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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8
    한미FTA는 아픈 이들에게 재앙입니다.
    지재권대책위
  2. 2007/02/28
    한미FTA 저지를 위한 릴레이 호소문
    지재권대책위

한미FTA는 아픈 이들에게 재앙입니다.

한미FTA는 아픈 이들에게 재앙입니다.

윤 가브리엘

저는 에이즈양성판정을 받은 지 7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벼랑 끝에 서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 놓여있어요. 국내에 있는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겨서 각종 기회감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힘들게 투병중입니다. 한국에서는 13가지 에이즈치료제가 판매되고 있고, 대부분 1990년대에 개발된 약입니다. 이 약들에 대해서는 보험적용이 되어서 무상으로 공급받습니다. 이 약들도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리지널 약이라 건강보험과 한국정부에서 지출하는 약값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지금 제가 먹는 1년 치 약값이 1300만원 가량 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 에이즈가 발견된 지 20년이 지나 이 약들에 대해 내성이 생긴 에이즈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판매되는 13가지 치료제에 모두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없어요. 약이 없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에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에이즈치료제는 약제성분기준으로 12가지이지만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것은 3가지뿐이에요. 이 중에서도 실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은 2가지뿐입니다. 다국적제약회사 로슈(Roche)는 푸제온(Fuzeon)에 대해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판매허가를 받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요구하면서 판매를 하지 않고 있어요. 연간 2만달러(약 2천만원)를 요구합니다. 미국에서도 푸제온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문제가 되었었어요.

제가 지금 살기위해서는 적어도 연간 3000만원이 넘는 돈을 구해야합니다. 한국에는 에이즈 환자수가 적어서 돈벌이가 안 된다고 제약회사가 약을 팔지 않거나 아주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약을 구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에이즈 감염인이 모두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듯이, 한국에서도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직장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저처럼 몸이 많이 안 좋아진 환자는 어떤 일도 하기 힘들어서 소득이 없습니다. 40년을 살아왔지만 저의 통장 잔고는 100만원이 안됩니다. 1년에 2만달러를 주고 푸제온을 구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이즈치료를 하려면 보통 3가지 약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푸제온 외에도 2가지 신약에 대한 약값을 마련해야해요. 에이즈환자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약값만 1년에 3000만원 가량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거예요. 게다가 에이즈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질병이기 때문에 각종 기회감염을 치료하는데 많은 비용이 듭니다. 저는 현재 면역력이 떨어진 에이즈환자들이 잘 감염되는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달에 200만원이 들어요. 이 약은 보험이 안돼서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사서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우리몸속에 누구에게나 있지만, 저처럼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에요. 이 주사약을 끊으면 거대세포바이러스가 망막을 침투해 실명할 수 있고, 신경계를 손상시켜서 마비상태가 될 수도 있고, 뇌에 침투하면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답니다. 이 비용역시 감당할 수 없어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신약을 기다리는 사이 저는 오른쪽 시력을 잃었고, 걷기도 힘들게 되었어요. 면역력이 낮다보니 사마귀바이러스도 제 얼굴이며 팔, 다리, 온몸에 사마귀를 주렁주렁 매달아놓았지요. 병원에서는 하루빨리 신약을 써서 면역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제약회사가 약을 팔지 않거나 약값을 너무 높게 요구해서 신약을 구할 수가 없으니 버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두렵기도 하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 맞고 있는 거대세포바이러스 주사약값만으로도 하루하루를 허덕이는 상황에서 로슈가 요구하는 비싼 새 에이즈치료제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약이 있어도 약을 먹을 수 없는 문제가 저만의 문제가 아님을 잘 압니다. 저는 2004년부터 친구들과 함께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라는 단체에서 에이즈감염인의 인권을 위한 일을  하고 있어요. 작년 초에 한미FTA 협상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보건복지부가 작년 5월에 약제비를 줄이기 위해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발표했을 때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반대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했어요. 저는 그 당시에 이미 몸이 많이 안 좋았지만 다국적제약회사가 뭐라고 말하는지 듣고 싶었어요. 그들은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반대하는 이유가 환자들에게 신약접근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어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말하는 신약접근권이란 그들이 원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약값을 인정해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들은 왜 약값을 비싸게 결정해야하는지, 연구개발비가 얼마인지, 생산원가가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 이유도 없이 높은 약값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물었습니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에이즈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 저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제약회사가 약을 팔지 않아서, 약값이 너무 비싸서 제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나는 에이즈환자입니다. 로슈는 푸제온을 왜 그렇게 비싸게 팔려는지 대답하십시오."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약이 있어도 제가 약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약제비적정화방안때문이 아니라 특허약이라는 이유로 약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 후 미국협상단은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똑같은 이유를 들어 한미FTA 2차 협상을 결렬시키더니 7차 협상까지 오면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어요. 의약품 특허기간도 연장해주고, 약값을 결정할 때 미국제약회사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구도 만들기로 했고, 제약회사가 의료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내주었어요. 이제는 고위급회담에서 무역구제와 의약품, 자동차간에 빅딜을 한답니다. 환자의 생명을 웬디커틀러와 김종훈의 두 사람의 손으로 주고받기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요?

얼마 전 태국에서는 특허 때문에 비싸서 먹지 못하는 약을 싸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했어요. 이 방법을 의약품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라고 부르는데,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특허법에서도 가능한 방법입니다. 두 가지 에이즈치료제와 심장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혈전치료제를 태국국영제약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특허약보다 1/2~1/10 싸게 공급할거라고 합니다. 태국국영제약회사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할 동안 인도에서 값싼 복제약을 수입해서 사용하기로 했대요. 계속 값비싼 특허약을 사용할 경우 태국정부에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무상공급을 포기해야하고, 약을 필요로 하는 모든 환자에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한국과 태국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태국도 미국과 FTA 협상중이고, 의약품 특허를 확대하고 독점기간을 연장하도록 요구를 받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같은 약이라도 용도, 용량, 색깔과 코팅조차도 특허가 가능하고, 기존 약물의 혼합도 특허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효과를 가진 새로운 물질에만 특허를 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특허권을 받아서 독점기간을 늘리고 있어요. 미국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FTA 협상을 하면서 제약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도록 미국처럼 하라고 요구를 하고 있어요. 저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독점기간이 늘어난 만큼 비싼 약값을 제약회사에게 주어야 하고, 약값을 결정할 때 제약회사 맘에 안 들면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걸고, 한국의 의료제도나 정책이 제약회사의 기대에 못 미치면 정부가 소송을 당하고 지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과정들이 기가 막힙니다. 지금도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라는 명목으로 비싼 약값을 요구하고 약이 있어도 못 먹고 죽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얼마나 더 많은 환자들이 제약회사의 돈벌이를 위해서 죽어가야 할까요?

병원에 갈 때마다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보다 진료비와 약값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일어서야한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약해지는 마음을 계속 다잡고 있지만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저의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목숨을 건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특허권과 비싼 약값 때문에 에이즈 감염인이 하루에 8000명씩 죽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에이즈 감염인에게 FTA는 생명포기각서와 같아요. 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닙니다. 치료제를 잘 복용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답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가난한나라의 사람들이 에이즈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비싼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목숨을 잃는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살고 싶습니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생명의 가치를 단지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치부해버리는 다국적 제약사한테 따져 묻고 싶어요. 우리 에이즈환자들과 감염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할 일이 너무나 많아요. 그런데 미국이 추진하는 FTA는 저같은 에이즈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갈 것이고, 이것은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길입니다. 에이즈 뿐만아니라 고혈압, 당뇨, 암처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평생 치료를 해야하고 새로운 약이 필요한데, FTA가 체결되면 신약을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보험이 안 되는 부분 때문에 건강보험제도에 불만이 많지만 FTA가 체결되면 머지않아 우리는 지금의 혜택도 못 받게 될 거예요. 한미FTA는 아픈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입니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에이즈환자만의 문제로 여기지마시고, 우리 국민 모두 건강하게 살아야갈 수 있도록 소중한 권리를 위해,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FTA를 반대해야 합니다. 태국처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병들고 가진 것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배부른 가진자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해 서둘러 FTA를 체결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3월 8일~12일까지 8차 협상을 서울에서 하고 4월초에는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저는 제 온몸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약회사가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면 환자는 어떻게 되는지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인터넷 상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해, 한미FTA에 대한 우려스러움에 대해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월에 농민, 빈민, 노동자, 영화인, 방송인, 학생, 의사, 약사들이 8차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할 때도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픈 이들에게 사망선고와 같은 한미FTA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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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저지를 위한 릴레이 호소문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미FTA 협상은 협상 개시부터 비민주적인 절차와 국내 농업기반의 붕괴, 의료/교육/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정책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양 국 정부는 협상 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적재산권 분야는 미국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작권, 특허 등 지적재산권은 국내의 문화(산업)과 공공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미국 국회에서 정해진 법이 한국에 강제되는 것입니다. 다국적 문화자본과 제약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내 문화산업의 붕괴와 공공적 보건의료정책의 훼손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한미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미FTA 협상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에 동참해주시길 절절한 심정을 담아 호소드립니다.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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