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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8
    버스타고 공상하기
    bb

버스타고 공상하기

 

정말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공부를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그러지 않고

공상을 해버린다.

공상하기 좋은 장소는 역시 [[버스]] 안.

적당한 소음에, 적당한 시선변화가 저절로 이뤄지니.

그래서 어김없이 오늘도 공상을 했다.



'이제껏 수없이 자살을 생각해왔는데, 어째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자살을 생각했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나,

아무튼 그때는 항상 깨끗한 새 커터칼을 필통에 넣어두고 다녔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죽을래!" 하는 소리를 하면 어김없이 그 칼을 꺼내 손목을 그었다.

물론 치명상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면 왠지 내가 약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꼈었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 그러니까 중학생이 되었을 땐 커터칼보다는

예리한 듯한 검은 머리핀을 호주머니에 넣어다니며

이상하게 울음이 날 것 같을 때마다 여러번, 여러번 그었다.

져버린 해 덕분에 붉게 물든 보며 학원차를 기다릴 때도 그었고,

집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깨었을 때도 핀을 찾아 그어댔다.

그래서 그런지 오른쪽에 비해 왼쪽 정맥이 더 두드러져 있다.

 

고등학생 때는, 항상 죽음을 생각했다.

어떻게 죽을까.

무엇을 하고 죽을까.

죽을 땐 나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랬던 것처럼 죽어야지.

 

아마도 내 어머니는, '공부는 안하고 잡생각을 했었니.' 라고 말하겠지만

자살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의무감이라고 해야할지,

그러한 내 갈망을 나 스스로도 어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울었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를 죽여줄, 아니면 나를 말려줄.

누군가의 이름을 불려야 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다만 그때 나는 '살려줘, 살려줘. 제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

 

이상하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자살을 생각하고 갈망했는데

나는 왜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걸까.

정말 그때는 죽어야 했을 것 같았는데. 죽어야 했는데.

어째서 나는 살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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