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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집에 내려갔다.
연세가 드셔 당신 딸도 못 알아보시고, 얼마전 크게 넘어지셔서 다시는 일어나실 수 없다는
외할머니 간병 가신 어머니 부재에 세 부자가 자리를 펴고 앉았다.
원래는 아주머니들이 몫이라는 버섯다듬기. 남자는 구르마를 타고 4단 재배사를 종횡무진
하며 버섯을 따오는 분업을 취한다. ㅋ
방안 가득 버섯을 펴고 퍼질러 앉아 일단 뿌리를 같이한 버섯 송이를 가르고 다듬는다.
적당한 크기와 모양새를 가진 놈과 그렇지 않은 놈을 나누고 2kg 종이 박스 안에 display.
이젠 익숙한 일이지만 요걸 오랜시간 하다보면 머리속 생각이 지워지면서 양품 버섯크기의
기준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행에 빠져든다.
여기에 사묵사묵 말을 거는 아버지의 얘기가 시작되면 필사의 수행에 들어간다.
" 여기서 좀 더 외진 곳에 땅이 나왔는데.. 평당 4만원하는데는 땅은 좋은데 도로에서 너무
멀고 주위에 인가도 하나 없더라. 거긴 너무 무섭고.. 평당 8만원 하는데는 그 땅주인 내외가
사는 집이 가까이 있고 사과나무 200주 정도 심어져 있고 버섯 재배사 기초공사도 되어 있어
서 딱 좋은데..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젠 남의 집 재배사에서 더이상 눈치보면서
일하기도 힘들고, 조립식 주택이나 아님 콘테이너라도 가져다 놓고 내땅에서 집앞에 꽃도
심고 내 일 하면서 죽고 싶은데 말이야.. 그 집에 니네들 장가가서 애들 데리고 놀러오고
그러면 좋겠다.. 그때까지 건강해야 하는데.. 에휴..
외삼촌 사업때문에 이렇게 됐지만 올해 안에 얼마정도는 보내줄 수도 있다네.
네 이름으로 땅 사고 할테니까.. 한 5천 정도 대출 받을 수 없니? 외삼촌에게 확인해볼께.."
돈 없고.. 아프고..
지난날 외삼촌 과오에 힘겨웁지만 어머니 상처받을까 말한마디 마음처럼 하지 못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 곁에 또한 말 못하는 어머니..
그 이름 만으로도 눈물인, 여느 자식이면 어렵지도 않을 작은 소원에 선뜻 대답 하지 못
하는 못난 자식 놈들이 비벼대는 내 가족..
욕심없이, 게으르고.. 느리게.. 내 하고 싶은 일, 일하고 싶은 만큼 받는 세상을 향한 외침.
결혼과 혈연 가족이라는 관습 거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
나에게 있어 이 모든 것이..
진정 가진것 없는 내 부모의 마지막 작은 소망에 이르면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애꿋은 버섯 뿌리는 카터칼로 짤둥해진다.
젠장. 누가 5천 땡겨줄 사람.
젠장. 누구 나랑 결혼할 사람.
젠장.
내 방 컴 너머엔 작은 창이 있다.
약 한시간 남짓 컴에다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쳐진 방충망엔 민달팽이 한놈이
그 위에 붙어 맹렬히 질주 중이다. 요녀석 한시간 동안 달린 거리 약 30cm..
이녀석이 평생 갈 수있는 거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다가..
그래. 너나 나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많구나.
나는 그래도 너보다 많은 길을 다녀봐도 되겠구나..
고마와.
나 다 해낼 수 있어.
난 달리기도 빠르고, 가끔 천재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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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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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천재 화이팅. ^^부가 정보
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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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네 아닌가.. 여기 숨어 있었구만 ㅋㅋㅋ아무튼 반갑네~! 가끔 천재 힘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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