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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지지, 한국이 세계 2위, 왜?

- 늘 위험한 일상과 기후변화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WIN-갤럽 인터내셔널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세계 47개국 3만4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원자력에 긍정적/호의적이라는 한국인은 64%로 조사 대상 국가 중 지지도가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고 19일 밝혔다. 64%는 매달 원자력문화재단이 실시하는 원자력인식조사가 보통 65%에 나온 거에 비하면 1% 정도 낮아진 것인데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은 중국 다음으로 불가리아, 프랑스가 있었지만 사고 이후 이 두 나라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별 변화가 없는 한국이 2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일본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이 말이다.

 

왜, 우리는 위험에 둔감할까.

보통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는 시간지체효과가 높고 불확실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느끼는데 어려움을 갖는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벌어져서 그나마 원전이 위험하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지만, 보통 이런 시각은 주류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일은 원전건설계획을 전면 검토할 예정이고, 이에 관한 가장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는 독일 녹색당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데 비해 한국국민들은 너무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이 이룬 압축성장으로 경제성장이 되었지만, 늘 우리는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만성적인 위험에 노출은 오히려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을 갖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어린이들을 보면 세상에 태어나 위험한게 뭔지 모르고 살다가 부모가 이건 안된다 위험하다 알려주면 처음에는 엄청 조심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위험은 생각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게 되고, 매번 그런 두려움을 갖는게 오히려 불편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위험은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성인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반도를 가장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그래서 우리는 늘 북핵문제, 안보문제에 노출되어 왔다. 실제로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reflection theory) 더 민감하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핵처리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등의 기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후 세대들 특히 젊은 층은 최근 연평대전이나 연평도 포격 등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국지전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를 자기에게 닥친 일처럼 느끼는 사람은 기성세대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설문조사는 없을까) 매번 뉴스에 보도되어도 실젤로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해프닝 소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북핵문제뿐 아니라 건물붕괴, 교통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일상을 살다보니 늘 위험에 신경쓰는 일은 너무 불안하고 피곤한 것이다.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것도 처음 며칠은 가능하지만 아니 그럼 비도 맞으면 안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없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아 방사능이 미량이니 괜찮다는데 그냥 잊고 말자. 이런 심리가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기후변화도 우리가 접하는 수 많은 위험 중 하나다. 사람들은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다가 다른 위험보다 직접 눈에 보이는 피해를 규명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요즈음 기후변화가 워낙 심각하다고 하니, 모든 기상이나 환경문제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기는 하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향상되었을지 모르지만, 행동변화로 이끌기에는 제도적 변화가 너무 더디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아끼고 싶어도 우리나라 평균 아파트에 살면서 아끼는게 얼마나 가능할까 말이다. 제도의 변화가 느린데에는 보수주의자들이 한 몫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은 기존에 형성된 화석 원자력업계뿐 아니라 비용부담이 두려운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담대한’ 변화는 두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동광교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원전 사태의 장기화 역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확률게임식 위험 대응방식의 문제점을 잘 드러냈다. 최근 위험이론(risk theory) 학자들은 거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대 사회가 끊임없이 위험을 재생산하기 때문에 위험은 제거할 수 없으며 상존하는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포괄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가 뿐 아니라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큰 피해를 입는 주민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참여시켜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 노인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생물학적,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피해가 소수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배려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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