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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조직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얻으려 하지 비판적인 생각이나 후회를 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군대에 대해서만큼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군대란 태생적으로 살인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국민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이 있긴 하나 살인은 어차피 살인일 뿐이다. 내 가족과 내 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한다면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자기 손으로는 절대로 살인할 수 없다는 사람에게까지 억지로 살인 도구를 쥐어 주는 짓은 너무나 야만적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대체복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보다 선행돼야 함과 동시에 또한 중요한 것은 징병제 철폐다.
군생활로 인한 인간성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두고 우리는 '사람 됐다'고들 말한다.
한 개인이 국가로부터 인간성 개조를 강제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 당연히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군대 다녀왔다는 우월감과 보상심리에 젖어 아직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이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서도 당연하게들 생각한다.
'일당 몇 백 원에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과 의미 없이 힘든 노동과 춥고 더운 날씨와, 소중한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고독감 등을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등을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심리, 또한 징병제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군대를 찬양하고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바로 징병제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개인의 존중 받아야 할 개성보다 민족이나 국가라는 개념의 비중이 이 나라에서 지나치게 확대되어 있는 현상엔 바로 이 징병제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양심의 자유란 것이 그들에겐 전과자 딱지와도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절박하고 소중한 것임에도 모두들 민족과 국가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혹은 단지 남의 얘기라 여기고 그것을 너무나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나아가 비웃기까지 한다.
더욱 비참하고 곤혹스러운 것은 우리 국민의 안위도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군을 파병한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임에도, 그것에 대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말을 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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