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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뜻을 이루세요

지율 스님, 뜻을 이루세요
2005년 1월 17일 화요일 스님 병실을 찾았다.
문정현 신부


나는 45일 단식, 100일 단식중인 지율 스님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까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며 가며 스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때마다 각별한 친밀감을 느꼈다. 그래서 항상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곤하였다.

나는 100일이라는 숫자가 너무 무서웠다. 스님의 청와대 앞 100일단식에 단식을 중단하라는 권유하지 못했다. 그것이 가혹했던가? 아니다. 내 마음도 찢어지는 듯 아팠다. 깡마른 스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등에 엎혀 엠블란에 실려갈 때에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

스님은 100일이 훌적 넘는 세 번 째 단식중이시라는 소식에 어찌나 놀랐는지! 듣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엄습하였다. 엠블란스에 실려 일산 동국대 병원에 후송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 마지막이구나!

지율 스님이 내 머리에 맴돌지만 방문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앞서 방문한 미군기지확장저지 팽성대책위 대표들이 스님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나의 안부를 물었다기에 용기를 냈다. 스님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이 아니고 간병인이 받았다. 전화를 스님께 돌려준다.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깜짝 놀랐다. 가느다란 목소리다. 내일 오전에 방문하겠다고 하니 스님은 힘드니 오지말란다.

아침에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 병원 인근에서 전화를 달라고 간병인이 전화를 주었다. 아마도 스님께서 나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간병인의 안내로 스님의 병실에 들어서자 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병상에 누워있는 스님을 끌어 안았지만 부서질듯하여 포옹할 수가 없었다. 옆 자리에 손을 잡고 앉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2004년 부산 유랑길에 지율 스님의 배려로 저녁시간에 도룡뇽 친구들과 만남이 있었다. 스님은 그때 잊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신부님 그 때 제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하세요?” “삼천리 강산에 새봄이 왔다네 농부는 바지벗고 씨를 뿌리네” 이 노래를 불렀어요.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바람에 한 바탕 웃었던 이야기다. 스님은 그 노래를 힘 없이 다시 불러주었다.

스님이 쓰신 “초록의 공명” 제목의 책을 가져오라하여 나에게 보여주셨다. 신부님께 보낸 편지도 이 책속에 있어요. “문정현 신부께”라는 제목의 글을 찾아주었다.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읽고나니 책에 서명해주었다. 펜을 세 번이나 떨어뜨렸다. 글을 쓸 힘도 없었으나 안간 힘을 다 쓴 것이다.

말을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도 스님은 투쟁의 이야기가 아닌 많은 말을 애써 이었다.

“신부님, 독립운동보다 더 힘들지요. 그래도 잘 하고 계시는 거예요.”
“평택에 가고 싶었어도 언론 때문에 가지 못했어요.”
”손끝 발끝이 다 아파요.“
“요즈음 하루 2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혼자 돌아누울 수도 없으니 서서이 죽어가고 있나봐요. 머리만 살아있는 것같아요.“
”살아도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해요.“
”저는 지금 애기예요. 젊은 엄마가 저기 계셔요.“
”육신이 병원에 갇혀있어도 마음은 자유로워요.“
”문규현 신부님이 아직도 사제단의 대표이신가요?“
“신부님, 어린 마음에 떼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전투 중에 동지애를 느꼈어요.”

몸은 병원 침상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지만 삼라만상의 모든 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도 감옥에 갇혀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죽을 각오를 하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스님도 죽음이 두렵겠지만 뜻을 따라 두려움을 감수할 것이다. 스님의 주변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의료기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응급처치를 위한 기구들일 것이다.

손을 잡고 옆에 앉아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 중 잠들었는지 혼수인지 눈을 즈긋이 감는다. 힘없이 눈을 뜨며 어딜 다녀왔다고 한다. 정신이 흐려졌던 것이다. 정신이 들면 또 이야기를 이었다.

“사람은 몸보다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으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살고 싶었어요.“

스님의 고백이 나의 귓가에서 지금도 맴돌고 있다. 세 번째 혼수에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스님, 주무세요. 너무 힘드신 것 같아요. 일어나겠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용기를 내어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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