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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와 대기오염 그리고 배달

갑자기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각각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라면...

연비 차이만큼 석유의 소비가 적을 것이고, 그만큼 에너지나 탄소 소비 측면에서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낫다.

오토바이 배기가스 정화장치가 없거나 자동차만큼 좋지 않아서 생각보다는 오염물질 배출이 크다.

대략 오토바이 배기량이 300~400cc가 넘어가면 소형차랑 별다르지 않다.

오히려 소음공해 쪽이 더 문제다.

이 정도?

그래서 자동차를 대체할 수만 있다면, 오토바이 쪽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안좋다. 

주범은 오토바이?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을 정도로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승용차보다도 주행거리당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의 양이 오토바이가 훨씬 많다는 사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오토바이가 주행거리 1㎞당 오염물질 배출량을 나타내는 배출계수에 있어서 일산화탄소(CO)가 8.30g, 탄화수소(HC)가 3.68g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휘발유 승용차의 일산화탄소(0.821g) 배출량에 비해 10배가 높고 탄화수소(0.029)에 비하면 무려 127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전체 배출 양으로 비교해도 오토바이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5만4866t으로 버스(3만3868t)와 승합차(3392t)보다 많고 모든 차량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68만3588t)의 8.0%로 전체 승용차(34만4908t)의 15.9%를 차지하고 있는 양이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와 산소의 결합을 방해해 호흡기와 순환기 질환을 일으키며 탄화수소도 폐암·백혈병을 유발하고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광학스모그 생성시키는 물질이다. 또한 폐기능 저하·호흡기 질환·두통·안질 등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량도 버스(8057t)와 승합차(3392t)보다 많은 8908t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가 일반 승용차보다 오염배출 물질이 많은 이유는 오염물질을 걸러줄 만한 여과장치가 승용차에 비해 부족한 데다 2행정이라는 오토바이의 특성상 불완전 연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건설교통부에 신고된 오토바이는 총 172만5870대로 260cc 이상이 3만1435대, 100cc 이상이 65만2848대, 50cc 이상은 104만1587대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스쿠터와 같은 50cc 미만의 오토바이는 자동차관리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는 물론이고 그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토바이 배달, 그것이 문제
길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오토바이는 대다수가 피자집이나 중화요리점 등 요식업체, 퀵서비스 등의 물건이나 우편의 배달용 오토바이다. 교통수단이 불편한 지방의 경우 가정에서도 오토바이를 애용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오토바이는 상당수가 영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일자리를 비우지 않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음식 배달문화는 이미 정착 단계에 이른 지 오래고, 상당수의 요식업소들은 매점 판매보다도 배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토바이로 인한 대기오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2006/03/08, 환경일보, <오토바이, 대기오염 첨병>

오토바이 배달이 문제라는 점은 제대로 지적했지만,

사실 모든 배달이 문제다.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라.

자신은 자동차를 몰지 않는다며 위안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동차를 중심으로한 물류 시스템, 생산과 소비의 지리적 분할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어디서든 무료로 배송되어 오는 물건들...

그 물건들이 어떻게 자기 집 문앞까지 오는 지를 잘 생각해보라.

그 과정에서의 차량 이동, 에너지의 소비, 탄소 배출, 환경 오염 그리고 운송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자동차가 물건을 나르는 것이 당연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물건이 배달되는 것이 당연하고,

거리가 멀건 날씨가 궂건 무게와 부피가 크던에 빨리 배달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무섭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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