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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이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한국에서도 이날이 되면 여러 곳곳에서 이주민의 날 기념행사들을 해 왔다. 나는 한 번도 빠진 없이 이주민의 날마다 참여 해 왔다. 그런데 내가 16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매년 참여 해 온 이주민의 날들은 즐거운 축제의 날이 아닌 아픔을 외치는 집회였다.

 

매년 이주민의 날 행사 때마다 이주민들은 무대에 올라가 한국정부에게 요구한 것은 이주민들을 인간으로 인정 해달라는 것이었다. 올해 이주민의 날 행사에도 역시 똑 같은 요구를 들었다. 한국 내 이주역사가 20년이 넘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주민들을 인간으로 대하기가 여전히 어려운가?

 

오늘 이주민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을 때 난민신청자들을 만났다. 난민 신청을 한지 꽤 오래 됐는데 심사기간이 너무나도 길어 생활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고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일도 해야 하는데 신청자는 취직이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일도 할 수 없고, 어떤 분들은 할 수 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단속이 심해서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 만난 난민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한국정부는 한국인이란 결혼한 이주여성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다문화 정책까지 만들어 여러 지원들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우리난민들에게는 무관심 하는 것인가? 같은 이주민인데, 혹시 한국인의 피가 섞여야 우리가 그들의 눈에 보일 것인가? 이였다. 이분들의 질문의 답을 나도 알고 싶다. 난민들에게도 투표권이 생긴다면 혹시 달라질까.

 

행사가 끝났고 집에 가는 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도와달라는 상담전화일거야 하면서 받았다. 한 버마 이주노동자가 아주 힘이 없는 목소리로 “소모뚜 형님이죠? 형 제 삼촌을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다. 내가 “ 예, 무슨 문제가 있나요?” 라고 묻자 그는 자신의 삼촌이 겪고 있는 문제를 나에게 설명 해줬다.

 

그의 삼촌은 회사 일을 하면서 허리가 심하게 다쳤고 매일 무거운 짐들을 날리는 일을 해서 항문에 병 걸렸다. 병원에 가서 치료 받고 진단서를 받았을 때 의사가 더 이상 회사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삼촌은 진단서를 회사 사장에게 보여줬는데 사장은 알았다, 치료해주겠다고 하면서 진단서를 가져갔지만 아무 치료도 안 해준 뿐만 아니라 외부인들하고 연락하지마라고 하면서 전화, 인터넷 등을 못 쓰게 했다. 지금 삼촌과 연락이 안 되는 상태다.

그리고 삼촌의 근로계약서에는 회사 주소가 강원도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인천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서 일을 시킨다. 근로 계약서에 있는 주소지가 아닌 공장에서 일하다 단속반에게 걸리면 불법취업을 한다는 이유로 추방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불안해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사장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분노하면서 상황을 내게 설명 해주는 버마이주노동자에게 나는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목소리가 환해지면서 “형님, 제가 형님께 큰절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절을 하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워하며 “아, 그러 지마요. 한국이 법칙 국가라고 하는데 일이 잘 될 거니까 힘내세요.” 라고 말 했는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저희들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러 이 머나먼 한국 땅으로 들어 왔죠. 고국에 있을 때 TV 에서 나온 한국 드라마들을 늘 보면서 예쁘고 멋지고 자상하고 친절하고 따뜻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일하면 그런 멋진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 하는 큰 기대를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 왔죠. 그런데 지금 그분들은 어디에 있나요? 그게 영화 장면뿐인가요? 저는 TV 속에 있는 그 따뜻한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사막에서 물을 찾는 목이 마른 사람의 고함처럼 들린 그의 말이 내 가슴을 날카로운 바늘로 찌른 듯이 느꼈다.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드라마 속 멋진 분들도 실제로 있으니까 너무 실망하지마라는 것이었다.

 

이주민의 날마다 매년 반복적으로 들려 왔던 이주민들의 호소,
오늘 이주민날 집회에도 하루 종일 들린 이주민들의 요구,
심지어 집에 가는 길에도 또 듣게 되는 이주민의 도움을 요청한 목소리, 이런 아픔이 가득한 고함이 없어지려면 인간에 대해 사랑과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사랑과 배려가 있는 곳에만 인권이 존재하니까.

 

이주민들은 한국인권의 거울이다.
거울에는 실제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함께 살기 행복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내년 이주민의 날에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멋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작성일: <2011년 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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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9 20:04 2011/12/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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