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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역사의 현장 노근리 | |||||||||
미군 양민학살이 벌어졌던 충북 영동 노근리에서 | |||||||||
현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면서 백발이 성한 노부부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다 지나간 일을 왜 자꾸 들추려고 하나. 그거 다 군에서 보상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양평에서도 미군이 조사하면서 '너 공산당이지'라고 묻는데, 한사람이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까, 그냥 'ok'라고 대답했고, 그이는 총살당했다. 전쟁통이라 다 그랬다. 미군들도 우리 도와주려고 왔다가 그런 거 아니냐. 미군 철수하면 인민군도 쳐들어온다. 미국 때문에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는데, 뭘 자꾸 들춰내려고 하나." 인근에 사는 것 같아 보였는지라 이런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목사를 하다가 은퇴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내려와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해가 갔다. 같은 시대에 전쟁을 겪었더라도 각자의 신분과 처했던 상황에 따라 인식도 다를 테니까. 버스를 타고 20분쯤 지나 쌍굴다리 현장에 도착했다. 인간에 의해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던 끔찍한 장소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느 농촌의 풍경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쌍굴다리 옆에는 조그만 컨테이너 사무실이 '노근리 사건 현장 안내소'라는 현판을 걸고 있었다. AP통신에서 보도된 이후 군청에서 대책 담당 부서가 만들어졌고, 5명이 교대로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생존자들이 거주한다고 소개받은 주곡리로 가기 위해 마을 주민의 차를 얻어탔는데, 그 주민은 심규철 의원 등이 제출한 특별법을 언급하면서 '미국놈들이 거저 보상해줄 놈들이 아니지. 어떠한 명분을 달아도 말야.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수백번도 더 왔다갔는데,,아무것도 안됐어'라고 했다. 특별법의 결과에 대해서 마을주민들이 회의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주곡리 마을의 경로당에서 당시 쌍굴다리에 있었던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분은 김소은 79세(당시 27세) 할머니로 당시 영동에서 살다가 피난 오던 중 미군에 의해 쌍굴다리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친정어머니와 딸, 올케를 잃었다. 다른 한분은 이석조 83세(당시 31세) 할머니로 쌍굴다리에서 아들을 잃었다. 조심스럽게 당시 상황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다. 『가면 산다고, 밤을 세고 낮에 동굴 밑에 갔다가 닷새 만이지, 닷새만에 나왔어. 아무것도 못 먹고, 인민군이 쳐들어온다고, 미군들이 마을에 들어와서 쫓아내다시피 피난가라고, 그래 우리 아버지는 소를 몰고 간겨.. 저녁 해놓은 것도 못 먹고 그냥 쫓겨간거 아녀. 아침에 총소리가 나는겨. 철둑으로 올라가라고, 미군들이 총으로 밀어내는겨, 철둑을 올라가니까 와다다다다, 비행기가 뭘 쏘아대고, 거기서 그리 많이 죽었대.. 마악,,,소도 그냥 씨러지고,, 철둑에서, 사람도 쓰러지고,, 그래가지고 그거 피해서 쌍굴로 간겨, 들어가본께, 우리 언니 죽었지 올케 죽었지 엄니 총맞았지 우리 아버지 그랬지 우리 딸 총 맞아 죽었지. 아가 대롱대롱 하는게, 내가 쌍굴로 내삐고 정신이 없어가지고 안고 있었는데, 굶고 그래가지고 정신이 없었으니까 우리 어머님이 아이고 얘야 얘야 죽었다.. 움직이면 그냥 쏘는겨.. 닷새를 굶어 가지고 핏물을 먹었어.. 우린 살라고 송장을 데려다가 가슴을 덮고 살려고,, 송장이 피 투성이에..나흘 째 되던날, 송장물이 불그리한걸 바가지로 퍼먹었어.. 그 물을 퍼다먹고 나흘 닷새 인민군이 들어와 가지고,,, 일주일을 굶은겨..친정어머니도 돌아가셨지.. 나오니께 해방됐다는 소리도 나오고,, 우리는 피난을 잘가가지고 있는거 영동살았거든 임실로 피난을 왔었거든 가만히 놔났으면 괜찮았을걸 미군이 쫓아내가지고 벼락을 맞은겨..』 『지난 일인데도 너무 억울해요.. 송장으로 감아쌌고,,살라고,, 이제 역사속에 묻혀있던 이 사건을 주민들이 알려나가기 시작했던 과정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다.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5년됐으니께 할아버지가 하신게 3년이여.. 할아버지 하신 말씀이 있는데... 성공해야하는데 아이구,,,,(이석조 할머니) 회원인 사람들이 2만원도 내고 3만원도 내고 이래가지고 뭘하날 사더라도 다 돈아니에요 이번에 서울간대도 2만원 내가지고 간겨..그건 잘모르겄어요 금방듣고 금방 잊어먹고,, 』 이 회원이라는 것은 '노근리 인권평화연대(대표 정은용)'의 회원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 5월 21일에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앞에서 '이라크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라는 성금모금행사에 참여했었다. 나이가 들어 지난 일들도 많이 잊어버리고, 새로운 말도 들으면 곧잘 잊어버리게 되었지만, 당신들처럼 똑같이 무고한 학살을 당했던 이라크 인들을 위해 없는 살림에 돈을 각출하여 서울까지 올라오신 모습에 다시 한번 숙연해졌다.
한국전쟁이 종식되어 철조망이 쳐진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군사독재정권의 서슬퍼런 세상을 지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어째 이 분들의 아픔을 한번 어루만져드리지도 못했을까. 가해자인 미국이 여전히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어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는, 그래 보상은커녕 사과한번 받기 위해 빌어야 하는 그런 처지라고 한다면, 최소한 우리 정부만이라도 이들을 보살펴주고 보상해주었어야 마땅했다. '얼런 끝이 나야 되는데,,, 이게 오십년을 넘어가니..' 라고 하시던 이석조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현장을 나오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 객원기자 <현재는 한나라당 심규철 국회의원 외 34명의 제안으로 "노근리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이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필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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