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from diary 2010/12/27 12:24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참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헤어질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니 더 애틋해지는 것 같네. 심지어 가족마저도. 크리스마스날 청도 운문사 간 것도 솔직히 컨디션이 정말 안좋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엄마아빠랑 또 언제 밖에 놀러가며 언제 손잡아보겠나 하는 생각에 간거였다. 설거지를 더 자주 하는 것도 내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집에서 설거지를 이렇게 해보나 하는 심정에. 1분이라도 엄마아빠 얼굴 더 많이 보고싶고 페다고지 친구들 얼굴 더 많이 보고싶다. 군대 가는 오빠들 얼굴 1분이라도 더 보고싶고 곧 헤어질 친구들 동생들 자주 보고싶다. 1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느리게 지나가는 달이기를 바라보지만 제일 빠르게 지나갈 것 같다. 1월 말에 정말 아쉽고 공허해서 힘들어할 것 같은 느낌. 왠지. 쿠쿠... 즐겨야지.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와도 우리엄마아빠는 문자 한통 전화 한통 없다. 으하하. 그래도 깨어있겠거니 했는데 거실에 작은 스탠드 하나 켜놓고 불 다 꺼놓고 쿨쿨 자고 있더라. 반면 옆집에 사는 민지 엄마는 걱정이 되서 아파트 밖에까지 나와계시고. 정말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11시가 넘어도 연락 한통 없길래 '좀 늦게 간당ㅋ.ㅋ'이라고 문자 보낸게 다인데 무슨 답장도 없고 엄마아빠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흐흐. 그래도 난 이런 우리 엄마아빠가 너무 좋다. 내가 밖에서 뭘 하든 몇 시에 들어오든 그런 사정이 있겠지 사람들 만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줘서 고맙다. 이러한 것에서 자유를 느끼고 살 맛을 느끼는 것 같다. 엄마아빠 고마워. 그리고 준호에게도 조금 고마웠다. 예전 같았으면 구속처럼 느꼈겠지만 문자 한 통 없이 밖에서 노는 내가 걱정이 되어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하고. 우리 엄마아빠도 안이러는데 얘는 왜이래? 아 진짜 이건 좀 아닌듯 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어제는 그래도 조금 고마웠다. 고맙다 라고 생각하려 노력한 것도 좀 있고. 쿠쿠... 어쨌든 좋네ㅡ. 순조롭습니다!

 


 

신이란 존재는 믿지 않지만 그 비슷한 건 믿는데 모든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 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두 달 다니고 자퇴를 한 것도, 학원을 다녀도 늘 두달 겨우 채우고 나와버리는것도. 2년동안 한 입시미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그만둔것도. 지금의 사람들을 만난 것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가 아닌 대구 가톨릭대 심리학과로 간 것도. 모두 다 이유가 있는거겠지. 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편한거겠지. 지금 보면 내가 심리학도가 될거라는게 너무나도 당연하듯 여겨지는데 예전엔 심리학과는 전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원서를 쓸 때 조차. 갑자기 그렇게 마음이 변하게 된 계기가 있긴 했는데 그리 강렬한건 아녔다. 뭐 어쨌든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거고 무슨 이유건 간에 내가 선택한 길을 즐겁게 가면 되는거겠지. 히히. 그리고 설령 그 길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 해도 그 길을 가는 이유가 있을것이니까. 어떻게 되든 다 좋은거 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낙관주의인 것 같기도 한데 정신 건강에는 참 좋다. 음 솔직히 난 '시도-그만둠'이 또 반복될까봐 무섭지만 한번 다시 시도해본다. 또 그만둘지 안그만둘지는 해봐야 아는거니까. 이번엔 어떻게 해서든지 그만두지 않을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해볼 것이다. 안되면 말고 겠지만. 어떻게든 되게. 일단은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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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12:24 2010/12/27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