은 앞다리가 하나 없어진 기운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너구리도 다리를 다친 후 사람으로 치면 '사이코'가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간에 의해 상처를 입은 동물이 '야생돌물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한다'는 상식을 무너뜨리고 의미 없는 '가축학살'에 나선 모습에서 서늘한 공포감 마저 느끼게 한다.            

2부 '인간의 땅, 야생의 영역'에서는 초식동물에 공격에 곤욕을 치르는 농부들의 모습이 말 그대로 '공존의 그늘'로 펼쳐진다.  

강원도 정선 태백 삼척 등지의 고랭지 배추밭은 농민과 초식동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라니, 노루 그리고 멧돼지는 인간이 경작지를 넓히며 야생의 영역으로 침범하자 새로운 신입생인 인간에게 톡톡히 '수업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1부 사라져 가는 이야기

동물들은 채소가 자라기도 전에 모종부터 다 먹어치우는 것이다.

조심성이 많고 밤에만 활동하는 고라니, 낮에 당당한 모습으로 밭에 들어와  말 그대로 '쑥대밭'을 만드는 멧돼지, 내륙에서 찾기 힘들다는 노루까지 배추밭을 자신들의 서식지로 삼은 동물들과 너무나 억울해 눈물까지 흘린다는 농부의 애환이 같은 비중으로 보여진다.

▲공존의 그늘 중 한장면  

인간의 입장에서는 1년 농사를 망치는 '원수'가 야생동물 이지만 동물들 입장에선 원래 농경지가 아닌 땅 까지 인간이 올라간 것"이고 "무엇보다 초식동물이 늘어난 것은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육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천적이 없는 상태가 계속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멀리 아프리카 초원이나 시베리아 벌판이 아닌 동네 뒷산과 근교의 농촌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이 인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이 이 세상의 균형과 조화를 책임져야 할 '대형잡식동물' 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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