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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집에 오는 지하철 안.

 

종착역에 내리는 지라 하나둘 제갈길 내려 몇 안남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다 지쳐

 

눈이 말끔하게 남아 서로를 관찰하기 나름이다.

 

 

사람 많은 차 안에서 짜증을 내던 녀석들은 이맘때쯤 되면 조용한 공간이 놀이터가 된다.

 

보드라운 금속성 의자에 몸을 문대면 스르르 미끄러져 감촉이 이만저만한게 아니거든. ㅋ

 

 

그건 '애벌레 놀이' 였다.

 

양쪽끝에서 두 남매가 기어오다가 마주치면 밀어내고 끝까지 가서 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면서 패한족은 울고 분노하고 다시 복수전을 신청하는거지.

 

 

정거장 3개가 지나도록 그 X랄을 하는데 혹여나 다칠까. 큰 싸움이 될까. 조마조마하다.  

 

옆쪽에 앉은 엄마는 태연하고. 어우.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그 녀석들은 분한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번갈아 넘어가며 끝- 턴-  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누나 엉덩이에 침흘렸어! 아하하!  해가며..

 

 

엄마는 알고 있었던 거다.

 

게임의 규칙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라지만.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다' 는 엄청난 명제를 이 녀석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깨달아 간다는 사실..  

 

 

아이들이니까? 순수해서?

 

뭐. 아이들=천사 에 동의하지 않는 건 오래전부터다.

 

대책없이 우겨대고, 목소리 크게 울면 된다는 요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야. ㅋ

 

 

언제 도착할까 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어른들 일색의 모습에 비하면 아이들의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언제 어디서건 놀이를 찾아낸다.

 

재미를 위해선 거침없고, 재미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물러나지만..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같이 놀기'를 절실히 희망한다.

 

 

그들에게 '진정한 놀기' 는 같이 노는 어느 누구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일게다.

 

 

어느 누구도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라는.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을..

 

어줍잖은 앎의 돌을 하나하나 쌓은 우리들은 결국 그 벽에 가려 볼 수 없는게 아닐까.

 

 

 

 

 

 

 

 

 

 

 

 

 

종착역.

 

사람들 모두 내리길 기다려..

 

보드라운 금속성 의자에 몸을 던졌다. 아하하!

 

애벌레 놀이!!

 

 

에이. 한 20년만 젊었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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