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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에서 만난 사람들

친구 둘이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함께, 산청으로 이사를 간다

이사갈 집이 8년이나 사람구경을 못해 이만저만 고치지 않고는 지낼 수가 없는 상황...

인부로 착출되어, 지난주 삼일동안 사역을 다녀왔다

산청에 내려온 지 1년 남짓 되는 젊은 부부와...

어릴 때부터 산청에서 자란 20대 초반 오누이와...

살림집을 손수 지으셨다는 오누이의 외삼촌이 일을 도와주러 오셨다

서울에서는 나만 착출된거다

평일에 시간 낼 수  있는 할랑한 반백수가 요즘 세상에 흔하겠는가!

사역이라고는 하지만... 산청 바람이나 쐴 요량으로 기꺼운 맘으로 내려갔다

산청에 있는 내내 많이 즐거웠다

산청에서 함양, 대전을 거쳐 천안으로 올라왔는데...

대전터미널에서 본 수많은 인파와  현란한 간판들에 잠시 압도를 당했었다

마치 처음 도회지에 온 사람마냥... 물론 곧 도회지 사람으로 원만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ㅁ 화덕에 솥을 걸고 불을 지펴서 물을 데워 목욕을 했다 비가림만 되는 곳이어서 겨울엔 춥겠더라 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씻는 곳은 꼭 집안에 들여야지... 라고 생각했다 부족한대로 상황에 맞게 지내는게지... 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ㅁ 오누이가 직접 담근 막걸리를 실컷 마셨다 익숙해져있는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라니! 첨엔 낯설고 밍숭하더니만... 잔이 몇순배 돌고나니 고것이 깔끔한 것이라! 게다가 취기는 은근하게 올라오더니만 담날 아침에 아무 뒷끝이 남지 않더라는... 쩝쩝... 한해 농사한 벼가 양식으로 쓰고도 남아서 술을 자주 담근다던데 다음에 또 기회가 올런지...

ㅁ 막걸리를 잘 담그는 그 청년은 군대를 면제받았다 학력미달로... 오호라 학교를 안 다니면 이런 좋은 점이 있구나...

ㅁ 막걸리 잔이 한참 돌고 있을 때, 오누이의 외삼촌이 열한살난 아들내미한테 기타를 쳐달라고 한다 고녀석 한참을 빼더니만 예닐곱 곡을 줄창 연주를 하는데...  쩝  잘하더라  고녀석이 얼마전에 만들었다는 곡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혹시 학교를 안 다니면 음악적 재능도 생기는 것일까?

ㅁ 산청생활 1년차 젊은 부부의 집에서 잠을 잤는데 그 집엔 냉장고도 없고 보온밥솥도 없더라 압력밥솥에 밥을 해먹는데 아침먹고 남은 밥을 저녁에 먹어도 맛있단다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보온밥솥은 따뜻하긴 해도 시간이 지나면 푸석푸석해지니까... 그래도 냉장고는 필요하진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때그때 조금씩 해먹어서 더 맛있단다 제일 아쉬울 때는 여름에 얼음 먹고 싶을 때, 그리고 여름에 사각사각한 김치를 못 먹는다는 거... 겨울에 실컷 먹어두면 된단다 하긴 시골은 겨울이 더 기니까...

ㅁ 그 동네에 감나무가 많아서 맛난 감을 많이 먹었다 굳이 애써서 따먹은 게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진 넘들 중에 참한 녀석을 골라 주워먹었다 이리도 할랑한 채취생활을 하는 나는 진정한 반백수? ㅋㅋ

ㅁ 수,목,금요일 사흘 일을 했고 토요일엔 지역 한살림 행사에 초청된 산청에서 제법 잘 나가는 얼레기 유랑단이라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갔다 집이 성치 않아서 토요일도 마땅히 일을 했어야 했지만 함께 일하던 일꾼들이 밴드의 구성원이었다 
막걸리를 잘 담그는 오누이는 클래식기타와 젬베를 연주했고 기타를 잘 치는 열한살난 소년은 리코오더나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그리고 열두셋 소녀가 아코디언을, 그의 어린 동생이 탬버린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은 서울에서 온 아저씨를 잘 따르는 것 같았다 그 아저씨는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얼레기유랑단은 서울에서 온 아저씨를 빼고는모두 공교육의 수혜(?)를 받지 않았다 5년 후나 10년 후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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