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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의 한숨이 아니었겠냐고.

 

 

비가 지리하게 오는 늦은 시간.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오는 길이다.

 

 

버스를 갈아타려는데 저마다 버스에 오르는 우산을 마지막까지 붙잡느라고 늘어진 줄이

 

제법 길어졌다.

 

 

갑자기 왠 아저씨 뒷문으로 폴짝 오른다.

 

아항.

 

잽싸게 그 뒤를 따라 나도 올랐지.

 

어중간한 뒷좌석에 자리를 딱 잡고 앉았는데..

 

 

'왜 뒷문으로 타는거야! '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소리를 치더니 운전석을 박차고 뒷쪽으로 걸어나오는거다.

 

마침 뒤로 타려는 아주머니를 막아서며,

 

' 내려! 타지마! 아줌마. 뒷문으로 왜 타는거야! '

 

... ...

 

 

대략.. 난감한.. 시츄.. - -;

 

 

아는 사람는 알겠지만, 요즘엔 환승 할인제가 도입되면서 타고 내리는 문에 상관없이

 

tag만 되면 요금 결재 및 하차 인증이 가능해서 가끔 사람이 많을땐 기사가 직접 권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내리라고 할것까지 있어요? 너무 하잖아요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

 

 

기사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공방이 버스내 공기를 덥히는 가운데..

 

아주머니 바로 앞순번이었던 나는 새초롬해졌다.

 

 

심기가 불편해지고..

 

시트에선 가시가 올라왔다..

 

에이 진짜.. 차라리 나한테 내리라고 해라..

 

 

짜증이 팍..

 

 

" 아저씨..  내리는 사람 방해한것도 아니고.. 요금을 안낸것도 아닌데.. 좀 심하시네.."

 

 

기사 아저씨의 표독한 시선이 내게로 옮겨졌다.

 

... ...  

 

어느새 버스 좌석을 꽉 채운 사람들 시선도 모여든다. 

 

... ...

 

 

-_-*             

 

 

 

"근데, 아저씨.. 버스에.. 앞문 뒷문이 어딨어요.. 다 옆문이지.. "

 

 

 

...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참았던 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기사 아저씨는 알수 없는 말들을 흘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버스가 출발하고.

 

 

승리의 도취감에 창문 밖으로 썩소를 던지다가 슬그머니 앞을 보는데..

 

기사아저씨가 힐끔힐끔 백밀러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게 아닌가.

 

 

갈아타기 전 버스에서 상두를 돌리며 충분히 말끔해진 눈이지만..

 

다시 수면을 명령했다.

 

 

자라.. 자야한다..  

 

아저씨 꼬라본다..

 

내릴때 쯤이면 사람 몇없는 먼길이다.

 

 

에라..

 

눈을 감고..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소리가.. 

 

고인 빗물을 쳐대는 소리가 다른 소음을 지워가는데..

 

 

 

나는 조금있다 내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완전한게 사람이라고.. 삐걱거리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고..

 

멈출수도.. 꼴리는 곳으로 핸들을 돌릴수도 없는 그의 하루는 오늘도 밑바닥을 쳤으리라.

 

 

나름 피곤하다고.. 조금 귀찮다고 잔머리 굴렸다가 엮였다고.. 엿을 건넨 나나..

 

제 돈 당당하게 계산하고도 봉변을 당한 아주머니나..

 

 

그래.

 

시지프의 한숨이 아니었겠냐고.

 

 

 

 

아저씨..

 

고단한 사람들 집에 보내주는 아저씨..

 

아까 그거.. 사실.. 어디서 들었던 얘기인데요..

 

가만 생각해 보세요.

 

겁나 웃긴데..

 

 

아저씨와 제가 완성한 개그잖아요..

 

같이 웃었으면. 고단한 아저씨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졌을거예요.

 

 

정말 화가 나는 일은 따로 있잖아요..

 

 

 

내일도 비가 온대요.

 

 

 

빗길에 운전 조심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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