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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4
    화려한 사춘기
    미토콘

화려한 사춘기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가 사용하는 걸상에 앉아본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 청소를 하다가 문득 문에 뛴 걸상에 앉아 보았습니다. 딸아이 체격에 비해서 다소 크다 싶은 책상위에는 예쁜 사기 인형 세트, 자주색 고운 털로 둘러싸인 벽거울, 꼬마 돼지 저금통 두 개, 앙증맞은 빗, 고즈넉한 시골풍경 사진이 인쇄된 달력이 걸려 있고, 낙서로 덮여 있는 수업 시간표가 붙어 있는 여느 사춘기 소녀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중학교 3학년짜리 책상풍경입니다.


때로는 수다를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사회문제에 대해서 물어오기도 하는 딸아이 걸상에 앉아서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고운 마음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 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지 하는 다짐도 같이 해보았습니다.


하루는 자기 엄마하고 외출 옷차림을 놓고 티격태격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무엇인가 오고가는 여러 말들이 제 귓전을 스쳐갔지요. 그런데 한 순간 딸아이가 엄마에게 날리는 날카로운 한마디 외침.


“엄마가 멋을 알아?”


짧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저는 폭발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딸아이 항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내는 옷차림 참견을 계속 늘어놓더군요. 다른 날 같았으면 저도 끼어들어서 삼파전을 벌였겠지만, 이 날은 모녀가 벌이는 실랑이를 지켜보면서 흐뭇한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그래 화려한 사춘기를 마음 놓고 보내렴…”


밝게 자라고 있어 고맙기만 한 딸아이를 격려하며 오늘도 저는 평범한 일상을 일구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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