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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란 피지배자의 환상?

고등학교 시절 정동이의 전도에 의해? 교회를 열심히 다닌 적이 있다.
당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중 몇 가지 의문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하나님은 선악과를 왜 만드셨을까?'이다.
에덴 동산 한 가운데에 탐스럽게 매달아 놓고, 다른 건 다 먹어도 되지만 이것만은 먹지 말라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다가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 아닌가?
엄마 뱃 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정동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버럭 화를 내며 "그걸 왜 내한테 묻노?"했다.
나에게 전도를 했으면 A/S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무조건 믿어라, 믿으면 된다며 억지를 부렸다.
주일교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셨다.
성경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죄가 아니라 당연한 거라며 이렇게 설명하셨다.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선악을 구분할 수 있게(지혜롭게 됨) 되어 하나님과 같아진다'는 뱀의 꾀임에 빠져 그것을 먹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신 증거라는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꼭둑각시가 아닌 판단력을 가진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말씀이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았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을 것은 이미 결정돼 있었던 것인가?'이다.
기독교에서는 선악과 사건을 '원죄(original sin)'라 부르며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채권-채무자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말하고 있다.
원죄가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의해 먹은 거라고 한다면 선악과란 것을 대체 왜 만드셨냐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그러하거니와 노아 식구들만 남았을 때 하나님은 그 이전의 죄를 사하여 주신 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셨을 때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셨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원죄는 계속 남아있다는 것인가?

매트릭스 2에서 아키텍처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유의지란 피지배자의 환상에 불과하다'
그 말대로 과연 나의 자유의지라고 생각되는 것이, 실은 내가 의식 못하는 지배자의 결정에 불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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