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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청조망 넘어 보리받에 가신다.

할머니, 철조망 넘어 보리밭에 가신다.
주민과 황새울 들녘을 바라보니 온 몸이 녹아내린다.


2006년 5월 22일
황새울 영농단 옥상에서
문정현 신부


정부는 육해공을 제패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으로 황새울을 점령하였다. 승전가를 불렀다. 원자폭탄을 맞은 듯 주민은 넋을 잃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늘과 땅, 세상이 울고 있다. 좋다고 춤추는 사람은 우리 참여정부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미국이다.

 

새벽에 깨어나 논밭을 드려다 보러 나간다. 그것은 농부의 본능이다. 철조망에 갇혔어도 벼는 산 것이니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철조망 밖에는 경찰이, 그 안에는 군인이, 또 그 안에는 전경이 접근을 막는다. 이렇게 까지 짓밟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푸릇푸릇 올라온 벼를 바라본다. 저기가 병원인데, 가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자식을 끌어안고 우는 어머니처럼 애절하다. ‘아~ 이 자식을 살릴 수는 없는가!’ 피를 토하는 절규다. 저 넘어 캠프 험프리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근엄한 자태로 내려다보고 있다. 누가 절망을 딛고 웃고 서 있는가!

 

대추리 도두리는 계엄지역, 검문검색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돈다. 대추리 밖에는 온갖 음모, 모략이 난무한다. 숨이 막힌다. 너무 딱하다. 힘없는 주민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국방부는 끊임없이 대추리 도두2리 주민의 목을 조였다. 잠시 목을 놓고 대화를 제의한다. 목을 조이던 바로 그 사람이 대화하자고 한다. 이것은 견딜 수 없는 우롱이다.

 

저항 없이 하늘을 바라 볼 수 없구나!
후손에게 면목이 없구나!

자식을 전쟁터로 내몰 수 없다
가서 저 철조망을 걷어내자.
생명과 평화의 몸부림으로
군경의 진지에 몸을 던지자!

그것을 폭력이라 한다.
그렇게 숨통을 조이면서 말이다.

벼랑 끝에 서서
황새울을 바라보니
식음이 몸에 받지 않는다.
이렇게 숨을 거두어야 하는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팽성(대추리 도두2리)주민들은 할 일을 다 했다. 최선을 다 했다. 주민의 설움을 보고만 있는 우리 모두의 몫만 남아 있다. 주민의 삶이 뿌리채 뽑히는 이 마당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다.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주민이 대화에 응하기로 했지만, 그 결과는 회의적이다. 주민과 정부의 입장차가 너무 뚜렸다고 크기 때문이다. 4월 30일 대화의 격이 되지않을까 염려된다. 국방부는 험악한 무지막지한 파괴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주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일단 중단하고 대화에 임해야 도리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



♪ 농삿일은 놈민의 본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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