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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점이...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잘도 가는 시간.

컴이 고장났다. 바이러스 몽땅 먹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을 2주나 방치하다가

몇일 전에 치료했다.

미안타..부려먹을 때는 마구 부려먹고는...

 

딸 사랑이가 어느새 40주가 지났다. 나와 만난 지 벌써 80주.

몇년 전 원치않는 임신으로 두 번의 수술을 했던 나는 아기가 덜컥 생기자

두려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이번에는 잘 키우자 뭐 그런 생각과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뒤죽박죽 되었다.

 

초음파로 본 5주의 아기는 아주 작은 점이었는데 이전에 수술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더이상 작은 점이 귀찮은 혹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

한 때 내 몸에 깃들었던 작은 아이..예리한 쇳덩어리에 잘려나갔을 작은 것.

이번에는 안돼...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전날까지 술을 잔뜩 마셨던 나는 아기가 배 밖으로

나올 때까지 죄책감에 시달렸다.

임신 당시 나는 무기력과 절망속에 빠져 있었고 날마다 술로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공부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밤 9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필름이 끊긴채 잠이 들었다.

남편은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 망가져 살고 있는지 몰랐다.

날마다 기억을 잃고 살다보니 혹시나 내가 술취해 있어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임신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란 증세까지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 혈액형 검사 순간까지 불안감으로 나를 잠식했다.

임신과 출산, 사랑이 성폭행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 세상에서

섹스와 성폭행이 동일시되는 이 세상에서 성폭행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내게는 그 불안감이 공허한 것만은 아니지 않았을까.

 

아무튼 작은 점만한 아기가 내게 오면서 내게는 커다란 변화들이 찾아왔다.

(계속)

참, 41주(10개월)에 접어든 지금 사랑이는 11kg, 76cm의 건강한 아기로 자라고 있다.

손가락 발가락 모두 정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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