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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비가 온다.

이 비가 온뒤 곧 봄이 올 것 같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아주 쎄게...

몇 년전부터 봄이 되면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같다. 너무 강해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 만 같다.

바람에 대해 좋은 느낌도 있지만, 아주 불안한 느낌도 있다. 요 몇 년동안 봄마다 부는 바람은 불안하다. 너무 쎄게 불어서 불안하다. 건물들이 흔들릴 것 같고, 건물 간판도 바람이 흔들려 뜯어져 나갈 것 같고, 판자집 지붕도 날아갈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누워서 지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티벳 카일라스 산 앞에 있는 마나스로바(성호,강가 강의 발원지)에서 맞았던 바람은 너무 좋았다.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몸뚱아리가 날아갈 것 같은 매섭고 칼 같은 바람이었다. 추워서 오래 서 있지도 못했지만 시원한 바람이었다. 너무 좋았던 그곳의 바람. 끝을 알 수 없는 그 큰 호수, 파랗디 파란 물빛, 드넓은 초원.

그 곳에서는 외로움도 불안함도 갈 길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이곳에 왔다는 것 그 자체가 놀랍고 신기하고 경이로 왔다. 처음 보는 초원, 호수, 설산, 타쵸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 힘든 여행길에 지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외국인이든 현지인이든 친구든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채기 내는 친구 틈바구니에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 있다는 것, 이곳에서 날아갈 것 같은 칼바람을 맞고 있다는 것, 끝도 알 수 없는 호수 낭떠러지에 서 있다는 것, 성스러운 곳이라기에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지형이 예사롭지는 않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했던 것 같다.


*

성호, 귀호 : 서부 티벳에는 카일라스 산이 있다. 흰두교 신중 시바신이 태어난 곳이다. 또, 불교의 수미산이 바로 이 산이다. 굉장히 성스러운 산으로, 흰두교와 불교 신자들이 성지순례하는 곳이다. 카일라스 산 맞은편에는 2개의 호수가 있다. 하나는 굉장히 큰 호수이고 또하나의 호수는 조그만 호수이다. 큰 호수 이름이 성호인 것 같은데, 티벳어로는 모르겠다. 이 지역 호수는 카일라스를 비롯한 이근 히말라야 설산의 눈이 녹아 이 호수로 이어진다.  성호는 강가(겐지즈) 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차로 2시간 이상 달려도 성호를 벗어나지 않는다. 성호는 주변 초원지역과의 경계가 분명하다. 경계는 낭떠러지이다. 호수로 들어가려면, 카일라스 산에서 2~3시간이상을 달려 초원과 호수의 경계가 완만한 지역으로 가야 한다. 카일라스 산과 성호, 귀호 이 지역을 통틀어 성지로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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